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보법 위반 혐의 활동가 4명
"수사관 가혹행위" 주장·고발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 움직임
"국가보안법 폐지와 견제 필요"

경남지역 진보 진영 활동가 4명이 보수언론이 이름을 붙인 이른바 ‘창원 간첩단 사건’으로 구속 수사를 받는 과정에서 인권침해를 당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권위기탈출용 공안탄압저지 국가보안법폐지 경남대책위와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민변) 경남지부는 국가정보원 간부와 수사관, 경찰청 보안수사대 수사관 등을 국가정보원법 위반(직권남용죄·미수) 혐의로 지난 3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에 고발했다.

지난 3일 서초경찰서에서 국가정보원 조사실로 피의자 ㄱ 씨가 연행되고 있다. (왼쪽) 피의자 ㄴ 씨가 국가정보원 연행 과정에서 팔 다리에 든 멍을 보여주고 있다.(오른쪽) /정권 위기 탈출용 공안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경남대책위
지난 3일 서초경찰서에서 국가정보원 조사실로 피의자 ㄱ 씨가 연행되고 있다. (왼쪽) 피의자 ㄴ 씨가 국가정보원 연행 과정에서 팔다리에 든 멍을 보여주고 있다.(오른쪽) /정권 위기 탈출용 공안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경남대책위

대책위와 민변 이야기를 종합하면 지난달 30일 국정원에서 진행된 신문에서 한 피의자는 진술을 거부하며 변호인 접견을 요청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수사관은 신문이 끝났다며 녹화하던 카메라를 끈 후 피의자에게 ‘(다음 면담에는) 우리 총 들 수 있습니다. 나중에 총 드는지 안 드는지 지켜보십시오’라고 말했다.

지난 3일 또 다른 피의자도 진술을 거부했으나 수사관들이 강제로 수갑을 채워 유치장에서 조사실로 옮겼다고 주장했다. 당시 수사관 4명이 옷과 신발도 제대로 갖추지 못한 피의자의 몸을 들고 연행했다. 이 과정에서 실랑이가 벌어져 피의자 팔다리에 멍이 들었다.

변호인들은 “진술거부권과 변호인 접견권은 피의자 인권 보호를 위한 기본적인 권리지만, 국정원이 이를 제대로 지키지 않고 반인권적인 수사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대책위 소속 박미혜 민변 경남지부장은 “수사기관이 모든 정보를 가진 상황에서 피의자가 스스로를 방어하려면 진술거부권이 필요하다”며 “피의자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수사기관은 자신에게 유리하게 해석할 수밖에 없기에 진술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또, 박 지부장은 “진술거부권을 행사하는 피의자를 매일 (조사실에) 앉혀놓고 진술을 요구하는 것도 가혹행위”라며 “진술을 거부하는 피의자를 데려가봤자 수사에 실익이 없는데 계속 이런 식으로 가혹행위를 하는 건 고문해서 자백받겠다는 거나 다를 게 없다”고 지적했다.

지난 5일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맨발로 연행되고 있다. /정권 위기 탈출용 공안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경남대책위
지난 5일 서울 수서경찰서에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를 받는 피의자가 맨발로 연행되고 있다. /정권 위기 탈출용 공안탄압 저지 국가보안법 폐지 경남대책위

국정원은 지난달 30일부터 4차례에 걸쳐 피의자 신문을 시도했다. 피의자들 변호를 맡은 장경욱 변호사는 “국가정보원은 수사 전날 연락을 해와 언제까지 접견할 수 있는지 일방적으로 통보했다”며 “서면으로 접견 일자를 잡아서 충분히 (일정 조율) 시간을 달라고 해도 그러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 변호사는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 무죄 판결을 받은 유우성·홍강철 씨 사건을 변호한 경험을 예로 들며 공안사건에서 변호사 조력권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2013년 국정원의 서울시청 공무원 간첩조작 사건 피해자인 유우성 씨는 고초 끝에 무죄를 선고받았다.

그는 “당시 유우성 씨가 여동생과 대질을 요구했지만, 국정원은 여동생이 유 씨에게 자백을 회유하는 편지만 주고 서로 만나지 못하게 했다”며 “수사관이 유 씨에게 변호사와의 접견 내용을 묻는 등 비밀접견권도 지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동안 국정원은 회유와 협박을 반복하면서 수사를 해왔다”며 “우리나라 사법 절차 안에서 국가정보원을 견제할 수 있는 기능이 약하다”고 짚었다.

시민사회는 국가보안법 폐지와 함께 국정원 견제 기능을 제도적으로 갖춰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국정원감시네트워크는 국정원 권한을 축소하기 위해 대공수사권 폐지와 정보감찰관제 신설 등 감독기구 설치를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내년 폐지를 앞둔 국정원 대공수사권 부활 움직임도 일고 있다.

장동엽 참여연대 권력감시2팀 간사는 “국가보안법은 국가 존립이나 안전, 자유민주주의 질서를 위태롭게 하면 처벌하겠다고 추상적으로 명시하고 있다”며 “주관적으로 법을 해석할 여지가 넓어지는 만큼 인권침해 가능성도 커진다”고 말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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