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마다 다르고 지역 별로도 차이
농사회 안에서 살아남는 수어 쓰여
수어 한 동작에 다양한 의미 담겨
농인 모두 수어 능숙한 것은 아냐

정부가 코로나19 대응 방침 등 주요 정책을 발표할 때 수어 통역을 제공하면서 수어에 대한 관심이 늘었다. 하지만, 수어를 둘러싼 잘못된 상식과 편견은 여전히 사회 곳곳에 남아 있다. 국어와 함께 대한민국 공용어인 수어에 한 발짝 더 다가가고자 수어를 둘러싼 대표적인 오해와 편견을 알아봤다.

◇수어는 세계공용어? = 결론부터 말하면 나라마다 쓰는 수어는 각기 다르다. 심지어 한 국가 안에서도 지역에 따라 약간씩 차이가 있다. 경상도, 전라도 사투리가 있듯 수어에도 일종의 사투리가 존재한다.

이러한 차이는 수어 탄생 과정에서 생겨난다. 수어는 한 개인이나 단체가 만든 언어가 아니다. 수어의 시작은 농인 가정이다. 가족들 간 의사소통 언어로 쓰이던 것이 농인 사회로 퍼지고, 한 국가의 공통된 언어로 확산한 셈이다. 이 과정에서 덜 쓰이는 수어는 도태되고 많이 쓰이는 표현은 살아남는다.

또 농인사회가 형성된 지역에 따라서 서로 다른 수어를 쓰는 경우도 있다. 비장애인 사회에서 쓰는 사투리와 비슷한 개념이다. 다만, 다양한 억양을 가진 사투리와 달리 수어는 단어를 표현하는 방식이 다르다는 점이 특징이다.

18일 오후 수어학당 중급반 수업에서 손은선 강사가 수강생들에게 수어를 알려주고 있다. /김다솜 기자
수어학당 중급반 수업에서 강사가 수강생들에게 수어를 알려주고 있다. /경남도민일보DB

배경석 경상남도농아인지원센터 실장은 “과거부터 농인사회가 도청 소재지 중심으로 형성돼 왔다 보니 지역마다 수어가 조금씩 다르다”며 “표준 수어가 정해져 있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농아인협회에서 제작한 수어 교육용 책이 전국 공통 수어라고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수어는 단어 하나만 표현할 수 있다? = 이 역시 사실과 다르다. 보이는 언어인 수어는 한글처럼 다양한 단어를 표현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 점을 보완하고자 활용하는 것이 몸동작과 얼굴 표정이다. 하나의 동작이라고 해도 손가락 방향, 표정에 따라 의미가 뒤바뀐다.

아무리 몸동작과 표정을 활용한다고 해도 표현하기 어려운 단어가 있다. 신조어나 고유명사, 이름 등이다. 이럴 때 활용하는 것이 ‘지화’다. 지화는 수어를 활용해 한글 자모음, 숫자 등을 표현하는 방식이다.

다만, 농인들은 지화로 자기 이름을 전하지 않는다. 대부분 두 번째 이름인 수어 이름(얼굴 이름)을 가지고 있는데 평소에는 이 이름을 사용한다. 수어 이름은 점 등 얼굴의 특징을 이름으로 부른다고 해 얼굴 이름이라고도 한다. 가령 턱 밑에 점이 있는 남성이라면 ‘턱 밑에 점이 있는 남자’가 수어 이름이 된다.

◇농인은 모두 수어를 잘한다? = 청각·언어 장애가 있다고 해서 모두가 수어를 할 줄 아는 것은 아니다. 수어의 형태를 갖추지 않고 몸짓과 손짓으로 대화하는 이들도 있다. 또 입 모양이나 필담 등을 활용하기도 한다.

농인을 만났을 때는 상대가 수어를 할 줄 아는지 유심히 살피고 그에 맞는 적절한 대화법을 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반복적인 손동작을 하는 경우는 농인일 가능성이 큰데 필담 등을 통해 직접 확인하는 것이 좋다 .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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