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기를 기똥차게 만드는 엄마들 모임'
애기똥풀, 공동체 넘어서 문화로

2019년부터 사회적협동조합 카페로
텀블러 무료 대여에 무기한 대여
회수율은 낮지만 "환경에 도움되니까"

우리 사회 쓰레기 모든 게 담겨 있는 바다
황 대표는 매월 1회 바다 쓰레기 주우러
바다 쓰레기로 공예품 만들어 수익내면
수익으로 또 쓰레기 줍는 봉사에 보태

2006년 창원에 ‘엄마들 모임’이 생깁니다. 클럽을 빌려 엄마와 아이가 춤을 추고, 영화 상영관을 빌려 아이들이 뛰놀면서 영화를 보기도 했습니다. 참신한 활동 덕에 엄마들이 많이 모였습니다. 엄마들 모임 ‘애기똥풀’을 만든 황지연 씨 생각은 간단했습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모임 ‘애기똥풀’은 4년 전 텀블러를 공유하는 사회적협동조합 카페 이름이 됩니다. 그 사이 황지연 씨는 환경운동가가 됐습니다. 더 좋은 환경을 물려주겠다는 마음과 아이를 행복하게 해주겠다는 마음이 다를 리 없습니다. 황지연 씨에게 ‘애기똥풀’ 이야기와 고민을 들었습니다.

내가 환경을 위해 당장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황지연(49) 사회적협동조합 애기똥풀 대표는 길게 고민하지 않았다. 당장 할 수 있는 것부터 하기로 했다. 가전제품을 줄였다. 쓰레기가 나온다며 가족끼리 선물도 자제했다. 월 1회 바닷가에 나가 청소했다. 안 입는 옷과 쓰지 않는 학용품은 이웃과 나눴다. 환경에 아무 관심이 없더라도 누구나 당장 시작할 수 있는 일이다.

황지연 대표는 2006년 ‘애기똥풀’을 만들었다. 아이가 자라면서 쓸모가 없어진 육아용품을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시작한 엄마들 모임이다. 이름에는 ‘애기를 기똥차게 만드는 엄마들 모임’이라는 뜻을 담았다. 모임 이름만 들으면 ‘아기’가 주인공이다. 하지만 애기똥풀 주체는 엄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가 행복하다는 황 대표 생각이 애기똥풀 정체성이다.

황지연 애기똥풀 대표. 황 대표는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br>
황지연 애기똥풀 대표. 황 대표는 창원시 성산구 용호동 일회용품 없는 카페를 운영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모임 애기똥풀, 공동체를 넘어서 문화로 = 애기똥풀 시작은 육아용품 교환 벼룩시장이었다. 물건을 교환하거나 1000~2000원 정도 가격으로 거래했다. 지금처럼 아이들이 편하게 즐길 공간이 부족하던 때였다. 키즈카페, 실내놀이방, 어린이체험관 같은 공간이 매우 드물었다. 대부분 가정에서는 아빠 기동력을 빌려 시간을 내서 그런 공간을 찾았다. 황지연 대표는 먼저 ‘아빠 없으면 못 가는 곳’을 골라서 회원들과 여기저기 쏘다녔다. 창원 시티투어버스를 예약해 목재문화체험장(창원시 진해구 풍호동), 해양드라마세트장(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 같은 곳에서 아이들과 즐겼다. 영화관 전체를 빌려 아이들이 뛰고 떠들며 영화를 볼 수 있게 했다. 나이트클럽을 통째로 빌려 엄마와 아이들이 함께 춤을 추기도 했다.

모임 규모가 커지면서 황 대표는 회원들과 함께 환경을 고민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아이가 행복한 게 목적이니 깨끗한 환경을 물려주자는 제안도 어렵지 않게 공감을 얻었다. 그때 뜻을 모은 회원들이 지금 황 대표와 함께 환경 강의도 하고 봉사활동도 한다.

◇애기똥풀, 사회적협동조합 카페가 되다 = ‘애기똥풀’은 2019년부터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인가를 받은 카페 이름이 된다. 애기똥풀은 친환경을 추구하는 카페다. 카페는 스테인리스로 만든 텀블러를 손님에게 무료로 빌려준다. 보증금도 없고 회원가입도 필요 없다. 심지어 사용 기한 제한도 없다. 빌려가고 나서 내키는 대로 쓰다가 카페에 반납하면 된다. 텀블러 제작은 경남제일신협이 후원했다.

이 사업을 함께하겠다고 나선 카페들이 있다. 창원시 의창구 5곳, 성산구 3곳, 마산회원구 1곳, 마산합포구 1곳, 김해 2곳으로 모두 12곳(표 참조)이다. 애기똥풀에서 빌린 텀블러를 이 카페 중 한 곳에 반납해도 되고, 이 카페에서 빌려가서 애기똥풀에 반납해도 된다.

보온·보랭이 잘될 것 같은 스테인리스 텀블러는 회수율이 얼마나 될까. 아무래도 대여자 명단을 작성·기록하지 않으니 확실하지는 않다. 황 대표는 “반반 정도 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황 대표는 개인 텀블러보다 가게 텀블러를 더 깨끗이 씻는다고 한다.

“가게에서 주방 세제로 씻고, 베이킹소다도 쓰고요. 자외선 소독기로 마무리해요. 제가 집에서 쓰는 텀블러보다 더 꼼꼼하고 깨끗이 씻으려고 노력해요. 마음껏 쓰시다가 아무 때나 반납하시면 됩니다.”

텀블러 공유 업체로 참여하고 싶다면 언제든 애기똥풀에 연락하면 된다. 황 대표는 “카페마다 영업시간이 달라 텀블러가 잘 돌고 있는지 모르겠다”면서도 공유 텀블러 활동에 더 많은 카페가 참여하길 바라는 눈치였다.

“일회용 플라스틱 컵을 쓰고 싶다는 유혹이 강하게 들 때도 있었죠. 장사하기에 편하니까요. 그래도 플라스틱 컵을 안 쓰는 것만큼 환경에 도움이 되면서도 쉬운 일이 없어요. 그래서 공유 텀블러를 함께 하자고 주변 카페에 권유는 하고 있는데 생각처럼 잘 모이지는 않아요. 창원시 돌돌e컵도 관공서나 지자체 위주로 하니 조금 아쉬운 점도 있고요. 텀블러를 사용하는 문화가 더 많이 퍼지면 좋지요.”

황지연 애기똥풀 대표. 황 대표가 운영하는 일회용품 없는 카페에서는 손님에게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무료로 빌려준다. /김구연 기자
황지연 애기똥풀 대표. 황 대표가 운영하는 일회용품 없는 카페에서는 손님에게 스테인리스 텀블러를 무료로 빌려준다. /김구연 기자

◇바다는 우리 사회를 알고 있다 = 황 대표는 월 1회 바다로 간다. 그는 계곡이나 하천에서 쓸려온 해양 쓰레기를 줍는다. 겉보기에는 깨끗해 보여도 갈대밭 밑이나 풀숲을 뒤지면 생활 쓰레기가 나온다.

“신발, 옷, 휴대전화, 빗자루, 콘돔, 주사기, 라이터, 담배꽁초, 어망, 농약 통… 페트병이나 플라스틱 쓰레기, 비닐봉지는 당연한 거고요. 정말 ‘왜 거기 있니?’라고 생각할 정도로 별별 쓰레기가 나와요. 주워도 주워도 끝이 없어요. 가장 많이 주웠을 때는 460~500㎏을 모았더라고요. 도시 쓰레기, 시골 쓰레기 가릴 것 없이 나와요. 이 점을 사람들에게 알리고 싶어서 SNS에 계속 현황을 올려요.”

황 대표는 바다에 유리 조각 쓰레기가 많다며 플라스틱 용기에 모아놓은 유리 조각들을 들었다 놨다. 쨍한 초록빛과 부드러운 연두색을 띠는 게 꼭 옥 같아 예뻐 보였다. 그는 환경 강사로 중학교에 가면 학생들이 이 유리 쓰레기를 참 좋아한다고 말했다.

“애들이 예쁘다고 참 좋아해서 바다에 유리를 주우러 또 가야 해요. 이 유리로 뭘 할 수 있을까 생각하다가 장식품도 만들고, 열쇠고리도 만들었어요. 안 입는 청바지로 열쇠고리 모양을 잡고, 그 위에 바다에서 주운 유리 조각을 올려요. 바느질할 필요 없게 목공 풀로 붙여서 모양을 잡아요. 이걸 팔아서 해양 쓰레기 줍는 활동에 돈을 보태려고요. 장화, 마대도 활동하려면 필요하고, 쓰레기 수거 비용도 저희가 부담하거든요.”

그래도 바다 쓰레기는 아직도 가득하고 플라스틱은 사회에서 일회용품으로 계속 사용된다. 황 대표는 그럴 때마다 노력해도 사회가 바뀌지 않아 가끔 허탈하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포기를 생각해본 적이 없다. 오히려 바다에서 쓰레기를 주우며 구원받았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환경 관련된 활동을 안 해보신 분들도 일단 한 번 와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쓰레기를 주우면 잡생각이 안 들거든요. 땀을 쫙 흘리면 뿌듯하고요. 쓰레기를 줍는 행동이 저를 구원해준 것 같아요. 환경에 관심 없던 분한테 쓰레기 줍고 구원받으라고 한 적도 있어요. 한 번 참여해보시면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을 수도 있잖아요.”

/안다현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