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에서 치유하고 삶 모색하는 교육
생명·평화 가치 실현 건강한 사회로

시골 동네 봄은 살구꽃 함박웃음으로 시작된다. 이렇게 봄은 좋은 사람을 자연으로 초대한다. '따옥따옥' 따오기 소리가 아침 인사하는 시간에 국립대구청소년디딤센터 김형섭 원장께서 직원들과 마을 카페 '줄풀'로 찾아왔다. 제도교육을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을 위한 자연 프로그램 이야기를 나누러 왔다. 그는 34년 전 참교육운동으로 길거리 교사로 험한 길을 나서야 했던 동지였다. 그동안 각자의 길에서 가시밭길을 헤쳐왔지만 지금은 제도교육에서 힘들어하는 청소년들을 위해 일하는 것이 좋다고 했다. 특히 사회적 불평등 교육과 입시 중심 교육에 적응하지 못하는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보람차다는 것이다.

이야기 중에 필자도 불현듯 1992년 브라질 리우세계환경회의장에서 체험했던 유럽 숲속 학교 프로그램이 생각났다. 여러 나라 발표 중에 정규학교에서 적응하지 못하는 청소년들을 숲속으로 안내하여 마음껏 뛰놀면서 젊은 에너지를 자연 안에서 스스로 발산하도록 지원하는 배움나눔 교육이었다. 그렇게 자란 아이 중 국립공원이나 숲을 가꾸고 지키는 녹색경찰로 훌륭한 삶을 사는 사례 발표가 인상적이었다. 나도 한국으로 돌아가면 아이들과 "자연으로 돌아가라"는 루소의 삶을 깊이 들여다보기로 결심했다.

루소는 전원생활이나 숲속에 잠깐 머무는 것을 자연으로 돌아가는 방법으로 제시한 것이 아니다. 루소에게 자연은 외부 환경이 아니라 내면적 성찰의 영역이다. 내가 루소가 태어난 제네바 대학 앞 생가 박물관을 방문했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띈 것은 세상과 멀어져 은둔하며 그가 온종일 몰두하며 식물채집 일기를 쓴 흔적이었다. 에밀과 사회계약론 출간으로 큰 파문을 일으키며 프랑스 혁명의 도화선이 된 그의 사상 때문에 그는 보수세력이 가장 박해한 작가였다. 그 틈에서 자연을 찾아 자신을 달래고 식물채집에 열중하면서 자신을 치유한 것이다.

"인간은 자유롭게 태어났지만 사회 속에서 쇠사슬에 묶여있다"란 그의 지적대로 쇠사슬에서 헤어나오려고 하는 루소 같은 아이들을 우리는 자연에서 스스로 치유하고 새로운 삶을 모색하도록 법·제도적으로 지원하는 정책도 만들도록 촉구해야 한다. 과거 교육민주화를 외치며 함께했던 벗들이 곳곳에서 제도교육 내에서 담아내기 어려운 학교폭력과 차별, 인권, 다문화, 통일문제 등에서 노년에도 그 가치를 행동으로 실천하는 아름다운 동행을 확인할 때마다 기쁘고 고맙다.

며칠 후에는 우포늪에서 1박 2일로 지난가을 휴전선 평화통일 걷기 모임에 10박11일 동안 참석했던 퇴직 교원들이 '생명 평화길 순례'를 할 예정이다. 창녕 비화가야 고분군과 박물관, 성씨 고택을 답사하고, 해넘이가 아름다운 우포늪에서 별 헤는 밤을 보낼 참이다. 이렇게 노년에 젊은 시절 교육민주화라는 가치에 더하여 분야별 지역적 과제와 기후위기 등 국제적 보편가치의 배움과 행동에 쉼 없이 동참하는 일은 고령화 시대에 우리 사회의 귀중한 자산으로 축적될 것이다. 혁명적인 정치사상가로 당대에 8년 세월을 쫓겨 다녔던 루소도 "저는 가엾은 60줄의 학자랍니다. 하지만 뒤뜰이나 들판에서는 단 한순간도 불행하지 않습니다"라는 말을 남긴다.

젊은 시절 세상과 맞섰던 분야별 혁명가들은 노년이 되었다고 지치지 말고 미래 세대를 위해 우리가 남길 수 있는 아름다운 황혼의 빛을 남길 수 있으면 좋겠다. 참교육도 내가 사는 지역 아이들이 사회로부터 나쁜 물이 들지 않도록 노년의 교육자들이 함께 힘쓰면 건강한 사회를 만드는 데 도움되지 않겠는가?

/이인식 우포자연학교 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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