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화역 장애인 화장실 이용 어려워
개수도 부족해 축제 제대로 못 즐겨
임시 투입 버스 중 저상버스는 일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축제 됐으면"
진해군항제가 4년 만에 대면 행사로 진행되는 가운데 이동 약자를 배려한 편의시설이 상당히 부족하다. ‘벚꽃으로 여는 새로운 세상’이라는 구호를 내걸었지만 ‘새로운 세상’에 장애인·노약자 등 이동 약자는 배제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가오는 주말 대규모 인파가 진해를 찾을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행정은 안전사고 예방 대책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노약자·임산부 등 이동 약자를 위한 대책과 편의시설은 부실하다.
진해군항제 개막을 이틀 앞둔 22일 오전 진해장애인인권센터 활동가들과 축제 주요 지점을 찾아 화장실 등 각종 편의시설을 살펴봤다.
800m에 달하는 벚꽃터널이 장관인 경화역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한 곳 있다. 하지만 내부가 좁아 정작 장애인들은 이용할 수 없는 곳이다. 일을 보려면 휠체어를 변기 방향으로 돌려야 하는데, 공간이 나오지 않아 변기에 앉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날 동행한 박덕근(뇌 병변 장애) 진해장애인인권센터 활동가는 “일반 휠체어보다 크기가 큰 전동휠체어를 탄 장애인들은 절대 이용할 수 없는 화장실”이라며 “휠체어를 타는 장애인들에게 화장실은 외출을 할지 말지 결정할 만큼 중요한 요소인데 이런 식이면 집에 가만히 있는 편이 더 낫겠다”고 말했다.
축제 기간 임시로 설치되는 이동형 화장실도 부실하기는 마찬가지다.
창원시는 인파가 몰릴 것을 대비해 진해 곳곳에 이동형 화장실을 29개 설치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장애인 화장실은 10개에 불과하다. 게다가 몇 없는 장애인 화장실 중에는 화단에 맞물려 설치되거나 화장실 입구에 장애물이 있는 등 원활한 이용을 방해하는 요소가 더러 있다.
또 행사 관련 부스가 가장 많이 설치되는 중원로터리 인근에는 장애인 화장실이 아예 없었다. 중원로터리에서 가장 가까운 장애인 화장실은 약 400m 떨어진 진해공설운동장에 있다. 비장애인 걸음으로 7~8분이면 가는 거리지만, 휠체어로 이동하는 장애인에게는 마냥 가깝지만은 않은 거리다.
이동 약자를 위한 대중교통편도 부족하다.
창원시는 축제 기간 무료 셔틀버스를 255대 투입하고 시내버스를 26대 증편한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도로에 투입될 저상버스는 시내버스 8~10대가 전부다. 무료 셔틀버스에는 저상버스가 한 대도 없다.
휠체어, 유모차 등을 실으려면 저상버스를 이용해야 하는데, 개인 차량이 없는 교통약자는 축제 기간 이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진해에 8년째 사는 박 활동가는 이날 처음으로 여좌천에 와봤다. 그동안 장애인 화장실이 없고 이동도 불편해 굳이 찾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축제는 누구나 즐길 수 있어야 하는데 늘 장애인은 소외됐다”며 “당연히 있어야 할 화장실이 없고 교통편도 부족한 현실이 씁쓸하다”고 토로했다.
김종문 창원시 관광과장은 “현장 확인을 통해 미흡한 부분은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박신 안다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