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풂 실천한 김장하 선생 삶의 철학 감동
공존 위해 나눌 줄 아는 사람들 많아지길

언론을 통해서 시장에서 장사를 하면서 평생 모은 돈을 기증했다는 할머니 이야기, 폐지를 수집해서 평생 모은 돈을 대학에 기부했다는 이야기, 연말에 늘 등장하는 구세군 냄비에 이름을 밝히지 않은 누군가가 거액이 담긴 봉투를 집어넣었다는 이야기와 상당히 큰돈을 기부한 자에 대한 이야기 등을 종종 접한다.

이런 소식들은 사람의 마음을 따듯하게 해준다. 노랫말의 맥락과 다르지만, 사람이 아름답다는 김민기 작사·작곡의 노래 '아름다운 사람'의 '아름다운 그이는 사람이어라'라는 가사가 생각난다.

얼마 전 MBC 경남 특집 다큐멘터리 <어른 김장하>를 보게 되었다. 이 다큐는 나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들에게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고 생각한다. 다큐를 보면서 그는 따듯하고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느꼈다.

주인공인 김장하 선생은 1963년 진주에서 남성당한약방을 개원하여 지난해 5월 폐원할 때까지 약방을 운영한 한약사로 사는 집을 제외한 전 재산을 사회에 기부했다. 그는 한약사로 일하면서 100억 원에 해당하는 학교를 세워 사회에 기부했고 1000명이 넘은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주었다. 이 외에도 가정폭력 피해 여성들이 폭력으로부터 피난할 수 있는 거처를 마련하는 데 재정적 지원도 해주었으며, 진주 형평운동 관련 사업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진주지역에서 지역사회 발전과 지역인재 양성에 많은 일을 했다.

김장하 선생은 남다른 삶의 철학을 가졌다. 그는 "옛날에는 약값을 기술료라고 해서 많이 받았지만, 기술료보다는 수가를 줄여서 약값을 낮췄고, 아픈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서 돈을 벌었기 때문에 번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 그 소중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어서 차곡차곡 모아 사회에 환원하기 위한 여러 가지 일을 시작했다"고 말한다.

그는 '아픈 사람들을 대상으로 해 번 소중한 돈을 함부로 쓸 수 없었다'는 삶의 철학으로 한약사로 번 돈을 다양한 방법으로 사회에 환원했다.

이런 삶의 철학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이런 그의 삶 철학이 그를 아름답게 했구나! 김장하 선생은 정말 큰 어른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보통 사람들이라면, '아픈 사람을 대상으로 병을 낫게 해주었으니 그 돈으로 호의호식할 수 있다'고 생각할 것이고, 이에 대해 많은 사람은 당연하다고 생각할 것이기 때문이다.

물론 전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 경우는 김장하 선생 외도 더러 있다. 하지만, 개인이 지닌 재산을 사회에 환원한다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다.

오늘날과 같은 자본주의사회에서 그리고 법치국가에서조차 '유전 무죄, 무전 유죄'에 대해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정도로 최고의 가치는 돈이고, 성공한 삶은 돈을 많이 벌어서 소위 최상의 삶을 누리는 것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시대에 어른 김장하 선생처럼 자신의 삶의 철학을 그대로 실행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매우 어렵다.

사람이 아름다운 것은 얼굴이나 모습이 예뻐서가 아니라 공존하기 위해 개인이 가진 것을 다른 사람에게 나눠주는 것을 실천할 때가 아닌가 한다.

올겨울은 지난해보다 더 추운 날들이 많다. 더욱이 각종 공공요금이 인상되고 각종 물가가 오르면서 취약 계층은 올겨울을 더 힘들게 견뎌내야 할 것 같다. 이렇게 추운 겨울에는 어렵겠지만 이런 아름다운 사람들이 더 많았으면 하는 생각이 든다.

/강인순 경남대 사회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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