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역 장애인 화장실 이용 어려워
개수도 부족해 축제 제대로 못 즐겨
임시 투입 버스 중 저상버스는 일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 됐으면"

진해군항제가 4년 만에 대면 행사로 진행되는 가운데 이동 약자를 배려한 편의시설이 상당히 부족하다. ‘벚꽃으로 여는 새로운 세상’이라는 구호를 내걸었지만 ‘새로운 세상’에 장애인·노약자 등 이동 약자는 배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가오는 주말 대규모 인파가 진해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행정은 안전사고 예방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노약자·임산부 등 이동 약자를 위한 대책과 편의시설은 부실하다.

진해군항제 개막을 이틀 앞둔 22일 오전 진해장애인인권센터 활동가들과 축제 주요 지점을 찾아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살펴봤다.

800m에 달하는 벚꽃터널이 장관인 경화역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한 곳 있다. 하지만 내부가 좁아 정작 장애인들은 이용할 수 없는 곳이다. 일을 보려면 휠체어를 변기 방향으로 돌려야 하는데, 공간이 나오지 않아 변기에 앉을 수 없기 때문이다.

박덕근 진해장애인인권센터 활동가가 23일 오전 경화역 장애인화장실을 살펴보고 있다. 내부가 좁아 휠체어를 돌릴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박신 기자
박덕근 진해장애인인권센터 활동가가 23일 오전 경화역 장애인화장실을 살펴보고 있다. 내부가 좁아 휠체어를 돌릴 공간이 나오지 않는다. /박신 기자

이날 동행한 박덕근(뇌 병변 장애) 진해장애인인권센터 활동가는 “일반 휠체어보다 크기가 큰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절대 이용할 수 없는 화장실”이라며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에게 화장실은 외출을 할지 말지 결정할 만큼 중요한 요소인데 이런 식이면 집에 가만히 있는 편이 더 낫겠다”고 말했다.

축제 기간 임시로 설치되는 이동형 화장실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창원시는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진해 곳곳에 이동형 화장실을 29개 설치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장애인 화장실은 10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몇 없는 장애인 화장실 중에는 화단에 맞물려 설치되거나 화장실 입구에 장애물이 있는 등 원활한 이용을 방해하는 요소가 더러 있다.

또 행사 관련 부스가 가장 많이 설치되는 중원로터리 인근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아예 없었다. 중원로터리에서 가장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은 약 400m 떨어진 진해공설운동장에 있다. 비장애인 걸음으로 7~8분이면 가는 거리지만, 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에게는 마냥 가깝지만은 않은 거리다.

박덕근 진해장애인인권센터 활동가가 23일 오전 창원시 진해구 북원로터리 인근 장애인 화장실을 살펴보고 있다. 화장실 입구가 화단과 맞물려 있어 휠체어 이동에 불편이 예상된다 . /안다현 기자
박덕근 진해장애인인권센터 활동가가 23일 오전 창원시 진해구 북원로터리 인근 장애인 화장실을 살펴보고 있다. 화장실 입구가 화단과 맞물려 있어 휠체어 이동에 불편이 예상된다 . /안다현 기자

이동 약자를 위한 대중교통편도 부족하다.

창원시는 축제 기간 무료 셔틀버스를 255대 투입하고 시내버스를 26대 증편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도로에 투입될 저상버스는 시내버스 8~10대가 전부다. 무료 셔틀버스에는 저상버스가 한 대도 없다.

휠체어, 유모차 등을 실으려면 저상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개인 차량이 없는 교통약자는 축제 기간 이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진해에 8년째 사는 박 활동가는 이날 처음으로 여좌천에 와봤다. 그동안 장애인 화장실이 없고 이동도 불편해 굳이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축제는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늘 장애인은 소외됐다”며 “당연히 있어야 할 화장실이 없고 교통편도 부족한 현실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김종문 창원시 관광과장은 “현장 확인을 통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박신 안다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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