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전보건 확보의무 이행 안 해...법정구속
독성간염 두성산업‧대흥알앤티, 양형조사 결정

경남지역 첫 중대재해처벌법 판결에서 기업 대표가 실형을 선고받고 구속됐다.

함안에 본사와 사업장을 둔 한국제강이 수년간 안전조치를 제대로 취하지 않아 중대재해를 일으킨 책임을 지게 됐다. 중대재해처벌법과 산업안전보건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성형식 한국제강 대표가 징역 1년을 선고받고 법정 구속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재판에서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표 징역 1년, 법인 벌금 1억 원 = 창원지방법원 마산지원 제1형사부(재판장 강지웅 부장판사, 박연주·홍진국 판사)는 26일 오전에 열린 한국제강 중대재해처벌법위반 사건 재판에서 성형식 대표에게 징역 1년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성 대표는 2007년부터 한국제강에서 안전보건총괄책임자이자 경영 책임자로 일했다.

재판부는 한국제강 법인에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중대재해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죄를 물어 벌금 1억 원을 선고했다. 산업안전보건법 위반죄와 업무상과실치사죄로 재판에 넘겨진 협력업체 대표 ㄱ 씨에게는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40시간이 선고됐다.

지난해 3월 16일 오후 1시 50분께 함안군 한국제강 공장에서 설비보수를 담당하는 협력업체 소속 노동자가 크레인에서 떨어진 방열판(무게 1.2t)에 깔려 숨졌다. 사고 당시 중량물 취급 작업 계획서를 작성하지 않았으며, 중량물 인양 작업 과정에서 제대로 관리감독을 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한국제강. /한국제강 홈페이지
한국제강. /한국제강 홈페이지

◇한국제강, 수년간 안전조치 위반 = 재판부는 중대재해처벌법 제정 취지를 상기시키면서 양형 이유를 밝혔다. 한국제강에서 수년간 안전조치 의무를 지키지 않았고 중대재해가 반복해서 일어난 점도 양형에 반영됐다.

강 부장판사는 “한국제강에 종사자 안전권을 위협하는 구조적 문제가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후에도 안전보건 확보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중대재해가 일어났다”고 밝혔다.

성 대표 측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시행된 지 얼마 되지 않아 중대재해가 일어났기 때문에 준비 기간이 부족했다고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강 부장판사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까지 1년 유예 기간이 있었다”며 “한국제강은 유예 기간에도 산재 사망사고(2021년 5월 24일)가 일어났기 때문에 안전조치를 할 필요성이 있었다”고 말했다.

재판부는 산업안전보건법과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모두 적용했다. 두 법률이 피해자를 사망에 이르게 만든 ‘동일한 행위’라고 봤기 때문이다.

◇“의미 있는 판결이 나왔다” =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에서 실형이 선고되자 노동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사법부가 생명과 안전을 바라는 노동자, 시민들의 염원에 화답했다”며 “중대재해가 일어나면 강력한 처벌이 있을 것이라는 의지를 판결로 보여줬다”고 평가했다.

이번 판결이 다른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사건 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청신호가 켜지고 있다. 이날 오후에는 창원지방법원에서 두성산업과 대흥알앤티의 노동자 집단 독성 간염 사건 공판이 있었다. 창원지방법원 형사4단독(강희경 부장판사)은 양형 조사를 결정했다. 집단 독성 간염으로 피해를 본 노동자들의 건강 상태를 확인하고 양형에 반영하겠다는 의미다.

피해자 대리인 김태형 변호사는 “법원이 적극적으로 산재 피해를 확인하고, 피고인들이 피해 회복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보겠다는 것”이라며 “어떤 형식으로든 피해자 입장을 반영하겠다는 재판부 결정에 감사하다”고 밝혔다.

다만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양형 기준이 되는 기본 구간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지난해 3월 대검찰청은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양형 기준이 되는 기본 구간을 징역 2년 6개월부터 4년까지로 정했다.

권영국 변호사(중대재해전문가넷 대표)는 “중대재해처벌법 위반 재판 구형이 최소 하한에 맞춰서 나온다는 의문도 든다”며 “중대재해는 엄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사회적 인식이 생긴 만큼 양형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한국제강 지난해 매출액이 8340억 원이었던 점에 비추어볼 때 재판부가 법인에 1억 원 벌금형을 내린 점은 아쉽다"며 "기업은 안전투자 비용과 사후 수습 비용을 비교해 결정하기 때문에 매출액 대비 벌금형 도입이 필요하다. 사고로 인한 비용 부담이 크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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