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 동아리
서로 소통하며 화합·자존감 높여
10년 넘게 공연·실력도 일취월장
학교 축제 등 활동 범위 넓혀가

지난해 9월 남해실내체육관에서 열린 경상남도 다문화가족 페스티벌 개막공연을 ‘인타클럽’이 맡아 연주했다. 인타클럽은 북치는 이주여성들의 연주단체다. 큰 행사에서 개막공연을 맡을 정도면 취미로 하는 수준의 단체가 아니라는 얘기다.

인타클럽의 연주 활동은 다문화 행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지난 3년 코로나19로 날개가 꺾였던 기간에야 연 3~4회로 만족해야 했지만, 매년 10회 이상 도내 곳곳에서 공연을 펼쳐 왔다. 인타클럽이 창단한 해는 2010년이다. 13년은 아마추어를 프로로 만들기에 충분한 시간이다. 인타클럽의 실력을 증명할 만한 경력도 많다.

2022년 9월 24일 경남다문화가족페스티벌 개막 공연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인타클럽./정현수 기자
2022년 9월 24일 경남다문화가족페스티벌 개막 공연을 앞두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는 인타클럽./정현수 기자

2011년 10월엔 다문화가족 지원 네트워크 대회 장기자랑 공연에서 MVP를 받았고, 그해 11월엔 경남NGO박람회에 초청공연을 했다. 초창기엔 가정의 달에 맞춘 여러 행사와 세계인의 날, 여성의 날 행사 등에 자주 초청을 받았다면 해를 거듭할수록 학교 축제, 각종 박람회, 국화축제 등 굵직한 행사의 부름을 받아 실력을 발휘했다.

13년 전 인타클럽이 만들어진 것은 경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가 이주여성들끼리 소통하며 문화적 공감대를 형성할 뭔가가 필요하다고 인식하면서 시작됐다. 언어를 통하지 않고도 화합할 수 있고 자아도 존중받을 수 있는 그 무엇. 그게 ‘난타’였다. 처음 동아리를 만들어 참가자를 모집했는데, 이주여성들에게서 큰 호응을 받았다.

창원과 창원 인근에 사는 중국, 일본, 우즈베키스탄, 키르기스스탄 등 여러 나라 출신 10여 명이 모여 동아리가 출범했다. 하지만 초창기 2년은 박자도 엉망, 서로 간의 호흡도 엉망이었다고 원년 구성원들은 회상한다.

지난 2일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공성종합상가 지하 연습실을 찾았다. 방음장치까지 잘 갖춰진 공용연습실이었다. 한동안 연습실을 구하지 못해 애태웠다는 소식을 들은 적이 있어, 이런 시설에서 연습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놓였다.

아무리 방음장치가 잘 되어 있다고 해도 여럿이 북을 한꺼번에 치는 연주형태이다 보니 소리가 밖으로 새어나가지 않을 수 없다. 데시벨이 확 줄어들었긴 해도 그 소리의 울림을 따라가다 보니 연습실을 찾는 건 어렵지 않았다.

2022년 9월 24일 경남다문화가족페스티벌 개막 공연 장면./정현수 기자
2022년 9월 24일 경남다문화가족페스티벌 개막 공연 장면./정현수 기자

연습실에서는 8명이 연신 리듬을 맞추고 있었다. 북의 울림이 워낙 크다 보니 다들 북 위에 도포 등을 깔고 북을 쳤다. 스마트폰의 ‘메트로놈’ 앱을 활용해 박자를 맞추며 연습하는 모습이 즐거워 보였다. 리듬을 익히며 때로는 박을 추가해 변화를 주는 시도에 다들 호흡이 맞아 그런지 진행이 순조로웠다. 한 20분 정도 연습하는 모습을 지켜보다가 몇 명과 이야기를 나누었다.

“한국에 온 지 얼마 안 됐을 때 뮤지컬 난타를 보러 갔었어요. 그때 너무 감동을 받았었는데, 얼마 후 경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외국인을 위한 난타팀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 바로 하게 되었어요.” 오노 쿠미코(41·일본) 씨의 이야기다. 그는 일본에 있었을 때 타악기를 다룬 적이 없다. 피아노는 좀 쳤다고. “제 성격이 내성적이라 무대에 올라가면 긴장도 많이 하는데, 그래도 화려한 의상을 입고 조명도 받고 하니까 주인공이 된 느낌이 들어 기분 좋고요, 다음 무대는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고 다짐합니다.”

이어서 몽골이 고향인 헝거러(36) 씨를 만났다. 그는 인타클럽에 들어온 지 1년 정도 되었다. 그동안 3번 공연을 했다고 한다. 그 정도면 초보라 할 법도 한데, 공연에 어려움이 없었다고 한다. 몽골에서 난타 공연 경험이 있었을까?

연습실에서 기자와 만나 이야기를 나눈 세 사람, 오노 쿠미코, 장미, 헝거러 (왼쪽부터) 씨가 밝은 표정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정현수 기자

“몽골에는 난타가 없어요. 하지만 난타를 배우면서 별 어려움이 없었던 것은, 몽골에 있을 때 예술대학을 나왔고 가수는 아니지만 노래도 하며 전문 예술인 활동을 했기 때문일 거예요.” 헝거러 씨는 자기가 보기에 인타클럽이 전문가 수준이라고 했다. “활동하는 모습을 SNS에 올렸는데 고향 사람들이 아주 좋아했어요. 국제교류를 이용해 이런 문화가 전파되었으면 좋겠어요.”

중국이 고향인 장미(38) 씨도 오노 쿠미코 씨와 비슷한 시기에 인타클럽에 들어왔다. 13년 경력의 최고 선배다. 모집공고를 보고 지원하게 되었단다. “13년 동안 활동하면서 지겹다고 느낀 적은 한 번도 없었어요. 이전에 배웠던 것을 어떻게 활용할까 고민하고 시도하다 보면 더욱 재미있는 게 난타인 것 같아요.” 구성원이 여러 나라 출신이다 보니 좋은 점도 있단다. “몽골, 일본, 우즈베키스탄, 중국 다 있어 해시태그를 여러 나라로 해서 올리니까 인타클럽이 국제 연주단체인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문화공동체(19)창원 인타클럽-인타클럽 단원들이 지난 2일 오전 10시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연습실에서 손발을 맞춰보고 있다./정현수 기자
인타클럽 단원들이 지난 2일 오전 10시 창원시 성산구 중앙동 연습실에서 손발을 맞춰보고 있다./정현수 기자

인타클럽은 초창기 회원들이 각자의 일로 빠져나가는 바람에 해체 위기를 겪었다. 그때 장미 씨는 인타클럽 만큼은 절대 해체되어선 안 된다고 경남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 읍소했다고 한다. “인타클럽은 제가 60이 돼도 하고 싶어요. 무대를 좀 더 키우고 세계로 활동 범위를 넓히고 싶은 욕심이 있어요.”

장미 씨의 그 욕심이 이루어지길 바란다. 여러 나라 출신의 여성들이 모여 하나의 화음을 이루어내는 문화공동체 인타클럽의 왕성한 활동을 기대한다.

현재 단원은 12명이다. 고레나(우즈베키스탄), 우메무라 마사코, 오노 쿠미코, 무라타 마이, 하루에(일본), 진소홍, 강경령, 강향숙, 장미(중국), 채정미, 이수령, 헝거러(몽골).

/정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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