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소재로 한 초연 작 두 편
해방 직후 혼탁 충돌 그려낸
통영 극단 벅수골 '곰팡이들'
파편화된 공동체 되짚어보는
창원 극단 미소 '난파, 가족'

올해 제41회 경남연극제에서 처음으로 세상에 선보이는 작품들이 있어 직접 보고 왔습니다. 21일 3.15아트센터 소극장 무대에 오른 통영 극단 벅수골 <곰팡이들>(극본 유보배·연출 장창석)과 22일 대극장에서 공연한 창원 극단 미소 <난파, 가족>(극본·연출 장종도) 입니다. 

통영 극단 벅수골 '곰팡이들'. /경남연극협회
통영 극단 벅수골 '곰팡이들'. /곽기수 사진가

◇극단 벅수골 <곰팡이들> = 1945년 해방 직후, 어느 가족 이야기입니다. 가장인 해석을 중심으로 아내 영설, 여동생 청윤, 친딸은 아니지만 거둬 딸처럼 키우는 단야까지가 그의 식구입니다. 어느 날 해석의 집에 손님 은오가 찾아옵니다. 은오는 강제 징집당한 동생을 잃은 아픔이 있습니다. 그는 품에 어떤 이의 명찰을 품은 채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을 늘어놓습니다. 명찰에 쓰여있는 이름은 오이야마 게이타. 해석의 또 다른 이름입니다. 해석은 일제하에 부역하는 길만이 성공할 수 있다고 믿었습니다. 일본군에 자원입대해 독립군을 죽이거나 강제로 끌려온 아이들을 군율로 다스리기도 했습니다. 당시 한쪽 눈을 잃기도 했죠. 해방 후에는 일본군으로 살았던 과거를 숨겨야만 했습니다. 유곽에 있는 사람들의 빚을 청산하며 영설을 아내로 맞이합니다. 독립군 딸인 단야도 거뒀습니다. 단야에겐 자신을 이름 없는 독립군이라 설명했습니다. 청윤은 일본군과 결혼했었습니다. 은오는 죽은 동생이 가지고 있던 명찰의 주인공을 수소문해 해석을 찾아갔습니다. 어떤 사람인지 보기만 하려 했는데 복수심이 차오릅니다. 해석을 만나고 난 후, 은오는 말합니다.

 "마음에 곰팡이가 피었어. 조금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조금이 퍼져서 날 뒤덮어버려."

인물들은 모두 각자의 곰팡이를 품고 살아갑니다. 해석은 아무리 숨기려 해도 숨겨지지 않는 자신의 과오에, 은오는 동생을 잃은 아픔에, 영설은 억압받는 여성 삶에 분노합니다. 그 시대의 아픔, 곰팡이 같은 분노는 쉽게 사라지지 않습니다. 해방 후, 혼탁한 세상 속에선 여러가지 가치들이 충돌합니다. 염세주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제국주의, 봉건주의 등이 뒤엉킵니다. 작품엔 아기 울음 소리가 자주 들려옵니다. 해석과 영설의 아이죠. 연출은 그 아이가 바로 오늘날의 우리라고 해석했습니다. 

 "해방 이후, 혼탁한 세상의 원인을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진실이 무엇인지를 질문하고 싶었죠. 이런 시대 속에서, 이 혼탁한 사회 속에서 우리는 태어났습니다. 아직도 이어지는 친일 문제를 우리는 어떻게 봐야 할까요? 관객들에게는 당신은 어떤 가치관을 가지며 살아갈 건지도 묻고 싶었습니다."

<곰팡이들>을 연출한 장창석 씨의 말이었습니다. 

창원 극단 미소 '난파, 가족'. /경남연극협회
창원 극단 미소 '난파, 가족'. /경남연극협회

◇극단 미소 <난파, 가족> = 지역에서 이름난 식당 황가정. 그 식당을 지키며 고집스럽게 살아온 황택수는 성공한 사업가입니다. 지금까지 부와 명성을 쌓아 올린 그는 우연하게 여행할 기회를 얻습니다. 며칠 후, 가족들은 황 사장의 난파 소식을 듣게 됩니다. 가족들은 아버지를 찾아야 할까 고민했습니다. 그러다 찾지 않는 게 더 행복한 길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죠. 우여곡절 끝에 다시 돌아온 아버지는 환영 받지 못하고, 가족 공동체는 흩어집니다. 가족 구성원들은 서로 각자 다른 삶을 꿈꾸며 파편화됩니다.

작품은 가족이란 무엇인가란 의문에서 시작했습니다. 

 "이 사회 근간은 가족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다면 가족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작품을 통해 시대의 가족 공동체를 되짚어 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가족에 대한 어떤 규율을 이야기하는 게 아닙니다. 평범한 가족이지만 상황만 특별했죠 . 작품을 통해 가장 많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은 가족 구성원들이 서로 미워하고 싸우고, 이런 것들이 별로 특별한 게 아니라 평범하고도 보통인 모습이라는 겁니다."

<난파, 가족> 작가이자 연출인 장종도 씨의 말이었습니다.

지금까지 경남연극제 통신원 백솔빈 기자였습니다.

/백솔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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