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역사·생태 배우고 체험하는 학생들
장유초 전교생 참여 마을교육 과정 편성

텃밭 가꾸기·주말 놀이터·영화 상영회 등
도시재생 거점서 다양한 프로그램 운영

댄스·기타 등 6개 청소년자치동아리 활발
주민들 장구·재봉·도자기 그림 그리기도

학교와 마을을 잇는 시도는 지역소멸 위기 대안으로 주목받습니다. 자신이 사는 마을(지역)을 알거나 마을에서 배우는 과정은 한 사람이 성장해 지역에 자리를 잡고 살거나 이바지하는 데 도움이 됩니다. 10회에 걸쳐 마을배움터를 중심으로 경남지역 시군을 돌며 학교와 마을이 어떻게 호흡하는지 살피고, 지역소멸 극복 가능성도 엿봅니다.

 

지난 4월 15일 김해 무계행복마을학교에서 청소년자치동아리가 기획하고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이 함께한 '4.12만세운동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마을 주민들의 나팔과 북소리를 따라 행진한 일행이 마을의 수호신 팽나무 아래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
지난 4월 15일 김해 무계행복마을학교에서 청소년자치동아리가 기획하고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이 함께한 '4.12만세운동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마을 주민들의 나팔과 북소리를 따라 행진한 일행이 마을의 수호신 팽나무 아래에서 "대한독립만세!"를 외치고 있다.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

쇠퇴한 옛 도심을 되살리는 도시재생이 진행되면서 마을배움터(마을학교)는 이곳 주민과 학교에 다니는 학생들을 연결하는 고리가 됐다. 김해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 이야기다. '참새방앗간'은 지난해 6월 들어선 무계기억저장소(무계메모리얼플랫폼) 내 무계행복마을학교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 출발부터 앞으로 계획까지 들어봤다.

◇주민·학생이 어우러지는 곳 = '참새방앗간'은 2018~2019년 학교에서 재능기부 봉사활동을 하던 40~50대 학부모, 장유1동 주민 등 30명 정도를 중심으로 시작했다. 2020년 장유초교가 경남교육청이 추진하는 경남형 혁신학교인 '행복학교'로 선정되면서 자연스레 마을을 자원으로 학교와 마을을 잇는 고민도 하게 됐다. 행복학교는 학교 안팎 교육공동체 협력을 토대로 삼기 때문이다.

학부모와 주민이 마을교사가 되어 역량강화 연수를 듣고 '주민이 만들어가는 마을학교'를 목표로 임의단체를 만들었다. 코로나 확산기여서 외부 활동에 제약이 많았으나 화상회의, 수업 촬영과 공유 등을 이어갔다.

4년째인 올해는 도시재생 사업으로 조성된 무계기억저장소 내 공간을 쓰고 있다. 무계기억저장소는 무계(옛 장유면 무계리) 역사자원을 전시하고 주민 평생학습 공간으로 쓰고자 만든 건물이다. 1층은 전시실과 다목적실, 2층은 강의·제빵·공작실 등이 있다.

김해교육지원청이 공간 일부를 위탁받았는데, 교육청과 지역사회가 협력하는 미래형 배움터인 '행복마을학교' 정착, 청소년·지역민이 함께 배우고 만들어가는 마을교육공동체 실현이 목적이다.

김해 무계행복마을학교 학생들이 '참새텃밭'에서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
김해 무계행복마을학교 학생들이 '참새텃밭'에서 상추를 수확하고 있다.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

2021년 마을 안을 소소하게 바꾼 프로젝트에 호응이 잇따랐다. 마을교육공동체도 동네에 스며들 수 있었다. 조미향 '참새방앗간' 대표는 "늘 쓰레기가 쌓인 곳이 있었는데, 여기에 폐타이어와 방부목 등으로 꽃밭을 만들었더니 사람들이 쓰레기를 안 버리게 됐다"며 "그랬더니 쓰레기가 버려지는 곳이라며 사진을 보내와 꽃밭으로 조성해달라는 주민 제보와 요청이 쏟아졌다. 학생들이 동네에 들어오는 것에 주민들의 거부감도 사라졌다"고 말했다.

'참새방앗간'은 "예전부터 참새가 많이 왔다"는 동네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지은 이름이다. '참새'를 아이들로 비유한다면, 참새가 찾는 '방앗간'은 항상 웃고 떠들 수 있는 곳이다. 매달 첫째·셋째 주 토요일에는 '무계마을토요참새놀이터'가 열린다. 바구니에 풍선 태워 돌아오기 등 다양한 놀이로 아이들은 협동심을 기른다. 한 달에 두 차례 마을 주민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영화 상영회도 있다. 벌써 18차례 진행됐다.

'천사 선생님'이라고 불리는 한 주민이 내준 작은 텃밭에서는 학생들이 상추도 키우고 있다. 영화 상영 때 고구마를 튀겨 나눠준 적이 있는데, 고구마도 직접 심어 키워볼 생각이다. 오는 9월 지난 5년간 사업을 마무리하는 도시재생을 홍보하고, 주민들이 설립한 협동조합 운영으로 커피와 참기름을 파는 '무계헌' 등 마을 명소를 알리는 영상 제작도 구상하고 있다.

부산이 고향인 조 대표는 2007년부터 장유에서 살고 있다. 그는 "항상 시끌벅적하고 주민들과 학생들이 함께하는 공간이 되었으면 한다"며 "마을학교는 어른과 학생들의 연결 고리를 만들고, 학생들은 마을 역사와 사회적경제는 물론 삶을 배우고 있다"고 말했다.

매월 첫째와 셋째 주 토요일 김해 무계행복마을학교에서 열리는 '무계마을토요참새놀이터'에서 놀이를 즐기는 학생들.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
매월 첫째와 셋째 주 토요일 김해 무계행복마을학교에서 열리는 '무계마을토요참새놀이터'에서 놀이를 즐기는 학생들.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

◇마을을 알아가는 장유초 학생들 = 장유초와 '참새방앗간'은 2021년부터 학교 교육과정 안에 마을교육을 편성해 운영 중이다. 올해는 600명 정도 전교생이 마을로 나와서 옛 이야기를 듣고 체험한다. 마을교사와 학교 연구교사·담임교사가 교육과정을 연구하고 협의해 계획한다.

이달 8일과 11일에는 3학년 학생들이 김해 가야 역사탐방을 '참새방앗간' 마을교사들과 함께 다녀왔다. 망루, 패총, 여의각, 황세바위, 수로왕릉, 재실 등을 둘러봤다.

김해 장유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과 함께 이달 8일과 11일 김해 가야 역사탐방을 했다. 수로왕릉 앞에서 사진을 찍는 학생들.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
김해 장유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과 함께 이달 8일과 11일 김해 가야 역사탐방을 했다. 수로왕릉 앞에서 사진을 찍는 학생들.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

얇은 책자이지만 마을교과서도 여러 권 만들었다. '무계마을 교과서' <무계마을길 따라서>를 보면 무계지석묘, 팽나무(무계헌), 장유중앙교회, 장유기미독립의거 표지석 등 주요 유적 설명이 나온다. '무성할 무(茂), 시내 계(溪)로 대청천, 능동천, 피내천, 무계천 등 많은 물길이 지나가는 곳'이라는 무계 지명의 뜻도 담겼다.

또 다른 교과서는 무계천의 들꽃을 알아볼 수 있도록 제작됐다. 바랭이(우산풀)로 우산 모양을 만들어보거나 조릿대로 배를 만들어 물에 띄워보는 놀이 활동도 나와 있다.

김세인, 김사랑, 사현준, 이용준, 김도경 학생은 초등학교 4학년이던 2021년 장유 무계 도시재생 주민공모사업으로 <무계마을 이야기 그림책>을 만들기도 했다. 학생들은 어르신들의 말을 듣고 작가가 되어 이야기를 쓰고 그림도 그렸다. 무계다리 아래에서 큰 시장이 열려 시끌벅적했고, 150년 된 정자나무는 마을 수호신이라는 이야기가 실렸다.

진영장등초에서도 이 같은 과정을 연구 중인데, '참새방앗간'은 자료와 운영 방식을 공유하고 있다. 마을에 사는 이들이 마을을 가장 잘 알기에 주민들이 마을교육공동체를 꾸리도록 지원하는 셈이다.

김해 장유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과 함께 이달 8일과 11일 김해 가야 역사탐방을 했다. 공동체 놀이를 하는 학생들.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
김해 장유초등학교 3학년 학생들이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과 함께 이달 8일과 11일 김해 가야 역사탐방을 했다. 공동체 놀이를 하는 학생들.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

◇'스스로', '함께'를 배우는 청소년 = 무계행복마을학교에서 청소년자치동아리 활동도 빼놓을 수 없다. 댄스, 기타, 영상, 책 읽기, 하브루타(유대인들의 질문하고 대화하는 교육법)독서, 도라에몽(모든 것이 있는 도라에몽 주머니처럼 모든 것을 하는 동아리) 등 6개 모임이 있다.

장유에 사는 초교생부터 고교생까지 60~70명이 등록돼 있고, 일주일에 한 번씩 다녀간다. 동아리는 전문 강사가 따로 없는 것이 특징이다. 학생들이 스스로 계획하고 프로젝트를 기획하면서 함께 성장한다. 올 9월 작품 전시와 공연 등도 계획 중이다.

배선미·홍태순 씨 등 주민들은 청소년자치동아리에서 '그림자 선생님'으로 불린다. 시간과 출석 점검 등 필요한 것을 지원하는 역할이다.

임예준 장유고 1학년 학생은 지난해 중3 때부터 기타 동아리 '기고만장' 활동을 하고 있다. 지금은 청소년자치동아리 단장이기도 하다. 예준 학생은 친구들과 기타를 배우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이를 알게 된 무계행복마을학교가 강좌를 개설해줬다. 강좌에는 10명이 함께하고 있다.

지난 4월 15일 김해 무계행복마을학교에서 청소년자치동아리가 기획하고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이 함께한 '4.12만세운동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기타 동아리 학생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
지난 4월 15일 김해 무계행복마을학교에서 청소년자치동아리가 기획하고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이 함께한 '4.12만세운동 퍼포먼스'가 진행됐다. 기타 동아리 학생들이 연주를 하고 있다. /무계마을교육공동체 참새방앗간

이달 3일 김해지혜의바다에서 열린 김해 지역교육업무협의회에서 예준 학생을 포함한 5명이 '봄봄봄', '너에게 난, 나에게 넌' 등 2곡을 연주하며 갈고 닦은 실력을 선보였다. 예준 학생은 "초반에는 유튜브 영상 등을 참고하다가 지금은 악보를 보고 칠 수 있을 정도가 됐다"며 "혼자가 아니라 친구들과 함께하고 있다. 새로운 친구들도 들어와서 앞으로 많은 친구와 이야기하면서 같이 이끌어가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경남도의회 예산 삭감으로 장구, 도자기 그림 그리기 등 주민 프로그램은 없어질 뻔했다. 다행히 경남50+행복내일센터 지원으로 장구, 재봉(미싱), 도자기 그림 그리기 등을 할 수 있게 됐다. 도자기 그림 그리기 수업에서는 마을 명소를 도자기에 남겨 전시하고, 재봉 수업에서는 반바지를 만들어 지역민과 나눈다. 이처럼 주민 참여 프로그램이 많아지면 또 다른 마을 활동가도 양성할 수 있다.

지난 4월 15일 무계행복마을학교에서는 청소년자치동아리가 기획하고 참새방앗간이 함께해 '4.12 무계만세운동' 퍼포먼스를 진행하기도 했다. 학생들은 태극기를 직접 그려 100여 년 전 그대로 마을의 수호신 팽나무 아래까지 행진해 주민들과 함께 '대한독립만세'를 외쳤다.

영상 동아리 학생들의 4.12 무계만세운동 드라마 제작, 다섯 가족이 참여하는 여름철 생태환경 프로젝트, 10~11월 환경캠페인…. 참새방앗간은 앞으로도 시끌벅적하겠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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