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 민간사업자, 시에 개선 방안 검토 요청
파산 떄는 1182억 해지시지급금 지출 추산

창원시 정상화 방안 모색·경남연구원 용역
적자 보전·파산 후 해지시지급금 지급 고민
어느 방안 선택하든 혈세 지출 불가피
시 "6월까지 사업자와 혐의해 결론낼 것"

창원시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적자 늪에 빠진 팔룡터널이 안은 시한폭탄이 점화돼서다. 폭탄이 터지는 시기는 올 6월. 민간투자사업 맹점을 고스란히 보여주는 이 문제 해결에는 결국 혈세가 들어갈 전망이다.

◇적자 눈덩이 = 2019년 팔룡터널을 건설해 운영 중인 민간사업자 팔룡터널㈜은 2021년 말 창원시에 ‘사업시행 조정계획서’를 냈다. 적자가 누적돼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창원시에 개선 방안을 검토해 달라는 내용이었다.

민간사업자는 통행료 수입으로 이자도 못 내고 있다. 잘못된 통행량 예측·턱 없는 실통행량으로 모두 꼬였다.

▲ 팔룡터널. / 경남도민일보DB
▲ 팔룡터널. / 경남도민일보DB

팔룡터널 하루 통행량은 2019년 8909대, 2020년 1만 887대, 2021년 1만 2033대, 2022년 1만 2400대다. 이 기간 민간사업자는 통행료 수입으로 2019년 27억 원, 2020년 34억 원, 2021년 37억 원, 2022년(예측) 45억 원을 거뒀다. 같은 기간 운영비용은 각각 27억 원, 30억 원, 26억 원, 26억 원이었다. 통행료 수입-운영비용만 보면 흑자이나, 문제는 금융기관에서 빌린 돈과 그 이자다.

팔룡터널㈜이 금융기관에 갚아야 할 돈은 총 1400억 원가량이다. 이자율은 연 4~11%. 민간사업자는 2019~2022년 선순위 원리금·후순위 이자 상환에 매년 59억·108억·115억·132억 원을 썼다.

운영수익만으로는 상환을 하지 못해 누적 채무는 늘어났다. 신용·후순위·건설사대출 등 추가 대출로 채무를 갚아왔지만, 이제는 이마저도 바닥이 났다. 6월에 팔룡터널㈜은 40억 원이 넘는 채무불이행이 우려된다. 애초 사업을 시작했을 때 금융권과 맺었던 추가 대출 약정이 끝나고 한도를 다 소진한다. 추가 대출을 받을 수 없으므로 파산이다. 금융권 조율이 뒤따른다면 시기를 늦출 순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불가능에 가깝다.

민간사업자가 파산하는데 왜 행정이 나서야 하느냐는 의문이 나온다.

여기에는 민자사업 맹점이 있다. 민간사업자 파산은 실시협약 해지를 뜻하는데, 팔룡터널처럼 민간투자법에 바탕을 둔 사업은 ‘해지시지급금’을 보장한다. ‘실시협약 중도 해지 때 주무관청이 해지시지급금을 지급한다’는 내용을 실시협약에 새기는 것이다. 창원시와 팔룡터널㈜ 실시협약에도 이 조항은 들어 있다.

귀책 사유를 따져봐야겠지만 팔룡터널㈜ 파산 때 창원시가 해지시지급금을 줘야 하는 사실은 변함 없다. 각종 소송 제기와 소송비·이자 부담도 뒤따른다. 올해 팔룡터널㈜이 파산한다면 창원시가 내야 할 지급금은 1182억 원(조성원가 기준 감가상각 적용·부가세 10% 포함·민간사업자 귀책 때)으로 추산된다.

◇고민 깊은 창원시 = 창원시는 팔룡터널 정상화 방안을 찾고자 지난해 2월 경남연구원에 용역을 맡겼다. 용역 결과는 지난해 9월 나왔다.

앞서 시가 선택할 수 있는 정상화 방안은 △지급 보증 △적자 보전 △파산 후 해지시지급금 지급 △공익처분 등 네 가지 정도였다.

이 중 시는 지급보증은 처음부터 배제했다. 후순위 채권 정리가 불투명하고 일이 잘못 풀리면 창원시가 대신 빚을 갚아야 해서다. 민간사업자 귀책이 뚜렷한 상황에서 공익처분은 명분도, 실익도 없다고 봤다. 해지시지급금과 마찬가지로 1182억 원가량이 들고, 법원 판단이 늦춰질수록 실익은 준다.

시는 적자 보전과 해지시지급금을 주는 방안에 중심을 두고 검토 중이다.

해지시지급금은 간단하다. 민간사업자가 파산하면 1182억 원을 물어주는 거다. 물론 각종 소송 제기·패소도 각오해야 한다. 시 귀책이 일부 인정된다면 지급금 규모가 늘어날 수도 있다. 이보다 시가 걱정하는 건 1000억 원이 넘는 목돈이 나간다는 것이다. 일시금으로 지급하지 않으면 지연 이자도 발생한다.

목돈 지출로 다른 현안 사업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금융권에서 돈을 빌린다면 이자 부담도 생긴다. 팔룡터널 운영권을 넘겨받으면 운영 방향도 새로 고민해야 하는데, 혹 통행료 전면 무료를 도입하면 고정적인 도로 관리·운영비 지출·시비 투입은 감수해야 한다.

창원시 양덕교차로(마산회원구 양덕동)에서 평산교차로(의창구 팔룡동)를 잇는 팔룡터널 공사현장. /경남도민일보 DB
창원시 양덕교차로(마산회원구 양덕동)에서 평산교차로(의창구 팔룡동)를 잇는 팔룡터널 공사현장. /경남도민일보 DB

새 민간사업자를 끌어와 해지시지급금을 부담하게 하고 터널 운영권을 넘겨줄 수도 있겠지만 적자 위험을 감당하며 사업을 하려는 곳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새 사업자가 통행수입이 증가하지 않으면 또 적자 보전을 요구할 가능성도 크다.

적자 보전 정상화 방안은 흔히 말하는 사업재구조화다. 팔룡터널 운영권(해지시지급금 기준 1182억 원)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실시협약에 담는 게 시작이다. 민간사업자는 이 운영권 가치를 앞세워 새롭게 대출을 하고, 이 돈으로 기존 고금리 대출을 정리해 원리금·이자 상환 비용을 낮추는 것이다.

적자 보전은 통행료 수입에서 운영비용과 조정을 마친 대출 원리금·이자 상환 비용을 뺀 나머지에 해당한다. 이 과정에서 통행량 재산정·반영, 운영비용 감축, 통행료 수입 투명성 확보 등은 필수적이다. 시는 적자 보전 비용이 연 최소 16억 원 정도가 들 것이라 본다. 민간사업자 팔룡터널 운영 기간이 2018년 11월 1일~2047년 10월 31일이기에, 25년간 적자를 보전해야 한다.

시는 확정된 정상화 방안은 아직 없다고 밝혔다. 시비 투입을 최소화하는 안이 무엇인지, 어느 게 가장 합리적인지 계속 살피고 있다고 강조했다.

창원시 건설도로과는 “민간사업자에게 대주단 추가 출자·금리 인하·인력 구조조정 등 자구책 마련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며 “혹 적자 보전이 결정된다면, 민간사업자는 잉여 수익금을 시에 귀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팔룡터널 문제는 애초 통행량 예측을 잘못하는 등 민간사업자 귀책이 명백하나, 실시협약상 민간사업자가 사업 조정계획서를 제출하면 주무 관청은 성실히 협의해야 할 의무가 있다”며 “6월까지 민간사업자와 협의를 이어가 정상화 방안을 마련하고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민간투자사업은 한국개발연구원 적격성 검토만 통과하면 사업 추진에 큰 지장이 없다. 사업 영위 과정에서 문제가 생기면 세금 지출은 불가피하고 민간사업자는 윤리 경영을 외면하기 일쑤다. 민간투자사업을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정부 기조 속에서 시민 편의를 볼모로 한 민간투자사업 논란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창언 기자


☞팔룡터널은
창원시 마산회원구 양덕교차로와 의창구 팔룡동 평산교차로를 연결한다. 총길이는 3.97㎞(터널 2.63㎞), 차로 폭은 18.5~30m다. 2014년 2월 25일부터 2018년 10월 24일까지 공사를 진행했다.

민간사업자 팔룡터널㈜이 공사와 운영을 맡았다. 민간사업자 지분율은 삼부토건 30%, 태영건설 20%, 대아건설(현 경남기업) 13%, 광득종합건설 10.5%, 새미래건설 9%, 중앙건설 7.5%, 신세계건설 5%, 경동건설 5%(총 8개사)이다. 사업비는 총 1687억 원이 들었다. 창원시가 221억 원, 경남도가 72억 원을 지원했고, 팔룡터널㈜이 1394억 원을 냈다.

마창대교·거가대로처럼 최소운영수입보장(MRG·예측 통행료 수입에 미치지 못할 때 지방자치단체가 차액분 보장) 방식을 적용하지 않았다. 팔룡터널㈜은 준공 후 터널을 시에 기부채납했고 29년(2018년 11월 1일~2047년 10월 31일)간 통행료를 받아 투자비를 회수하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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