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매니아 '장건율 화가' 인터뷰
자연 곁에서 즐기는 캠핑 방식 고민
몸 움직이는 친환경 이동 수단 선택
간소한 짐으로 쓰레기 줄이기 실천

캠핑하기 좋은 계절, 겨울과 여름 그 사이 초록빛으로 가득한 봄이다.

인기 좋은 오토 캠핑장이나 글램핑장은 주말 예약이 벌써 가득 찼다. 자연 곁에서 즐기는 캠핑, 차를 버리고 가는 방법은 없을까 궁리해 본다. 두 발로 걷거나 두 발을 저어서 자전거로 갈 수가 있구나.

“인간이 탄소 발자국을 남기지 않고, 가장 빠르고 멀리 갈 수 있는 수단이 자전거라고 생각해요. 자전거를 타면 내 몸이 엔진이죠. 가다가 힘들면 내 의지로 멈출 수 있잖아요. 물론 돌아갈 수도 있고요. 무엇보다 발 딛고 서 있는 어디서나 바람을 막고 내 한 몸 누워서, 휴식을 취하거나 잠을 청할 수 있다니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몰라요.”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삼은 지 10년, 지난해 자전거 캠핑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는 장건율(31) 화가. 스케치 활동, 자전거 수집, 암벽 등반. 이 모든 취향이 어느덧 자전거 캠핑으로 수렴됐다는 그와 지난 20일 나눈 이야기를 풀어본다.

장건율 화가는 자전거 매니아다. 전국을 돌며 스케치를 하고 싶다는 목표로 자전거 캠핑을 익히고 있다. /박정연 기자
장건율 화가는 자전거 매니아다. 전국을 돌며 스케치를 하고 싶다는 목표로 자전거 캠핑을 익히고 있다. /박정연 기자

-자전거 캠핑을 시작한 계기는?
“꿈 때문이다. 전국을 돌아다니면서 그림을 그리고 싶다는 오랜 꿈에 한 발짝 다가가기 위해서다. 자연에서 만난 꽃도 그리고 우연히 만난 사람의 초상화를 그리고 싶다는 꿈 말이다. 그 꿈을 이루고자 자전거 캠핑을 3년 전부터 틈틈이 준비했다. 중고로 자전거도 구하고, 정비법도 배우고 체력도 길렀다.”

-자전거 종류와 선택 기준은?
“크게 보면 쫄쫄이 같은 옷을 입고 타는 로드 바이크가 하나고, 타이어처럼 두꺼운 바퀴가 달린 산악용 자전거로 불리는 엠티비 바이크 두 가지로 나뉜다. 기능이나 무게 등 여러 면에서 그 중간지대에 있는 게 일명 캠핑용 자전거로 불리는 그래블 바이크와 투어링 바이크이다. 최근 자전거 캠핑을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현대식 투어링 바이크를 찾는 경향이 있다. 개인적인 취향이 올드한 것을 찾는 편이라 가구로 치면 엔티크한 것, 옷으로 말하면 구제 스타일이 좋다. 그래서 자전거도 투어링 바이크 전신이라 할 수 있는 랜도너 바이크를 중고로 구해서 개조해서 타고 있다. 일반 자전거와 가장 큰 차이점은 짐을 실어야 하기 때문에 앞바퀴에 바구니를 고정할 수 있는 포크가 있어야 하고, 자전거 무게 중심이 흔들리지 않게 뒤쪽 바퀴에 양쪽으로 매달 수 있는 가방을 활용한다.”

중고로 산 자전거를 수리해 캠핑 이동 수단으로 삼았다. /장건율 화가
중고로 산 자전거를 수리해 캠핑 이동 수단으로 삼았다. /장건율 화가

-준비 과정은 어떤가?
“일단 자전거와 친해지는 게 기본이겠다. 도로변을 다니는 일이 잦기 때문에 자전거를 잘 제어할 수 있어야 한다. 자전거 전용 도로를 이용해 달리기도 하지만 비포장도로를 달릴 수도 있기에 체력 소모가 큰 편이다. 또 캠핑 기간을 어느 정도로 잡느냐에 따라서 준비 기간이 길어질 수 있다. 자전거는 고장이 날 수도 있기 때문에 장기간 캠핑을 떠나려면 손수 고치는 방법도 미리 습득하고 익혀야 한다.”

-자전거 캠핑은 실제 어떤 방식인가?
“지난주 낙동강 자전거길을 다녀왔는데, 이때는 자전거 캠핑이 처음인 친구와 같이 간 일정이라 목적지에 짐을 풀어 놓고 주변에서 자전거를 타고 와서 텐트를 치고 캠핑을 하는 방식이었다. 주된 방식은 지난해 12월에 부산 기장에서 울산 간절곶까지 자전거로 3시간 정도 이동해서 모래사장 위에 1인용 텐트를 치고 하루 자고 다음날 돌아오는 일정이다. 하루 기준으로 3시간 정도 자전거를 탄 것은 짧은 편이다. 하동에 갔을 때는 아침 8시에 출발해 오후 5시까지 자전거로 이동해서 노지에 텐트를 치고 잠을 청했다.”

 

자전거에 캠핑 짐을 싣고 이동하고 있다. /장건율 화가

-노지에서 잠을 청하면 무섭지 않나?
“그래서 주로 아는 형과 둘이 간다. 형이 나보다 자전거 고수다. 잠은 각각 1인용 텐트를 치고 자는데, 자전거를 타고 이동할 때도 둘이 가는 게 안전하다. 들개를 만나는 등 여러 변수가 있지만 흔한 일은 아니다. 자전거 캠핑족을 위한 야영장도 늘고 있고, 농어촌 마을에 들어가 어르신들에게 물어 잘 곳을 안내받기도 한다. 시골에 가면 새벽같이 밭으로 가는 주민들이 일어났는지 한마디씩 던지고, 바닷가 근처에서는 출항하는 뱃고동 소리가 알람을 대신할 때도 있다.”

-캠핑 중 설레는 순간은?
“자전거를 하루 종일 타고 1인용 텐트를 펼치고 누우면 혼자 피식 웃을 때가 있다. 무엇 때문에 이리 사서 고생을 하나 싶다가도 밤하늘 별을 보거나 새소리를 들으면 그래 이런 게 좋아서 왔지 하고 생각한다. 여행은 떠나기 전이 가장 설렌다고 하지 않나. 캠핑 출발 전에 동네 커피점에 가서 원두를 고를 때가 가장 행복하다. 쓰레기를 최소화하자는 목표로 움직이기 때문에 도시락을 싸 가거나 현지 식당에서 사 먹는 편이다. 그런 면에서는 여느 캠핑과는 준비 과정이 다르다. 차를 가져갔다면 아마 술이며 음료, 라면, 즉석 조리식품 등 넘치도록 준비했을 것이다. 자전거 캠핑은 그렇게 해서도 안 되고 할 수도 없다.”

 

2022년 12월, 기장서 출발해 3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 울산 나사리해수욕장. 텐트를 치고 밤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청했다. /장건율 화가
2022년 12월, 기장서 출발해 3시간 정도 자전거를 타고 도착한 울산 나사리해수욕장. 텐트를 치고 밤하늘을 이불 삼아 잠을 청했다. /장건율 화가

-다른 캠핑과 비교한다면 어떤 게 매력인가?
“매력은 결국 차이에서 오는 것 아니겠나. 다른 캠핑은 상대적으로 정적이다. 대부분 캠핑카 안에서 쉬거나 차로 이동해서 텐트를 치는 데 에너지를 쏟고 자연을 감상하다 오는 수준이라면, 자전거 캠핑은 익사이팅한(흥미진진한) 매력이 넘친다. 제 몸을 굴려야 목적지에 도착한다는 점도 그렇고, 때로는 목적지 없이 바퀴를 굴리다가 멈추고 가만히 심장 소리를 듣는 그 순간이 쌓이고 쌓인다는 점이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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