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6월 이후 증가세 계속
금리 인상·노동자유출 등 원인
업계 "공공 매입 절실하진 않아"
고금리 지속 땐 가격 상승 가능성

몇 년 동안 꾸준히 줄어들던 경남 민간주택 미분양 물량이 김해·거제를 중심으로 다시 늘어나고 있다. 다만, 악성 미분양이라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은 내림세로, 다른 지역보다는 건설업계 부실 우려는 덜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지난해 하반기 '김진태 사태(강원도 레고랜드 자산유동화증권 부도)'가 불러온 채권시장 위기 이후 주택건설업계는 급속히 얼어붙었다. 금리 상승으로 시공 비용과 미분양 물량이 증가하던 중, 금융권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까지 막혀서다. 이에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일 "공공기관이 미분양 주택을 사들여 취약계층에 재임대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한 바 있다.

당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 임대·환매조건부 매입 등 구체적인 정책을 기대하는 시선이 많았지만, 국토교통부는 별다른 후속 조치 없이 관망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지난 1월에는 전국 미분양 물량(7만 5359호)이 10년 2개월 만에 가장 많아졌지만, 원희룡 장관은 지난 21일 "미분양 물량을 10만 가구까지 각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미분양 물량 상당수는 대기업 보유분으로 전체 경제 위기로 번질 가능성이 작고, 분양가를 낮추는 식으로 업계가 자구책을 마련하라는 취지다.

경남 상황은 어떨까. 도내 미분양 물량은 2017년부터 치솟아 2018년 6월 1만 5095호로 정점을 찍었다. 이후 서서히 줄기 시작해 2021년 11월에는 1346호까지 내려왔었다. 하지만, 이후부터 또다시 증가 추세다. 경남도가 22일 공개한 자료를 보면, 올해 2월 기준 도내 민간주택 미분양 물량은 총 4627호다. 지난 1월(4791호)보다는 소폭 줄어들었지만, 2022년 6월부터 꾸준히 오르고 있다.

특히 지난해 10월 김해시와 거제시 미분양 물량이 큰 폭으로 늘면서 전체 미분양도 2배 가까이 증가했다. 김해시는 대규모 단지 공급 일정이 한꺼번에 몰렸지만, 매달 미분양 물량을 일정 정도 없애나가고 있다. 반면, 거제시는 지난해 공급 일정을 진행한 540여 가구 공동주택 단지에 대거 미분양이 나면서 상황이 악화했다.

최성록 한국공인중개사협회 거제시지회장은 "우선 할인·특혜 계약에 관심을 뒀던 투자자들이 지난해 금리 인상으로 계약을 포기하면서 기존 물량을 털지 못했다"라며 "최근 미분양이 대거 발생한 공동주택 단지는 여러 방면으로 분양 노력을 이어가는 것으로 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조선 수주 실적이 오르는데 실질적인 근로자 유입이 안 된다"라며 "처우 개선이 안 되다 보니 다들 경기도 평택 등으로 떠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악성 미분양'이라고 불리는 준공 후 미분양은 오히려 줄어드는 추세다. 2020년 8월 6383호로 정점을 찍은 뒤 꾸준히 감소해 올해 2월에는 686호를 기록했다. 2년 6개월 만에 10%로 줄어든 것이다. 준공 후 미분양은 건설사들이 가장 꺼리는 상황이다. 착공 이전 미분양이라면, 당장 공사비와 금융 부담은 없지만, 준공 후 미분양은 시공비를 회수하지 못할 뿐 아니라 종합부동산세 등 세금 부담까지 져야 하는 까닭이다. 

대한주택건설협회 울산경남도회 관계자는 "경남 건설업계는 현재 사태를 관망하는 상황으로, 공공 매입이 절실히 필요한 분위기는 아니다"라며 "대구처럼 2~3년 전 허가를 받아 동시다발적으로 사업을 일으키지 않아 현재 준공 후 미분양이 많이 없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코로나 이전부터 원전 업계를 비롯해 제조업 타격이 심했기 때문에 공급 심리가 꺾인 상황이었다는 것이다. 

이어 "그나마 사업을 벌이는 곳은 1군 건설업체나 신탁회사 쪽이 많아 상대적으로 안정적"이라며 "조선업 노동자 유입, 금리 안정 등이 늦어지면 공급 물량이 잠겨 집값이 더 올라갈 위험은 있다"라고 덧붙였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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