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대-창원한마음병원 유치 경쟁 구도 속
창원대 범시민추진위원회 위원 위촉 거절
"시, 공공성 앞세운 국립대와 협력해야"

창원시 '국립-사립 아닌 유치가 목표' 강조
"치우치지 않고 신설에 모든 역량 집중"

창원지역 숙원인 의과대학 유치를 놓고 마찰음이 나오고 있다.

30년이 넘도록 풀지 못한 창원 의대 유치 목소리는 최근 정부가 의대 정원 확대를 밝히면서 다시 달아올랐지만, 동시에 국립대-사립병원 경쟁 구도가 생겼다. 이를 조정하지 않은 창원시를 향한 문제 제기도 나오고 있다. 시는 ‘(국립-사립 형태가 아닌) 의대 유치가 궁극적인 목표’임을 강조하고 있다.

홍남표 창원시장과 강기윤 국회의원, 도·시의원, 경제계, 의료계, 교육계, 시민·사회단체 등 1000여 명이 13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창원 의과대학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식과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창원시
홍남표 창원시장과 강기윤 국회의원, 도·시의원, 경제계, 의료계, 교육계, 시민·사회단체 등 1000여 명이 13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창원 의과대학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식과 궐기대회를 열고 있다. /창원시

지역 내 마찰음은 지난 13일 창원컨벤션센터에서 열린 ‘창원 의과대학 유치 범시민추진위원회’ 출범식·궐기대회에서 드러났다.

출범식에 앞서 시는 범시민추진위 구성과 위원 위촉 동의 요청 공문을 각계에 보냈고, 위촉에 찬성한 이들로 범시민추진위를 꾸렸다. 각계각층을 대표하는 인사 180명이 이름을 올렸다. 홍남표 창원시장과 김이근 창원시의회 의장, 구자천 창원상공회의소 회장은 공동위원장을 맡았고 국회의원·도의원·시의원·교육계·경제계·원로·금융기관장·행정·언론·사회단체·협회장 등이 위원으로 참여했다.

하지만 1992년부터 의대 설립을 추진해온 창원대학교는 빠졌다. 시는 창원대에도 범시민추진위 위원 위촉 동의를 구했지만, 창원대는 위원 위촉과 출범식 참가를 거절했다.

창원대는 의대 설립, 그것도 지역의 공공보건의료 역량을 높이는 인력 양성에는 국립대 역할이 필수라고 강조하고 있다. 공공보건의료 분야에서 활동할 인재를 선발하려면 국립대 공공의대를 설립해 학생 선발·교육·양성·배출을 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것이다.

이 같은 취지에 바탕한 다른 자치단체도 지역 내 국립대와 힘을 합쳐 유치 활동을 펴고 있지만, 창원시는 중심을 잡지 못하고 있다는 게 창원대 주장이다. 지난달 안동시는 안동시의회·안동대와 공동으로 ‘국립의과대학 설립 공동협력 선언식’을 열었다. 목포시와 목포대는 의대 유치 연구용역에 나섰고, 순천시는 순천대와 일찌감치 유치 총력을 결의했다.

창원 분위기는 다르다. 창원대뿐 아니라 창원한마음병원도 중앙역세권에 개원한 1000병상 규모 병원을 기반으로 의대 유치를 바라고 있다. 창원대와 창원한마음병원이 물밑 경쟁을 벌이는 모양새인데, 창원대는 시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박영호 창원대 기획처장은 “의대 신설 논의가 다시 나온 배경은 수도권-지역 의료격차 해소, 지역에서 활동하는 의사 인력 양성, 필수의료 인력 확보 등 공공성 강화였다. 지역 필수 보건의료를 담당하면서 공공보건의료 역량을 높일 인력 양성이 필요하다는 것”이라며 “공공성을 배제한 의료 인력 확충은 기존 의대 정원을 확대하면 해결된다. 그러나 정원 확대만으로는 한계가 있기에 국립대를 중심으로 한 공공의대 설립이 수면으로 오른 것”이라고 말했다.

창원대(총장 이호영) 등 5개 국립대가 19일 '지역공익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권역별 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설립 공동포럼'에서 권역별 국립대 의대 설립을 촉구하며 공동건의문을 채택하고 있다. /창원대
창원대(총장 이호영) 등 5개 국립대가 '지역공익의료인력 확충을 위한 권역별 국립대학교 의과대학 설립 공동포럼'에서 권역별 국립대 의대 설립을 촉구하며 공동건의문을 채택하고 있다. /경남도민일보 DB

이어 “창원시는 이러한 배경·분위기는 외면한 채 국립대-사립병원을 똑같은 비중으로 두고 있다”며 “특히 의대 설립 주체는 결국 학교인데 주체를 빼고 있다. 시가 중심을 잡지 않으면 기회를 날릴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박 처장은 자체 포럼·궐기대회·서명운동 등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창원시는 ‘창원 의대 설립’이 목표임을 강조했다. 국립대든 사립병원이든 어느 한쪽을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창원 의대 설립 가능성을 높일 수 있도록 폭넓게 지원하며 동행한다는 것이다. 창원대의 범시민추진위 불참 통보 이후 창원한마음병원을 위원에서 배제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동체가 합심해 창원 의대 설립을 이루는 것이 목표이지, 누구 하나 치우친 건 아니라는 것이다.

창원시는 “어떤 방향이든 의대가 설립돼야 인재가 유입되고 이를 바탕으로 지역 의료 서비스 질이 높아질 수 있다”며 “(정원 확대·신설 등) 정부에서 구체적인 방향이 제시되지 않았다. 오직 신설에 역량을 결집하겠다”고 밝혔다.

남에 유일하게 의대를 둔 경상국립대는 정원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를 하고 있다. 잘 갖춰진 인프라 활용이 우선이라는 것이다. 이를 두고 경남도는 의료현안협의체 논의 결과 확정 전까지 창원지역 의대 신설과 기존 경상국립대 의과대학 정원 확대 두 방안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이창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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