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경남 연극인·시민 21명
'광대 앵구' 지난달 창립 모임
"배우와 더불어 힘 돼주겠다"

1983년부터 통영 극단 벅수골에서 활동 중인 박승규(59) 배우. 그는 요즘 입가에서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최근 연기 경력 40여 년 만에 생애 첫 팬클럽을 얻게 됐기 때문이다. 그의 팬클럽 이름은 광대 앵구. 어릴 적 박 배우의 별명이 고양이였다고 해서 이를 뜻하는 경남지역 방언인 앵구를 팬클럽 이름으로 쓰게 됐다고 한다. 현역 도내 연극배우 가운데 팬클럽을 가진 배우는 그 말곤 없다.

최근에는 팬 카페도 생겨났다. 여기에는 박 배우가 경남도립극단에 있으면서 출연한 <대학살의 신>과 <눈물지니 웃음피고>, <토지Ⅰ·Ⅱ>, <리어왕> 등 무대 공연 사진과 작품별 사진을 취합해 만든 영상이 게재돼 있다. 회원들은 박 배우를 향한 애정을 듬뿍 담은 게시물을 올리고, 박 배우는 자유게시판에 근황을 공유해 회원들과 소통하고 있다. 6일 기준 경남·부산 연극인, 일반 시민 등 20~60대 회원 21명이 함께하고 있다.

박승규 극단 벅수골 배우. /극단 벅수골
박승규 극단 벅수골 배우. 박승규 극단 벅수골 배우. 1983년부터 벅수골에서 활동 중이다. 경남과 부산 등지에서 줄곧 활동하며 작품 100여 편에 출연했으며, 2008년부터 2010년까지 한국연극협회 경남지회장을 지냈다. /극단 벅수골

팬클럽은 지난달 27일 만들어졌다. 박장렬 경남도립극단 예술감독이 창단을 제안, 박 배우를 좋아하는 연극인을 주축으로 설립 밑 작업이 이뤄졌다. 최근 진주시 칠암동에 있는 한 식당에서 팬 미팅을 겸한 식사 자리가 있었는데, 회원들은 이날(1월 27일)을 창단일로 못 박았다. 첫 모임에는 이번에 팬클럽 회장을 맡게 된 조일영 부산 극단 동그라미 대표 등 9명이 참석해 박 배우와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벅수골에 입단하고 나서 오랜 기간 무대에 올랐어요. 그동안 극단 후원회원과 관객을 따로 만난 적은 있었지만, 이렇게 팬클럽을 갖게 된 건 이번이 처음이에요. 팬클럽이 생길 거라고는 생각지도 못했어요. 익숙한 상황이 아니어서 부끄럽기도 하지만, 일단 문은 열어놨어요. 팬이 생긴다는 건 좋은 거잖아요. 고정 관객과 평가자가 생기는 거고. 얼마 전에 모임날 만나서 대화를 나눴는데 좋더라고요. (웃음) 연극이 대중적이지 않은데 서로 소통하면서 극장으로 오게 되는 원동력이 되면 좋을 것 같아요.”(박승규 배우)

함께하는 회원들의 팬심이 남다르다. 지난 3년간 박 배우 작품을 빼놓지 않고 찾아본 이도 있을 정도다. 조일영 대표 사례가 그렇다. 그는 2020년부터 박 배우가 출연한 경남도립극단 작품을 한 차례도 빠짐없이 관람했다고 한다. 평소 친분이 있던 박장렬 예술감독 작품을 보러왔다가 박 배우 연기를 보고 깊은 감명을 받아 꾸준히 극장에 들르게 됐다고 한다.

“도립극단 창단작품인 <토지>를 보면서 조진구 역을 맡으셨던 박승규 선배님의 연기를 보고 ‘정말 잘하신다’, ‘대단하시다’라고 생각했어요. 최근에는 <리어왕>에서 선배님이 주인공으로 나오셨는데 그때도 정말 잘하셔서 이슈가 되기도 했었죠. 서울은 대학로에서 열심히 하면 팬이 생기고 팬클럽이 생기고 그러는데 지역은 그렇지 않아요. 지역에도 이런 팬클럽이 있으면 힘이 나지 않겠나, 하는 생각을 하게 돼서 이렇게 이어지게 된 거였어요.”(조일영 대표)

지난달 27일 진주시 칠암동에서 팬클럽 창단 후 첫 모임이 열리고 있다. 이 자리에는 9명이 참석했다. /조일영 극단 동그라미 대표(팬클럽 회장)

팬클럽 회원들은 앞으로 박 배우가 출연하는 작품마다 극장을 찾아 관람할 예정이다. 공연 소식을 주변에 알리는 한편 작품을 보고 나서 소감을 공유하는 등 박 배우 활동을 지원하는 계획도 잡고 있다. 창단 취지대로 서로 긴밀하게 소통하며 관심의 끈을 놓지 않는 게 목표다.

“팬이라고 하면 연예인 팬클럽을 먼저 생각할 텐데 우리는 그 팬클럽과는 다를 거예요. 구체적인 계획이 나온 건 아니지만, 앞으로 체계를 잘 잡아갈 생각이에요. 끊임없이 관심을 가지면서 혼자 외로이 그 길을 가지 않게 하고 싶어요. 더불어서 힘이 돼주는 게 우선이에요.”(조일영 대표)

“응원해주고, 관람해주는 사람이 있으면 배우들은 힘이 나죠. 오늘 카페에 인사말을 하나 올렸는데 계속해서 소통해나가고 싶어요.”(박승규 배우)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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