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공화국 가속화할 국가첨단산단
균형발전 민심 무시 정치 셈법만 남아

윤석열 정부의 비수도권 국민 기만 태도가 도를 넘고 있다. 지난 15일 정부가 발표한 '국가첨단산업벨트 조성 계획', '국가첨단산업육성전략'은 가히 화룡점정이다.

정부는 수도권인 경기도 용인에 300조 원을 들여 반도체 국가첨단산단을 조성해 이곳에 시스템반도체 생산 라인 5개를 건설하고, 국내외 소재·부품·장비 기업 150개를 유치한다고 밝혔다. 이곳을 기존 생산단지인 용인 기흥구, 화성시, 평택시, 이천시와 연결해 세계 최대 반도체 집적단지로 만든단다.

이 같은 대규모 수도권 투자 계획은 '비수도권 보호' 최후 보루인 수도권 공장 총량제 원칙마저 무너뜨릴 가능성이 크다. 앞서 문재인 정부는 2020년 용인에 SK하이닉스 반도체 공장 설립을 총량 예외 사례로 허용했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지난해 9월에는 기아자동차 경기 화성 공장 신·증축 지원을 이유로 공장 총량제 미집행 물량을 배정했다.

반도체는 특히 수도권에 산업 기반이 더욱 집중돼 비수도권과 격차는 더 커질 것이 자명하다. 이미 지난해 수도권 대학 중심 반도체 인력 양성 계획을 내놨고, 이번 발표에서는 반도체 분야에 당장 일반 기술개발 지원에 3600억 원, 핵심기술 개발에 3조 2000억 원을 투입하겠다고 나섰다.

이 탓에 용인을 제외한 국가첨단산업단지 조성은 '수도권 반도체 공화국'을 가속화할 비수도권 '눈속임'이라는 시각이 많다. 산단은 구역 지정과 개발제한구역 해제, 각종 보상 절차 등을 거쳐야 한다. 터를 닦는 데만 10여 년이 걸린다. 2015년 지정된 진주·사천항공국가산단, 밀양나노융합국가산단도 아직 조성 중이다. 창원 방위·원자력 융합 신규 국가산단 사업기간도 2030년이다.

조성 후 이곳에 기업이 들어와 공장을 가동하기까지는 몇 해가 더 걸릴지 모른다. 지역민으로서 당장 손에 잡히는 것 없이 허파인 개발제한구역을 잃고, 터를 닦으려 오가는 공사 차량만 10년 넘도록 보고 있어야 할 노릇이다. 반도체 산업 기반이 조성된 수도권은 산단 조성 전부터 4조 원에 가까운 정책 자금 수혜를 보는 데 비하면 공허하다.

이 때문에 이번 정부 결정이 '총선용'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수도권 의석이 야권보다 절대 열세인 점, 여소야대 국면을 전환할 총선 최대 승부처가 수도권인 점 등에 비춰 이번 정부 결정을 의도적 몰아주기로 보는 현실적 시각에서다. 경기 남부권에 반도체를 비롯한 첨단산업을 집중적으로 육성하는 건 지리적으로 가깝고 인적 교류가 많은 충청권 민심을 사는 데도 도움이 된다. 국가첨단산단이 경기와 인접한 충청(3곳), 대전(1곳)에 상대적으로 많이 구축될 예정인 점은 정치적 의도라는 의심을 더한다. 윤석열 정부가 부르짖는 '지역균형발전' 구호가 얼마나 진정성 있는지 경남을 비롯한 비수도권 지역민들은 총선 전 곰곰이 곱씹어 볼 필요가 있다.

/김두천 자치행정1부 차장 서울 파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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