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시지 일관성 없는 무르익지 않은 주장
언론, 환경단체 비판 속에 '공론화' 성과도
"진해(창원) 발전시킬 2~3가지 구상 있다"
장관·재선 '큰 그림' 제시로 지역민에 소구

이명박 정부 시절 통합창원시 출범 앞장 서
마창진 통합에 피해 의식 큰 진해 정서 여전
재선이나 진해 초선에 비진해 출신인 한계도
총선 앞 큰 비전 '힘있는 3선' 강조 의도 읽혀

창원시 진해구가 지역구인 이달곤(국민의힘) 의원이 최근 진해루 앞바다 매립 주장을 하면서 논란의 가운데 섰다. <경남도민일보> 보도 이후 창원물생명시민연대가 반대 성명을 냈고 창원시의회 5분 발언에서도 언급됐다. <MBC경남> 보도서도 이 의원 발언을 비판적으로 다뤘다.

“진해루 앞 매립” 발언은 이 의원 측 해명에서 보듯 ‘무르익은’ 구상은 아니다. 창원시 예산간담회에서 ‘매립’, 진해만생태숲걷기대회장에선 ‘준설’, <MBC경남> 보도에는 ‘하천 정화를 위한 준설’ 등 오락가락했다. 매립을 주장한 이유도 “속천항 일대 냄새 때문”이랬다가, 후엔 “도심 군부대 탓에 발전이 막힌 진해에 시민이 쉴 공원이 없어서”라는 등 일관성이 없다. 이 의원은 얼마 전 기자 질의에 “이제 더 이야기 안 했으면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어찌 됐든 민감한 ‘매립’이라는 의제, 그에 따른 환경훼손 문제 등 비판도 있으나 진해에서는 찬반양론이 생기고 논의 물꼬를 텄기에 이 의원에겐 득도 실도 아닌 모양새다. 주목도를 높였으니 득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달곤 국회의원. /이달곤 의원실
이달곤 국회의원. /이달곤 의원실

그런데 갑작스레 ‘매립’ 화두를 꺼낸 건 왜일까. 이 의원이 최근 여러 행사장서 강조하는 말이 있다. “나에게는 진해(창원) 발전 구상이 2~3가지 있다”이다. 그는 18대에 비례대표를 거친 재선 국회의원이나 진해에선 초선이다. 2020년 총선 과정에서 진해신항 건설로 불안함을 호소하는 진해 어민들에게 반드시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에 들어가 활동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이를 지키지 못해 지역에서 역풍을 맞았다.

후반기 농해수위에 들면서 비판 여론을 잠재웠으나 불신을 떨치진 못했다. 이에 ‘신항과 주변지역 주민 지원 및 상생발전 특별법’ 제정, 진해신항비즈니스센터 건립에 공을 들이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웅동물류단지 지반 침하, 토양·대기 오염, 항만 기능 강화 등에 ‘올인’하다시피했다. 정어리 떼죽음 관련해 진해와 마산 등 호소화한 내만의 구조적 문제를 짚으며 진해신항 건립이 이 같은 환경 문제를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언급하는 등 의정활동 폭도 넓혔다.

이런 광폭 행보에도 진해에서 그에게 고질적으로 따라붙는 안 좋은 시각이 있다. 이른바 ‘통합 책임론’이다. 이 의원이 이명박 정부 행정안전부 장관 때 만든 2010년 통합 창원시 출범은 마산·창원·진해 3개 도시 중에서도 진해주민들에게 가장 큰 상실감을 줬다. 특히 진해에 두기로 한 통합 상징물도 야구장도 모두 무산됐다. 지난 총선 탄핵 바람이 여전했다지만 군항을 낀 보수 강세지역에서 신승을 거둔 게 진해 정서를 대변한다. 내년 총선에서도 상대 진영은 물론 내부 경선 주자까지 ‘통합 원흉론’을 들고 나올 가능성이 크다.
 

창원시 진해구 진해루 앞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조개를 캐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br>
창원시 진해구 진해루 앞 바닷가에서 사람들이 조개를 캐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br>

그래서일까. 이런 말도 자주 꺼낸다. “통합 창원시를 내가 만들었다.” 최근 창원의대 설립 국회 토론회에서 그는 “마창진 통합을 추진하며 그린 큰 그림 중 하나가 100만 도시 창원에 의과대학을 두는 것이었다. 그런데 이게 정치적인 변화 탓에 진행되지 못한 게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고 말했다.

창원시와 간담회에서도 “마창진 통합으로 10년 이상 욕을 먹고 있지만 원래 통합할 때는 훨씬 더 많은 구상을 하고 있었는데 정권(박근혜 정부)이 바뀌면서 실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 뒤를 잇는 말이 “국회의원 3년 하면서 생각한 진해 발전 큰 구상이 2~3가지 들어차 있다”였다. ‘통합 책임론’을 ‘진해 발전 구상’으로 상쇄하겠다는 의지로 읽힌다.

이 의원으로서는 내년 총선을 장담하기 어렵다. 만 70세인데다 진해 출신이 아닌 점도 약점이다. 4년 전 맞상대였던 황기철 전 해군참모총장은 국가보훈처장 경력을 더했다. 진해고 출신 지역민사이엔 동문 의원 만들기 여론이 분다. 여기엔 황 전 총장뿐만 아니라 이종욱 현 조달청장도 거론된다.

이렇듯 총선이 1년도 안 남은 시점, 여러 불리한 지점을 돌파할 ‘힘있는 3선’ 면모를 다지고자 이 의원은 진해루 앞 매립에 더해 ‘진해 발전 구상’을 하나씩 꺼내 들 수도 있다.

/김두천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