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부터 인문강의 축제
다양한 책읽기 모임 운영도

오랜 통닭집·세탁소·어린이집이 있는 골목에 자리한 책방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든다. 금요일 저녁 퇴근하고 저녁 식사도 거른 채 달려온 직장인부터 청년 독서모임 활동을 하는 대학생까지 20명 남짓한 이들이 모여들었다. 그중에는 동네 책방에서 인문학 강의가 열린다는 소식을 듣고 처음 방문한 사람들도 제법 있었다.

인문공간 ‘생의 한가운데’는 책방이자 독서 모임이 상시로 이루어지는 곳이다. 2015년 10월 김해 내외동 홍익공원 옆에 처음 문을 열었고, 이듬해부터 ‘생가 인문강의 축제’를 열고 있다.

어느덧 6회를 맞은 시민 대상 릴레이 인문강의 축제 첫날, 지난 24일 생의 한가운데를 찾았다. 이날은 부산 민주시민교육원에 몸담고 있는 이광욱 강사와 함께 책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고 ‘좋은 삶이란 무엇일까’를 주제로 이야기 나눴다.

3일간 전체 9개 강의를 진행하는 인문강의에는 다양한 주제에 걸맞게 길잡이가 되어주는 강사진도 다채롭다. 요산문학관 이사장으로 있는 조갑상 소설가, 공상균 시인, 신성욱 과학저널리스트, 김상화 부산국제어린이청소년영화제 집행위원장 등을 한 20평 남짓한 책방에서 마주할 수 있다.

김해 인문공간 생의 한가운데가 주최한 '6회 인문강의 축제'가 열렸다. 지난 24일 첫 강의를 앞두고 박태남 대표가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김해 인문공간 생의 한가운데가 주최한 '6회 인문강의 축제'가 열렸다. 지난 24일 첫 강의를 앞두고 박태남 대표가 참가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있다. /박정연 기자

박태남 대표는 “청소년과 시민들이 책을 읽고 사유하며 실천하는 문화를 가꾸어 온 일이 어느덧 8년이 넘어가는데 늘 어린아이 맑은 눈과 마음으로 여러 사람과 소통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인문강의 축제가 2021년과 2022년 코로나 시기에 두 해 동안 쉬고 다시 열리게 됐는데, 많은 사람이 책에 그리고 사람에 목말라 있었구나 하고 다시 한 번 느끼는 시간이다”고 소회를 전했다.

인문공간은 책에 목마른 사람, 사람이 그리운 사람들에게 우물 같은 존재다. 생의 한가운데에는 수많은 책읽기 모임이 있다. 때때로 열리는 ‘시절 독서’ 모임을 비롯해 지역 출판물 읽기 모임 ‘이쪽’, 청년 독서모임 ‘푸른 책갈피’, 배병삼 선생과 함께하는 ‘논어 강독’ 등 각양각색이다.

직장인 박미선 씨는 틈날 때마다 작은 책방을 찾는다. 그는 생의 한가운데서 마련한 각종 인문강의와 고전 읽기 모임을 오아시스처럼 느낀다.

박 씨는 “책은 쏟아질 대로 쏟아져 나오지만 대부분 서울 쪽 출판사나 작가들이 중심이라 지역 작가와 지역 출판물을 지역 사람들이 발굴하고 함께 읽어보는 시간이 의미있다”고 밝혔다.

김해시 내외동 홍익공원 옆 골목에 있는 '생의 한가운데'. 2015년 인문공간으로 시작해 2019년부터 동네 책방으로 거듭났다. /박정연 기자
김해시 내외동 홍익공원 옆 골목에 있는 '생의 한가운데'. 2015년 인문공간으로 시작해 2019년부터 동네 책방으로 거듭났다. /박정연 기자

대학생 김명은 씨는 고교 시절 생의 한가운데와 처음 인연을 맺었다. 고등학교 1학년 겨울 방학 때 청소년 독서토론을 시작해 이듬해 여름 역사강의 모임에 열의를 보였다. 결국 역사교육 전공을 택한 그는 5년째 생의 한가운데를 찾고 있다. 이번 인문강의 축제 준비팀에 합류해 각 강의 소개 포스터를 손수 만들기도 했다.

김 씨는 “예전에는 혼자 책읽기에 골몰해 있었다면 생의 한가운데를 만나고 나서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에 대한 인식 전환이 생겼다”고 말했다. 이어 “저보다 앞서 이 공간을 소중하게 지켰던 얼굴조차 모르는 수많은 사람이 있었기에 저도 내일 이곳을 찾을 누군가를 위해 길을 열어 놓고 싶다”고 웃었다.

/박정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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