하영제 국회의원 불법 정치자금 수수 혐의
공천 대가 받아...지역정치판 치부 드러내
허용복 도의원 '국회의원 공천권' 공개 비판
"주민대표 지방의원을 부하처럼 여긴다"
공천자 동반 페널티 주는 당내 제도 필요

하영제(국민의힘·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이 불법 정치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만연한 공천 비리가 드러났다. 공천을 둘러싼 지역 정치판의 치부를 보여주는 사례다.

중앙정치에 예속된 지역정치 현실을 비판할 때 ‘해바라기’와 ‘줄세우기’에 빗댄다. 출마예정자들은 공천을 받고자 중앙당과 국회의원 바라기를 하고, 중앙당과 국회의원은 그 힘을 이용해 줄을 세운다는 뜻이다.

하영제 국회의원이 지난 4월 3일 오후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자 창원지방법원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김구연 기자
하영제 국회의원이 지난달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받고자 창원지방법원 법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하 의원은 국회의원 선거 후보였던 2020년 3월부터 당선 이후 지난해 6월까지 공천을 돕는 대가, 국회의원 선거비용, 지역사무소 운영경비 등 명목으로 1억 6750만 원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하 의원에게 금품을 건넨 이들은 선출직이거나 예비후보자 관련자들이었다.

창원지방검찰청이 기소한 혐의 중, 이정훈 전 경남도의원은 2020년 3~4월 하 의원에게 국회의원 선거비용 명목으로 4000만 원을 준 것으로 되어 있다. 그는 당시 하동지역 현직 도의원이면서 하 의원의 하동군 선대본부장을 맡았었다. 이후 이 전 도의원은 2022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하동군수 후보 경선에서 현직이던 윤상기 군수를 누르고 공천권을 따냈다. 당시 하 의원이 하동군 면지역 당협위원장에게 이 전 도의원을 밀어주자고 종용한 전화 통화 음성파일이 공개돼 논란이 일기도 했다.

송도근 전 사천시장은 현직이던 2020년 6월부터 2021년 8월까지 하 의원의 사천지역 사무소 운영경비 등 명목으로 매달 200만 원을 15회에 걸쳐 건넸다. 총 3000만 원이다. 지난해 1월에는 국민의힘 경남도의원선거 예비후보자의 누나가 공천을 도와달라며 7000만 원을 하 의원에게 전달했다.

국회의원의 입김이 공천에 큰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국회의원과 지역구 지방의원은 ‘갑을관계’라는 비판이 늘 있었다. 지난 3월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를 앞두고 국민의힘 소속 도의원 대다수가 김기현 대표를 지지한 배경에도 공천권을 쥔 경남 국회의원들의 뜻을 지역구 도의원이 무시하기 어려웠을 것이라는 시각이 컸다.

최근 도의회에선 국회의원의 특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허용복(국민의힘·양산6) 도의원은 지난 16일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누구나 말하고 싶었지만 결코 아무도 할 수 없었던 지방의원과 국회의원 간의 잘못된 관계를 알리고자 한다”며 “국회의원이 주민을 대표하는 지방의원을 마치 자신의 아랫사람이나 부하처럼 여기고 있다. 지방의원이 국회의원 눈치를 보는 게 현실이다”고 말했다.

허용복 도의원이 지난 16일 도의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경남도의회
허용복 도의원이 지난 16일 도의회 본회의 5분 자유발언에서 국회의원의 특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경남도의회

그러면서 그는 “정당마다 공천관리심사위원회가 있지만 지방선거 때만 되면 공천권을 쥔 국회의원 입맛에 맞는 사람들이 공천을 따낸다”며 “지역위원회 위원장을 선거에 출마하지 않는 정당 관리인에게 맡겨야 한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기초의원의 정당공천제 폐지를 담은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지난 20대 때 발의됐으나 상임위원회에 상정조차 되지 못했다. 지방선거 정당공천제가 중앙정치 예속화는 물론 지방정치인이 중앙당을 향해 줄을 서는 해바라기 정치로 변질했지만 정작 국회의원이 나서 특권을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조재욱 경남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경남에선 김부영 창녕군수의 극단적인 선택, 김미나 창원시의원 이태원 참사 막말 사태 등으로 정당공천의 나쁜 사례가 이어졌다”고 지적하면서 “법을 개정해 정당공천제를 폐지하는 것은 무리가 있고 제도의 순기능을 보지 못하는 것이다”고 밝혔다.

조 교수는 “현실적인 대안은 정당이 당규를 강화해 국회의원에게 공천 관련 페널티(벌칙)를 주는 것이다”며 “공천을 받은 사람이 문제가 있거나 당선되지 못하면 국회의원이 함께 책임지는 제도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중앙당은 지역위원장을 맡는 국회의원이 공천권을 특권이 아니라 성숙한 정치 문화를 만들어내는 장치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미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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