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관광 관행 답습한다면
관광객 국내에 더 안 머물러"

통영 박경리·함안 이우환 등
예술인·문화 자산 접목 제시
주민 삶의 질 제고 정책 강조
전남·타 분야 적극 연계 제

2017년 5월 문을 닫은 후 페업 5년째를 맞은 우리나라 온천 리조트 대명사 '부곡하와이'. /연합뉴스
2017년 5월 문을 닫은 후 페업 5년째를 맞은 우리나라 온천 리조트 대명사 '부곡하와이'. /연합뉴스

경남 관광이 그 어느 때보다 깊은 위기 앞에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올해 3월 방한객이 코로나19 이후 큰 폭으로 증가했다며 관광 활성화를 기대했다. 하지만 방한객 대부분은 서울, 부산으로 향했다. 

코로나19로 국내여행·내수 관광 매력을 알았지만 관광 전반을 활성화하기엔 부족하다. 관광·여행업계 종사자, 전문가, 전공자가 떠나는 것도 문제다. 이렇게 지역 관광·여행업이 쇠퇴하면 지역 소멸 또한 가속화한다.

현장에 있는 관광업계 종사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경남 관광은 이미 자원이 있다" "다른 지역 또는 다른 분야와 손을 잡으면 활성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말한다.

구체적으로 어떤 자원이 있는 걸까. 경남은 위기를 어떻게 벗어나야 할까. 

경남 관광인 5인을 만나 경남 관광이 처한 현실과 발전시킬 방안 등을 이야기해봤다. 

고계성(57·사진) 경남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제27대 한국관광학회 회장으로 올해 취임했다. /주성희 기자
고계성(57·사진) 경남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제27대 한국관광학회 회장으로 올해 취임했다. /주성희 기자

고계성(57·사진) 경남대학교 관광학부 교수는 제27대 한국관광학회 회장으로 올해 취임했다. 고 교수는 학회 회장 취임 후 첫 국제 학술대회를 올해 6월 제주에서 연다. 제94차 제주국제학술대회 주제를 '도약'으로 정했다. 

고 교수는 "다시 시작한다는 의미"라며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려면 관광을 대하는 생각과 철학이 바뀌지 않으면 새로운 관광 대국 대열에 진입할 수 없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 8일 고 교수에게서 경남 관광에 대한 생각과 철학을 들어봤다. 

◇경남 관광 앞에 놓인 현실 = 관광학 전공자를 해마다 만나는 고계성 교수. 코로나19로 이동과 활동을 통제받는 상황에서 전공자들이 혼란을 겪는 걸 지켜봤다. 학생과 학부모에게 관광이 허약 체질로 보인 것이다. 재학 중에 전공을 바꾸거나 고민을 하는 사례가 늘었다. 

코로나19로 발생한 새로운 현상이었다. 관광학 전공자는 여행·관광업계를 떠나고 다른 분야 전공자가 유입하고 있다. 특히 4차 산업혁명 관련 기술 전공자가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관광에 접목해 창업을 했다. 또는 기존 일자리를 줄여가고 있다. 이전에 영어영문학과 전공자들이 호텔 종사자가 되거나 항공 승무원이 되는 모습과는 다른 양상이다. 

고 교수는 "관광업, 관광학 변화를 눈앞에서 목격하고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변화가 보인다고 해서 하루아침에 모든 교과 과정을 바꿀 수 없는 어려움도 있다. 

현재 이 변화 양상에 발맞춘 전문가가 없다. 교수 자격을 갖춘 학자, 박사가 배출된 상황도 아니기 때문이다. 일시적인 특강을 할 수는 있어도 정규과목에 편성할 인력이 없다. 

이전에도 관광학문과 다른 학문 융복합, 관광업의 다양한 변화 등 조짐은 있었다. 코로나19로 그 변화가 가속화했다. 비단 경남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아니다. 국제적인 현상으로 여겨진다. 

그럼에도 대학은 변화에 적응하려 한다. 고 교수는 "관광 사업 모델을 개발하고 학생들이 관심 두는 것, 경향성에 부합하는 교과목을 찾아 배치하는 등 노력한다"고 말했다. 지역 특성을 반영한 전공과목을 개설하기도 한다. 

◇지역민 중심 관광해야 = 고 교수는 "우리나라 사람들 관광 눈높이가 높다"며 "세계적이고 선진적인 대열에 있다"고 말했다. 국내 관광·여행이 예전 모습만을 답습한다면 한국인 관광객은 더는 국내에 머물지 않는다. 그는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국내 관광·여행에 고질적인 문제를 해결하려는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2023년 현재까지 관광·여행은 관광객 중심 사고로 계속 치달아왔다. 앞으로 지역 주민을 우선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관광을 더 나아가 지역을 지속시킬 수 없다. 고 교수는 지역주민이 만족한다면 자연스럽게 관광객이 따라온다는 것에 방점을 찍는다.

고 교수는 유네스코 지정 문화유산으로 가득한 제주도 예를 들었다. 고 교수는 "관광객이 불편하더라도 자연·문화 유산으로 지정된 곳, 관광지는 그대로 보존한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으면 지역주민이 살기 어려운 환경이 되기 때문이다.

관광 관련 정책을 계획하고 추진할 때 지역 주민들 삶의 질을 끌어올릴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을 해야 한다. 그에 대한 답이 나온다면 지역주민과 관광객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정책이 도출되는 것이다. 

2017년 문을 닫은 창녕군 부곡하와이 경우 지역민과 고민해야 한다고 봤다. 고 교수는 "부곡하와이와 같은 휴양 시설이 다시 들어선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라며 "온천이라는 큰 콘텐츠가 있으니 그와 더불어 쇼핑, 공연 관람 등도 동시에 즐길 수 있는 복합 공간을 만들 고민이 필요하다"며 "온천이 경쟁력을 유지하며 지역경제를 되살릴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 관광 가능성은? = 고 교수는 관광·여행이 주는 가치를 보다 폭넓게 바라본다. 고 교수는 "치유하는 여행, 정신적인 충족을 주는 여행을 경남에서 할 수 있다"고 말했다. 

통영은 많은 문학가, 예술가를 배출한 도시다. 소설 <토지>를 쓴 박경리 작가의 고향이자 그의 묘지, 문학관이 있는 곳이기도 하다. 

박경리문학관 자체만으로도 이야기를 담은 관광, 치유하는 관광이 된다. 관광은 거창하거나 비용이 많이 들기만 하는 산업이 아니라는 것이다. "박경리문학관 내에 박경리 작가 작업실을 복원한 전시관이 있다. 이곳을 바라볼 수 있는 의자 하나만 있어도 관광이 된다."

박경리 작가 작업실을 바라보며 박 작가와 관광객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성찰하는 계기가 된다. 

고 교수는 "통영에 윤이상 선생 발자취가 많은데 순교길을 왜 만들지 못하겠느냐?"라고 반문했다. 이는 앞서 언급한 '지역주민 우선주의'와도 맞닿는다. 원주민 거주지를 훼손하지 않고 이미 가진 유산을 활용하는 방식이다. 지역민에게 애향심을 높일 기회도 된다. 

통영만 자산을 가진 게 아니다. 함안 이우환 작가, 마산 문신 작가 등 우리 지역 인물들, 그리고 그들이 남긴 예술품, 흔적이 있다. 이런 자산을 이야기를 담아 풀어낸다면 치유 관광지가 되기에 충분하다. 

또 디지털에 노출된 현대인들은 디지털 휴식을 원한다고 봤다. 고 교수는 "경남의 많은 섬이 휴식과 쉼을 원하는 이들을 만족시킬 자원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혼자 살 수 없는 시대 속 관광 = 고 교수는 동반성장을 강조했다. 그 시작점을 '남해안'에 둔다. 경남과 전남, 경남과 부산의 연결을 중요하게 봤다. 그는 "지역이 단독으로 관광산업 개발에 나서면서 반짝 효과가 나는 청사진을 만들어냈다"며 "지역과 지역, 광역과 광역이 같이 가지 않으면 자생력도 경쟁력도 없어진다"고 말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1월 남해안 일대를 세계적 해양관광지로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경남도와 부산, 전남이 추진하는 남해안 글로벌 관광벨트 구축에 정부가 적극적으로 지원한다. 

고 교수는 "관광객은 럭비공 같아서 한 자리에 머무는 게 아니라 여러 지역으로 예측 불가능하게 튀어오른다"며 "이런 현상을 잘 소화하려면 타 지역과 연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남은 특히 남해안 바다를 끼는 전남과 호흡이 중요하다고 본다. 

지역 간 연계도 중요하지만 타 분야와 융복합에 겁내지 않아야 한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제1회 청소년 과학대장정' 행사를 열었다. 우주·항공과 기후·에너지 2개 분야에 관심이 있는 중학생 100명이 지도·생활을 맡는 전공 대학생 10명과 함께했다. 청소년들은 첨단 과학기술 현장을 방문했다. 전남 고흥 나로우주센터의 발사대·관제센터를 방문했다. 사천 한국항공우주산업을 둘러보기도 했다. 

사천에 우주항공청이 세워진다면 이를 교육 관광과 접목해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교육과 접목한 관광은 비단 사천 우주항공청에 해당하는 건 아니다.

이는 새로운 국내 관광객과 지역민을 불러모을 수 있으며 지역경제를 살리는 방안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봤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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