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원 예약 플랫폼 7곳 조사
광고 상품 상단 노출 비율 높아
한달 광고료 600만 원까지도
업소 고객 유치 위해 울며 겨자먹기

숙박 예약 이음마당(플랫폼)이 성행하는 와중에 광고 표시 부적절, 과도한 광고료 책정 등 문제가 생기고 있다. 이와 관련된 해결책은 전혀 없어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는 사업자와 이용자 모두 손해를 보는 상황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지난 21일 국내외 숙박 예약 플랫폼 6곳을 조사한 내용을 발표했다.

◇숙박 예약 앱은 '광고'를 추천한다 = 한국소비자원이 조사한 플랫폼 중 1곳을 제외한 5곳은 광고 상품을 판매하고 있었다. 국외 사업자 3곳은 '광고'라고 한글로 표시했다. 하지만 국내업체 2곳은 광고 영어 약자인 'AD(Advertisement)'로 표시하고 있었다. 

한국소비자원은 각 플랫폼 상위에 노출되는 숙박상품 가운데 광고 비율을 조사했다. 모텔 경우, 야놀자와 여기어때 앱 상위 상품 광고 비율은 100%였다. 펜션·풀빌라는 야놀자 100%, 여기어때 56.2%가 상위 노출된 광고 상품 비율이었다.

숙박 예약앱 '야놀자'에서 숙소를 검색하면 광고 상품이 가장 먼저 노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보라 기자
숙박 예약앱 '야놀자'에서 숙소를 검색하면 광고 상품이 가장 먼저 노출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우보라 기자

호텔은 야놀자와 부킹닷컴이 각 93%, 아고다 19%, 호텔스닷컴 4% 순이었다. 

한국소비자원은 '야놀자 추천순' '여기어때 추천순'에서 광고 상품을 우선 노출하고 있다면서 소비자가 추천 사유를 오인하지 않도록 추천기준에 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고 했다. 

◇과도한 광고료 책정에 사업자 사정은? = 숙박 예약 앱 상품목록 최상단에 있으려면 매출의 20~30%에 달하는 광고료를 지급해야 한다. 이 또한 숙박업계에서 문제점으로 지적하는 문제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오동동에서 숙박업을 운영하는 방 모 씨는 숙박 예약 애플리케이션을 4개 정도 이용하고 있다. 2개는 예약 수수료 10% 상품을 이용하고 있다. 나머지 2개 업체에 고액 광고료를 내고 있다. 수수료와 광고비를 합치면 한 달에 500만 원, 많게는 600만 원까지 지출한다. 

방 씨 업소 월 매출은 3000만~4000만 원이다. 이 가운데 20%가량 광고료로 지출하는 셈이다. 4년 전에 업소를 개보수할 때 수억 원을 대출해 이자를 갚고 있다. 최근 높아진 전기·가스·수도 요금으로 한 달 지출액은 4000만 원이 넘는다. 매달 적자지만 대출 이자를 갚아야 해 쉽사리 폐업을 결정할 수도 없다. 

방 씨는 "광고료가 너무 많아 400만 원 상품으로 낮췄더니 손님이 안 오더라"라며 "다시 500만 원 상품으로 바꿨다"고 말했다. 그야말로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운영하고 있다. 

윤동한(37) 대표는 창원시 의창구 북면에서 숙박업소를 운영하고 있다. 윤 대표 업소는 유동인구가 많은 동네보다 예약 경쟁이 치열하지 않다. 윤 대표 업소는 온천탕을 겸해 손님들이 방문하는 목적이 뚜렷하다. 그래서 윤 대표는 숙박 예약 앱에 의존하지 않는다. 손님 가운데 절반가량이 숙박 예약 앱 2곳에서 예약해 기본요금으로 이용하고 있다. 윤 대표는 한 달에 80만 원 정도 광고료를 내고 있다.

윤 대표는 "숙박 예약 앱 수수료를 정산하는 월말에 관계자가 와서 고액 광고 상품을 권하지만 현재 이 일대 숙박업소는 기본광고를 고수하려 한다"고 말했다. 

㈔대한숙박업중앙회 직할마산지회 관계자는 "창원과 마산·진해로 나뉘어 최상단 노출 광고료가 상이하다"며 "창원은 업소당 한 달에 550만~600만 원 정도 지출하고 마산·진해도 450만 원정도로 내고 있는데 이 가격을 공개하지 않고 실제 구매로 이어져야만 알 수 있게 해뒀다"며 "숙박 예약 플랫폼사가 부르는 게 값이다"라며 온라인 플랫폼의 독점을 꼬집었다. 

◇온라인 플랫폼 규제안이 없다 = 한국소비자원이 접수한 숙박 관련 피해구제 신청 수는 최근 4년간 총 4732건이었다. 이 가운데 숙박 플랫폼 6곳 대상 소비자 피해구제 신청 건수는 총 2053건으로 43.4%를 차지했다. 숙박 관련 피해 가운데 숙박 플랫폼이 차지하는 비율은 2019년에 37.3%이었으나 2022년에 51.4%로 4년 만에 14.1%포인트(p) 상승했다. 

㈔대한숙박업중앙회 직할마산지회 관계자는 "대한숙박업중앙회는 광고 예약 플랫폼사에 수수료를 7~8%로 낮춰달라는 등의 요청을 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며 "정부가 온라인 플랫폼 관련 법안을 발의한 것으로 아는데 자영업자, 숙박업자들 현재 상태를 고려해서 법안이 통과돼 온라인플랫폼을 규제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부와 국회는 2020년부터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 공정화 또는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발의해왔다. 현재 15개 법안이 계류 중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12월 온라인플랫폼정책과를 신설해 1년간 운영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온라인 플랫폼 중심 경제구조가 심화하면서 플랫폼 독과점으로 시장 왜곡, 플랫폼-입주업체 간 갈등, 소비자 피해 현안 등을 체계적을 대응할 필요가 있어 관련 전담 부서 신설을 진행했다. 

공정위 내 온라인플랫폼정책과는 플랫폼 분야 갈등과 소비자 현안에 대한 민간의 자율규제 논의 지원, 플랫폼 업종별 실태조사 등을 수행한다. 또한 온라인 플랫폼 시장의 독과점 문제 해소 및 경쟁 촉진과 관련된 정책 수립 업무를 맡고 있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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