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색 케이블카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통과 후폭풍
전국서 추진 중인 케이블카 사업 잇단 허가 우려
환경부 "타 자자체 사업 승인 여부 결정된 바 없다"

설악산국립공원 ‘오색 케이블카’ 사업이 추진 41년 만에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면서 경남을 비롯한 전국 지방자치단체들이 너도나도 케이블카 사업에 뛰어들 조짐이다. 환경부는 “설악산 외 지자체별 케이블카 사업은 별개 사안”이라며 선을 긋고 있다. 하지만 이미 명확한 기준 없이 손바닥 뒤집듯 기존 결정을 번복한 만큼 정책 신뢰도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환경부는 23일 “설악산 오색케이블카의 조건부 협의 영향으로 다른 지역 케이블카 사업이 가능하다는 것은 사실과 다르다”며 “다른 지자체에서 논의되는 케이블카 사업은 별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설악산 이외 다른 국립공원에서 케이블카 설치는 국립공원위원회 심의, 환경영향평가 등 관련 법령에 따른 절차를 거쳐 신중히 검토할 예정”이라며 “국립공원이 아닌 지역에서 추진되는 사업도 관계 법령에 따라 검토해 대응하겠다”고 설명했다.

환경부는 지난달 27일 오색 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 ‘조건부 협의’ 의견을 강원 양양군에 통보했다. 사업이 처음 논의된 1982년 이후 41년 만에 나온 결정이다. 강원도는 2026년 운영을 목표로 2024년 착공할 계획이다.

문제는 환경부가 ‘권금성 케이블카’(강원도 속초시)에 이어 설악산에 두 번째 케이블카 설치 허가를 내주면서도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 보니 이를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인 경남도는 지난 2일 지리산 케이블카 사업을 다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에서 지리산 장터목, 함양군 마천면 추성리를 잇겠다는 구상이다. 2012·2016·2017년 각각 추진했다가 모두 환경훼손을 우려해 반려됐던 사업이다.

당장 환경단체 쪽에서는 정부가 정치적 목적으로 사업을 승인해 본래 평가 기준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대로면 생태 1급 지역인 지리산을 포함해 다른 지역에서도 우후죽순 케이블카 설치 허가가 떨어지게 될 것이라는 견해가 주류다.

정은아 경남환경연합 사무처장은 “환경영향평가 기준을 명확히 하지 않으면 많은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며 “잘못된 결정을 내린 정부는 반드시 책임을 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윤주옥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대표는 “정부가 원칙과 기준에서 완전히 벗어난 결정을 내렸다”며 “지자체에는 좋지 않은 영향을 준 격”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부에 대응하고자 내달 초 연석회의를 열어 연대 폭을 확장하고 활동 방향과 전략을 구체화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환경부는 모든 지역에서 케이블카 사업 허가가 나지는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검토 과정에서 자세히 살펴 허가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다른 지자체 집착을 털어낼 만큼 단호한 방침으로 보기는 어렵다.

이창규 환경부 환경영향평가과 과장은 “2019년 오색케이블카 설치사업 환경영향평가에 ‘부동의’한 바 있지만, 양양군이 제기한 행정심판에서 진 뒤 기존 판단이 뒤집히면서 원주지방환경청 평가서를 재검토한 끝에 사업 허가가 나왔다”면서 “이를 다른 지자체 케이블카 사업과 묶어서 보면 안 되고 환경에 좋지 않은 영향을 주는 곳이 있다면 허가가 나오기 어려운 곳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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