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12월 국회 의원실 등 잇단 압수수색
공천 도와준다며 예비후보 측에 금품 수수 혐의
단체장·보좌관 등에 사무소 운영비 수수 혐의도
창원지검 영장 청구...국회 체포동의안 결정 주목

하영제(국민의힘·사천남해하동) 국회의원이 지방선거 예비후보 측에서 금품을 받은 혐의 등으로 구속 위기에 놓였다. 검찰이 하 의원 구속영장을 청구했는데, 현직 국회의원이어서 회기 중 구인장이 발부되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하려면 국회에서 체포동의안이 먼저 통과돼야 한다.

20일 창원지방검찰청 형사4부(엄재상 부장검사)는 하 의원을 정치자금법 위반과 부정청탁 및 금품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하 의원은 지난해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한 경남도의원 예비후보자의 공천을 도와주는 대가로 이 예비후보 측에서 7000만 원을 받고 자치단체장과 보좌관 등에게 지역 사무소 운영 경비 등 명목으로 5750만 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다.

검찰은 2020년 6월부터 지난해 6월 사이에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보고 있다. 이 예비후보는 선거 도중 떨어졌고, 단체장과 보좌관 모두 전직인 것으로 확인됐다.

창원지검은 지난해 10월 26일 하 의원의 정치자금법 위반 사건과 관련해 압수수색을 진행했다. 당시 서울 국회 의원회관에 있는 하 의원 의원실, 사천·남해 당원협의회 사무실과 하 의원을 포함한 피의자들의 사무실, 주거지 등이 대상이었다.

앞서 검찰은 신고되지 않은 후원금 진정 내용을 바탕으로 관계자들을 불러 조사한 바 있으며, 참고인 대상에는 송도근 전 사천시장과 하 의원 전 보좌관 등이 포함됐다는 이야기가 지역 정가에 돌았다. 이어 12월 1일 검찰은 하 의원의 사천당원협의회 사무실과 같은 건물을 사용했던 옛 사천발전연구원 사무실, 핵심 당직자 자택 등을 추가로 압수수색했다. 사천발전연구원은 사실상 송 전 시장의 외곽 조직으로 활동해온 곳이다.

이날 하 의원은 국회에서 '성공적 우주항공청 설립을 위한 우주항공청특별법 세미나'를 김정호 의원과 함께 주최해 참석 중이었다. 오후 3시께 창원지검이 구속영장 청구 사실을 알렸고, 오후 3시 15분께 이 소식을 들은 하 의원은 굳은 표정으로 행사장을 급히 빠져나갔다.

혐의 내용을 전달받은 하 의원은 "아직 영장 청구와 관련한 구체적인 내용을 파악하지 못했다. 당장 입장을 밝히거나 할 단계가 아니다"면서 보좌진과 함께 대책을 마련하고자 떠났다.

이날 수차례 사천당원협의회 쪽에 연락했으나 닿지 않았다. 다만 국민의힘 사천지역 한 당원은 "압수수색 이후 지난해부터 하 의원의 정치자금에 문제가 있다는 소문이 퍼졌는데 결국 터질 게 터졌다"고 말했다.

헌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현행범인 경우를 제외하고는 회기 중 국회 동의 없이 체포 또는 구금되지 않는다. 국회법에 따라 판사는 영장 발부 전에 체포동의 요구서를 정부에 제출해야 하는데, 요구서는 대검찰청과 법무부를 거쳐 대통령 재가를 받아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국회의장은 체포동의를 요청받은 이후 처음 개의하는 본회의에서 이를 보고하고, 이때부터 24시간 이후 72시간 안에 표결한다. 다만 체포동의안이 72시간 안에 표결되지 않으면 그 이후 최초로 여는 본회의에 올려 표결한다.

재적 인원 과반수 출석, 출석 과반수 찬성으로 동의안이 가결되면, 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을 거쳐 영장 발부 여부를 결정한다. 국회가 동의안을 부결하면 심문 없이 영장은 기각된다.

뇌물수수·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를 받은 노웅래(더불어민주당·서울 마포갑) 의원 체포동의안은 지난해 12월 말 부결됐으며, '위례·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성남FC 불법 후원금 의혹' 등으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명 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도 지난달 27일 부결된 바 있다. 앞서 정정순(민주당)·이상직(무소속)·정찬민(국민의힘) 의원 등 21대 국회로 넘어온 체포동의안은 모두 가결됐다.

선출직 공직자는 공직선거법 또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벌금 100만 원 이상 형이 확정되면 당선 무효로 직을 잃게 된다. 한편 지난 2월 하 의원은 선거법 위반 혐의로 1심 법원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지 않는 벌금 80만 원을 선고받고, 검사와 하 의원 측 모두 항소하지 않으면서 형이 확정된 바 있다.

/이동욱 김두천 이영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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