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 1호 미용 기능장·경남 최초 미용 명장
30년 이상 독거노인·사회복지시설 봉사
2014년 명장 선정 후 후학 양성 ‘진심’

경남지역 숙련 기술인 단체 ‘경상남도 최고장인회’는 지난 3월 ‘경상남도 명장회’로 명칭을 바꾼 후 도내 숙련 기술 전수·계승에 더욱더 힘을 쏟고 있다. 최고장인회가 명장회로 거듭난 이유는 보다 대중친화적이면서 가장 높은 경지에 이른 기술인이라는 호칭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다. 경남지역에는 2022년 기준 총 74명이 명장으로 등록돼있다. 기계·재료·전기·조선·공예·화훼·제과제빵 등 37개 분야에서 주목할 만한 인재를 만났다.

한규나 경상남도 미용명장이 김해시 어방동 덕수헤어클리닉센터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한규나 경상남도 미용명장이 김해시 어방동 덕수헤어클리닉센터에서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어방동 인제대학교 앞 덕수헤어클리닉센터 원장인 한규나(63) 명장은 미용 분야에서 40년 이상 종사해왔다. 덕수헤어클리닉센터는 ‘미스코리아 경남’을 30년 연속 배출하고 있는 미용실로 수십 년간 최고 자리를 지켜왔다.

◇유망성 보고 뛰어든 미용업 = 한 명장은 김해지역 1호 미용 기능장이자, 경남 최초 미용 분야 명장으로 선정됐다.

한 명장은 미용사 친언니 덕분에 미용의 길에 들어섰다.

한 명장은 “처음 미용을 접했을 때 22살이었는데, 당시 관련 학문이 존재하지 않던 시절 부산에서 미용실을 하던 친언니 어깨너머로 기술을 배웠다”며 “미용업이 비전이 좋아 보여 나중에 내 가게를 차리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언니 밑에서 기술을 배워 개업한 시기는 1983년도. 거제시에서 첫 사업장을 차렸다.

가야대 사회복지학과 학사를 취득한 한 명장은 전공 수업에서 배운 선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싶었다. 미용실 개업 이후 봉사활동을 시작했다. 거제시 장애인복지시설 애강원에서 16년가량 꾸준하게 미용 재능기부를 했다.

한규나 명장은 30여 년 동안 매달 미용 봉사를 다니고 있다. 사진은 2021년 경남도 최고장인회(현 명장회)가 주최하고 한규나 명장이 참가한 미용 봉사에서 노인들이 머리 손질을 받는 모습. /덕수헤어클리닉센터
한규나 명장은 30여 년 동안 매달 미용 봉사를 다니고 있다. 사진은 2021년 경남도 최고장인회(현 명장회)가 주최하고 한규나 명장이 참가한 미용 봉사에서 노인들이 머리 손질을 받는 모습. /덕수헤어클리닉센터

한 명장은 “가게를 운영하면서 동시에 미용협회 일을 보게 됐다”며 “미용협회 업무를 하면서 미용 분야에서 자리를 더욱 빨리 잡을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1997년도, 한 명장은 김해시로 근거지를 옮겼다. 오늘날 사업장의 절반도 안 되는 작은 평수였다.

당시 김해시는 한창 개발이 진행 중이던 도시였다. 인구수가 증가하던 시기였기에, 사업으로도 유망했었다.

한 명장은 “더 넓은 곳에서 실력을 키우면서 나만의 사업장도 확대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거제에서 하던 봉사활동을 김해에서도 이어나갔다. 생림면 마을 25곳을 돌아다니며 독거노인 미용을 도왔다.

한 명장은 “가정마다 방문해 머리를 다듬고 나면, 거울 앞에서 단정한 모습을 보고 굉장히 좋아하신다”며 “외로운 일상에 말동무도 해드리니까, 매번 먹거리를 챙겨주는 등 고마운 표시를 받는 게 보람차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창원시, 김해 생림면 사회복지시설을 월 1~2회 방문해 단체 무료 커트를 한다.

그는 “미용 봉사는 머리를 정돈하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이웃 안부를 묻는 것”이라며 “내 직업이 반드시 세상에 필요한 일이라는 자긍심을 고취하는 데 큰 도움이 된다”고 설명했다.

◇미스코리아 경남 배출 요람으로 = 1998년, 한 명장의 커트 실력은 입소문을 타면서, 미스코리아 경남 주최 측으로부터 후보들의 미용을 전담해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한 명장은 “운이 좋게도 첫해부터 미스코리아 경남 ‘진’을 배출했다”며 “그 이후부터 올해까지도 미스코리아 미용을 전담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는 미용에 더해 사업장에서 모델 워킹, 발성, 대사 등도 준비한다. 사업장 2층에 따로 연습공간을 둘 정도로 미스코리아 양성에 진심인 셈이다. 한 명장은 자신의 가위를 거친 미스코리아들이 진선미로 선발된 노하우를 전달하기도 한다.

사업장은 번창했지만, 한 명장은 미용기술을 익히는 데 더욱 주력했다. 낮에는 커트를, 밤에는 영산대학교에서 미용학 석사 과정을 밟았다.

한 명장은 2007년 커트 수행능력이 출중해야만 얻을 수 있는 미용기능장 자격증도 땄다. 미용사의 꽃인 미용기능장은 김해에서 한규나 명장은  제1호 수료자다. 각고의 노력 속에서 기능장 자격증을 얻었다.

한 대표는 “처음 시도하는 미용기술을 익힐 땐 밤늦게 혼자서 불을 꺼놓고 가발과 씨름을 하기도 했다”며 “삼수 끝에 합격했다”고 말했다.

당시 기능장이 되려면 굉장히 까다로운 조건을 충족해야 했다. 어떤 시험 작품을 제시했을 때, 커트가 ㎜ 단위로 정교하게 완료됐는지 심사하기 때문이다.

한 명장은 “지금도 그때 생긴 멍 자국이 양손에 남아있다”고 덧붙였다.

2013년에는 대한민국 사회공헌대상에서 사회봉사상을 수상했다. 당시 지역 독거노인 가정을 방문해 커트 봉사 등 지역사회 발전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그는 경남 미용 분야 최초의 명장이기도 하다. 2014년 경남도 명장으로 선정되면서 불모지였던 미용 분야에서 우수 선수를 발굴하기 시작했다. 현재는 미용 분야 명장이 여럿 선정되면서 미용업계 위상을 드높이고 있다.

한 명장은 “미용업계 동료들이 ‘경남 미용업계 전체의 영광’이라며 축하를 해왔으나 굉장히 막중한 책임감도 들었다”며 “공예, 서비스 분야에 쟁쟁한 분들이 많음에도 미용 분야에서 선정된 만큼 활동으로 증명해야 했다”고 말했다.

한규나 명장이 김해 덕수헤어클리닉센터에서 2021년 미스코리아 경남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덕수헤어클리닉센터
한규나 명장이 김해 덕수헤어클리닉센터에서 2021년 미스코리아 경남 참가자들과 함께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덕수헤어클리닉센터

실제로 미용 분야는 공예처럼 기술을 바탕으로 독창적인 예술품을 만드는 게 아니다. 따라서 한 명장이 명장 반열에 오르기까지 엄청난 노력과 준비가 수반됐다.

2015년에는 미용업계에서 실력을 인정받아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로 임명됐다. 대한민국산업현장 교수란 산업현장에서 오랜 경험과 지식을 축적한 우수 기술·기능 인력을 국가 핵심인력으로 활용하는 제도다.

한 명장은 “당시 명장이 되려고 노력하며 대외활동까지 겸한 결과가 운 좋게 이어진 것”이라며 “현재는 김해대학 피부미용예술학과 교수로 활동하며 제자 양성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끝으로 그는 지역 미용 봉사, 미스코리아 양성, 우수한 숙련인력 육성, 신규 개업하려는 미용 종사자에게 희망을 제시하는 일 등을 앞으로도 해내고 싶다고 밝혔다.

한 명장은 “가위를 들 힘이 있는 동안은 묵묵히 해오던 일을 이어가고 싶다”며 “앞으로도 많은 미용인이 명장이 될 수 있도록 후진 양성에 더욱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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