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사 자료 부족으로 "타당성 없다" 결론
지역 시민사회단체 용역 담당 전문성 결여 지적
경남도 "선정 과정 문제없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역사관 건립이 무산 위기에 놓였다. 경남도가 타당성이 없다는 연구 용역 결과를 토대로 계획을 세우지 않겠다고 밝혀서다. 지역 시민사회단체는 연구 용역 업체를 향해 전문성이 없다는 비판을 내놨다.

98개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참여한 경남 지역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 추진위원회는 5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들은 경남도가 위안부 관련 전문 연구자가 없는 업체에 연구용역을 맡긴 탓에 부실한 결과가 나왔다고 지적했다.

경남 지역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5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도와 연구 용역 업체를 비판했다. /김다솜 기자
경남 지역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 추진위원회가 5일 경남도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남도와 연구 용역 업체를 비판했다. /김다솜 기자

이경희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함께하는 마창진시민모임 대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역사를 담아내야 하는 연구용역이 관련 전문가 없이 진행됐다”며 “경남도는 지금이라도 일본군 위안부 역사관 건립이라는 역사적 책무에 진정성을 갖고 임해달라”고 당부했다.

추진위원회는 지난 2019년 지역 사회에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제안했다. 2020년 8월 김경수 당시 경남도지사가 위안부 역사관 건립을 약속했으며 2021년 경남도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연구용역 사업을 추진하게 됐다.

그러나 그해 12월 용역 최종보고서에서 조사 자료 부족으로 심화 자료 조사가 더 필요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연구 용역 결과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관련 자료는 470여 건에 그쳤다.

이성민 21세기산업연구소 대표는 “1차 연구 용역에서 역사관 건립 여부를 판단했는데 전반적으로 타당성이 부족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경남도에서 관련 자료 확보를 위해 노력했지만 역사관 운영에 필요한 사료나 유물이 부족했다”고 설명했다.

경남도 여성정책과는 연구 용역에서 타당성이 낮다는 결과가 나왔기 때문에 역사관 건립 계획을 세우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가 1차 연구 용역에서는 역사관 건립 타당성을 따졌다면 2차 연구 용역에서는 경남 출신 위안부 피해자 조사와 자료 수집, 피해자 주변인 구술 채록으로 방향을 틀었다.

경남도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역사관 건립에 유보적인 태도를 보이자 추진위는 연구 용역 업체 선정 과정이 잘못됐다고 비판하고 있다.

정량적 평가 항목 안에서 ‘참여인력 경력 및 전문성’이 가장 높은 배점으로 배정돼있으나 경남도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전문가가 없는 업체에 높은 점수를 줬다고 주장했다. 당시 또 다른 연구 용역 업체 선정 후보였던 경상국립대학교 산학협력단에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전문가가 있었다.

송도자 추진위원회 집행위원장은 “지난해 2차 연구 용역에 두 업체가 입찰하면서 제안서를 평가하는 자리가 있었다”며 “당시 21세기산업연구소에 일본군 위안부 전문 연구자가 있느냐고 물었으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송 위원장은 “1차 연구 용역에서도 일본군 위안부 전문 연구자가 없어 연구 보고서가 제대로 나오지 못했다”며 “지역별로 피해자 명단을 만드는데 진주에서 태어나 통영으로 이사를 간 피해자는 어느 지역 피해자로 볼 것인지 기준이 없는 등 통계치나 내용에서 오류가 발견됐다”고 덧붙였다.

추진위는 제안서 평가위원 선정에도 문제가 있다고 꼬집었다. 경남도는 지난해 10월 평가위원회 위원 선정을 공고했다. 추진위는 평가위원 7명 가운데 2명만 일본군 위안부 관련 분야에 전문성을 가진 위원이라는 점을 들어 응모 자격에 어긋나는 선정이었다고 비판했다.

경남도 여성정책과는 연구 용역 수행 과정에 문제가 없다고 반박했다. 용역 업체와 제안서 평가위원 선정이 공정하게 이뤄졌다는 입장을 내놨다.

경남도 여성정책과는 “경상국립대학교 산학협력단은 다수의 연구원이 소속 노동자가 아니었기 때문에 용역 계약 조건에 맞지 않았다”며 “연구용역 수행업체를 선정할 때 제안서 평가위원 정성평가(60점), 발주 부서 정량 평가(20점), 입찰 가격 평가(20점)로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했다”고 밝혔다.

연구 용역 업체 선정은 참여 연구원 경력과 수, 관련 용역 수행 실적 건수, 경영 상태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판단이었으며, 21세기산업연구소 안에는 역사학·여성학 전공자, 위안부 피해자 구술채록 경험자도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위안부 피해자 240명 가운데 전국에 10명, 경남에는 1명만 생존해있다. 생존자 평균 연령은 93.6살로 고령이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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