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벚꽃 산책 코스와 벚꽃 드라이브 코스
다음 주 중반에서 주말 절정 예상

벚꽃. /이서후 기자
진해 벚꽃. /이서후 기자

다시, 벚꽃 시절이 왔습니다. 올해 경남 벚꽃은 다음 주 중반에서 주말까지가 절정이지 않을까 싶습니다.

진해군항제 이야기로 시작해 도내 벚꽃 명소들을 쭉 한 번 모아봤습니다. 벚꽃이 풍성하게 피는 곳들 중심인데요. 어쩌면 벚나무 수는 중요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어 함안 말이산고분군 중간 딱 한 그루 있는 벚나무가 주는 느낌 역시 아주 강렬하거든요. 그러니 이번 기사를 참고삼아 각자 벚꽃 명소를 찾아보는 것도 좋겠습니다. 

◇진해 벚꽃 이야기 =  25일 오랜만에 진해 군항제가 시작됩니다. 여좌천이니 경화역 같은 곳 굳이 이야기하지 않아도 잘 아실 테고, 여기서는 진해가 어떻게 벚꽃 명소가 되었는지 이야기해 볼게요. 한국에 애정이 많은 일본 재야사학자 다케쿠니 도모야스가 쓴 진해 군항 역사 기록 <진해의 벚꽃>을 보면 일제강점기 진해 건설 초기에는 벚나무를 그렇게 많이 심지 않았다고 합니다. 당시 총 20만 그루의 나무를 심었는데, 벚나무는 2만 그루 정도였다고 하네요. 이후에 일본 제국군의 상징으로 해군기지 곳곳에 벚나무를 심기 시작했다고 하네요.

1920년대부터는 따로 벚꽃축제가 없었지만, 당시에도 벚꽃 철이면 전국에서 진해로 구경 왔다고 합니다. 해방 후에 진해 도심에 있던 대부분 벚나무가 일제 잔재라면서 베어졌습니다. 그러다가 1960년대에 다시 도심에 벚나무를 심기 시작합니다. 1962년 식물학자인 박만규 당시 국립과학관장이 "원래 벚꽃은 우리나라 꽃이고, 한라산이 원산지"라고 주장합니다. 이분이 실제로 한라산에서 처음으로 왕벚나무 자생지를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그러자 일본에서도 뭔 소리야! 하면서 본토에서 자연산 왕벚나무 자생지를 찾기 시작했는데, 못 찾았어요. 그래서 한국 원산지 설이 더 큰 힘을 얻죠.

실제 1960년대에는 진해를 관광도시로 키우려는 계획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벚나무를 다시 심었어요. 그것도 일본에서 왕벚나무 묘목을 수입해서 심습니다. 이때 재일교포 사이에서도 벚나무 기증 운동 같은 게 일어나서 80년대까지 6만 그루 정도를 기증합니다. 이게 다 살아 있다면 지금 진해 도심의 벚나무 절반은 재일교포가 기증한 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도 일제강점기에 심은 벚나무가 살아 있는 곳이 있습니다. 장복터널 지나자마자 오른쪽 내리막은 여좌천 가는 길이고, 왼쪽은 장복산 조각 공원으로 올라가는 도로입니다. 이 도로 주변 벚나무들이 아주 크고 우람합니다. 이 나무들이 사실 일제강점기 에 심은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도내 벚꽃 나들이를 가볼까요.

거창 덕천서원 벚꽃 풍경. /거창군
거창 덕천서원 벚꽃. /거창군
거창 덕천서원 벚꽃 풍경. /거창군
거창 덕천서원 벚꽃. /거창군

◇벚꽃 산책은 여기서 =  거창읍 덕천서원은 거창을 대표하는 벚꽃 명소입니다. 아담한 저수지 주변을 벚나무가 둘러싼 게 꽃이 피기 시작하면 걷기에 소담하고 보기에 풍성한 느낌이 됩니다. 특히 돌다리 위에서 사진을 찍기 좋고요, 팔각정에서 보는 풍경도 멋집니다. 마리면 고학리 용원정 쌀다리는 사진 애호가들에게 입소문 난 곳입니다. 다리 아래로 흐르는 개울, 다리 위로는 머리 위를 휘감은 벚꽃이 아름다운 풍경을 만듭니다. 거창읍 건계정 산책로도 봄이 오면 벚꽃이 터널을 이루죠.

사천시 용현면 선진리성은 사천을 대표하는 벚꽃 명소입니다. 이곳은 임진왜란  때 왜군이 만든 일본식 성이죠. 최근 복원을 제대로 했느냐는 논란이 있었지만, 중요한 건 성 안에 오래된 벚나무들이 가득 있다는 겁니다. 임진왜란 때 이곳에 주둔하던 왜장의 후손이 일제강점기에 이 성을 사들입니다. 그러고 나서 성 안에 벚나무를 가득 심었고요. 이 나무들 덕분에 지금은 봄마다 '선진리성 벚꽃축제'가 열립니다. 올해는 27일부터 4월 9일까지네요.

사천 선진리성 벚꽃 풍경. /사천시
사천 선진리성 벚꽃. /사천시

다음은 통영 봉평동에 있는 봉숫골입니다. 용화사거리에서 미륵산 등산로 입구 용화사 주차장까지 낮게 이어지는 오르막 2차로 도로 주변으로 아기자기하고 예쁜 가게들이 많아서 젊은이들에게 인기가 있는 곳입니다. 그리고 이곳도 매년 봄에 벚꽃축제가 열리는 곳입니다. 올해는 4월 1, 2일 '제18회 봉숫골 꽃나들이 축제'가 열립니다. 여기도 4년 만에 열린다니 반갑네요.

다음은 밀양입니다. 밀양 벚꽃 하면 영남루 수변공원길을 꼽습니다. 밀양 관광 명소인 영남루에서 시작해 밀양 강변을 따라 쭉 걸어가는 길인데, 다 멋진 건 아니고 벚꽃 포인트가 있습니다. 중간에 강변 주차장이 좀 길게 있는데요. 주차장 주변 벚꽃이 봄만 되면 진짜로 풍성하게 핍니다. 주차장이 지대가 낮잖아요, 주차장에서 위로 올려다보면 그야말로 풍성한 벚꽃이 하늘을 가득 채운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밀양 강변 벚꽃. /이서후 기자
밀양 강변 벚꽃. /이서후 기자

다음은 함안입니다. 칠서 톨게이트 주변 광려천을 따라 산책로가 있는데, 산책로 양쪽으로 벚나무가 늘어서 긴 터널을 만들고 있습니다. 벚나무들이 그렇게 크진 않아서 하늘을 다 덮진 못하지만, 그래도 양쪽으로 벚꽃을 거느리면서 강변을 걸으면 기분이 얼마나 좋겠습니까.

올해는 김해 율하천 일대에서도 25일에서26일까지 '제4회 율하카페거리 벚꽃축제'가 열립니다. 사실 이곳은 사계절 산책하기 좋은 곳이기도 합니다.

마지막 벚꽃 산책은 거제로 갑니다. 거제 하청면 유계리 서항마을에  요즘 알려지기 시작한 벚꽃 명소가 있습니다. 서항마을회관에서 가까운 곳인데 '비밀의 화원 벚꽃 정원'이라고 불리더군요. 숲길 양쪽으로 키 큰 벚나무들이 가지를 길쭉하게 뻗고 있는데, 벚꽃이 활짝 피면 그야말로 눈앞에 온통 벚꽃만 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여기는 사유지라 주인이 벚꽃 철에 좋은 뜻으로 문을 열어둬야 갈 수 있습니다. 물론 매년 문을 열어주시고 있지만요.

◇벚꽃 드라이브는 여기서 = 이번에는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벚꽃 드라이브라 하면 하동 십리벚꽃길이 바로 떠오르죠. 올해는 이 길 초입 화개장터에서 31일에서 4월 2일까지 제25회 하동군 화개장터 벚꽃축제가 4년 만에 열립니다.

통영 봉숫골 벚꽃 풍경. /이서후 기자
통영 봉숫골 벚꽃. /이서후 기자

우리는 김해부터 가볼까요. 김해시가 추천한 벚꽃 드라이브 길이 몇 곳 있습니다. 먼저 김해시 진례면 클레이아크김해미술관 근처에 있는 왕벚나무 길입니다. 1042호 지방도를 따라 달리면 되는데요, 3.2㎞ 구간 양옆으로 왕벚나무 600그루가 나란히 있습니다. 벚나무가 크진 않은데 도로 양옆으로 나란히 줄을 지어서 운전하면서 보면 아주 예쁩니다. 다음 분산성 가는 길인데요. 여러 갈래가 있는데, 김해시 동상동 분성체육공원에서 미륵암이란 암자를 지나 가야테마파크까지 가는 임도가 있습니다. 한 2㎞ 정도 길이인데, 이곳이 벚꽃으로 유명합니다. 임도 주변으로 한 1000그루 정도 된다고 합니다. 

합천으로도 가보죠. 합천호 둘레도 벚꽃이 좋습니다. 특히 합천댐 지나 황강을 따라서 하류 쪽으로 이어진 도로는 이름이 아예 백리벚꽃길입니다. 

진주는 진양호 주변이 벚꽃 명소입니다. 대평 벚꽃길이라고 진주 시내 쪽에서 간다면 내비게이션에 청동기문화박물관 찍고 가시면 되고 반대쪽이시라면 박물관에서 시작하시면 됩니다. 진주 금산면 금호지라는 큰 저수지 근처 도로에도 오래된 벚나무들이 많아서 벚꽃 터널을 이룹니다. 이곳을 달리다 내친김에 월아산 자연휴양림가는 질매재까지 가도 좋겠습니다.

밀양에는 삼랑진에 양수발전소가 있는데 여기로 가는 길도 30년 이상 된 벚나무들이 쭉 늘어서 벚꽃이 장관입니다. 유명한 관광지는 아니라서 여유롭게 드라이브하시기 좋을 겁니다.

함양에도 가볼까요. 백운산 가는 도로가 벚꽃으로 유명합니다. 정확하게는 함양 읍내에서 시작해서 병곡면 지나 백전면 백운마을까지 이어지는 길입니다. 특히 백전면 구간 국도에 재일 교포가 기증한 벚나무 수천 그루가 심겨 있습니다. 실제로 매년 봄에 백운산 벚꽃 축제가 열리던 곳입니다. 올해는 4월 8, 9일 제21회 함양백운산 벚꽃축제가 열리네요.

함양에서 가까운 산청으로 가면 산청 시천면 소재지에서 중산리 가는 길도 도로변 벚나무가 꽤 커요. 그래서 곳곳에 벚꽃 터널이 만들어집니다.

의령 자굴산 관광순환도로는 에스(S) 자로 굽이굽이 고개를 넘어가기에 일명 색소폰 도로라 불립니다. 이 도로 주변에 봄이면 벚꽃이 활짝 핍니다. 

또 창녕 화왕산 가는 길도 벚꽃 드라이브하기에 좋아요.

다음 바다로 가볼게요. 거제로 갑니다. 거제 동부면 구천저수지 지나서 망치재에서 시작해 망치해수욕장 가는 샛길 같은 도로가 있습니다. 길이가 3km 정도 됩니다. 여기도 벚꽃 드라이브로 유명하죠. 이 길은 황제의 길이란 별명이 있는데요. 실제 1968년 5월 당시 국빈 방문한 에티오피아 하일레 셀라시에 황제가 지날 때 펼쳐진 경치가 너무 좋아서 차를 세우고 '원터풀'을 7번이나 외쳤다고 하네요. 거제에서 장승포 해안 벚꽃길을 빼놓으면 안 되죠. 정확하게는 장승포와 능포 사이 해안 일주도로입니다. 2000년, 벌써 20년 전이네요. 장승포 출신 윤종문 경남버스 회장이, 부산 버스 회사입니다. 2년생 왕벚나무 600그루를 기증해서 만들어진 꽃길입니다. 바다를 따라 굽이굽이 휘어지면서 바다도 좋고 벚꽃도 좋은 드라이브 코스입니다.

남해 충렬사 앞에서 왕지마을까지 이어진 설천 해안도로. 남해 충렬사 자체도 벚꽃 명소죠. 충렬사 지나면서부터 벚나무들이 쭉 이어집니다.

/이서후 기자 자치행정2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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