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무기는요? = 윤석열 대통령이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을 중단한 지 2개월이 훌쩍 지났습니다. 도어스테핑 중단을 발표했던 지난해 11월 21일 △대통령실 "도어스테핑 중단…추후 재개 여부 검토"(한국일보) 기사를 보면 대통령실은 "(국민과 소통이라는)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방안이 마련된다면 재개 여부를 검토하겠다"고 밝혔습니다. 하지만 여태껏 소통창구는 다시 열리지 않았고 언론도 도어스테핑이 별다른 효용성이 없다고 느낀 것인지 재개 여부를 묻지 않습니다. 도어스테핑을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은 채 중단하고 언제 재개할지도 밝히지 않는 것은 무책임해 보입니다.

△文의 무기 '침묵'(2021년 7월 15일 문화일보)

문재인 정부 당시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 칼럼입니다. 이 논설위원이 판단하기에 문 정부는 내놓는 정책마다 실패했습니다. 그럼에도, 국정 지지율이 40%대를 유지하니 이 논설위원 처지에서는 신기할 노릇이지요. 이 논설위원이 나름대로 지지율이 꺾이지 않는 이유를 찾은 것이 '침묵'입니다. 물론 문 대통령의 침묵이 비결, 무기라고 추켜세우는 듯이 썼지만 뜻은 '대통령이 지지율을 의식해서 해야 할 말을 하지 않아서는 안 된다'는 것이겠지요. 칼럼 끝에 '(침묵이) 국정 책임자에게는 무책임·무능의 상징일 수 있다'고 쐐기를 박았습니다. 

윤 대통령은 당선자 시절 언제든지 1층에 가 국민과 할 수 있는 최대한의 소통을 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다수 언론은 출근길문답을 하는 윤 대통령을 향해 '기네스북 등재까지 계속하라(데일리안 오피니언)', '(도어스테핑은) 국민에게는 분명 신선한 선물(아시아투데이)', '도어스테핑은 윤 대통령을 대표하는 일종의 '브랜드'(중앙일보 사설)'와 같이 찬사를 아끼지 않았습니다.

출근길 문답 재개를 바라는 마음은 너무 순진하고 과분한 것일까요? 윤 정부는 출근길 문답 중단 이후 국민과 소통은커녕 언론사에 문책을 요구하고(대통령실 "YTN 돌발영상 악의적" 이례적 문책 요구), 노동조합 본부를 압수수색했으며, 국회의원을 경찰에 고발했습니다. 

◇익명이면 아무 말이나 해도 되나요? = 서울시 지하철 요금이 8년 만에 인상을 앞두고 있습니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기획재정부를 겨냥해 65세 이상 노인 무임승차로 말미암은 손실분을 보전해주지 않으면 인상이 불가피하다는 견해를 내놓았는데요. 서울 지하철은 코로나19 이후 누적된 적자 연 1조 원 가운데 30%가 무임승차라고 합니다. 언론은 요금 인상 검토를 화두로 '무임승차 연령 상향' 관련 기사를 쏟아내고 있습니다. 지하철 무임승차제도가 1984년 시작됐으니 현시대에 맞게 연령을 조정할 필요성도 충분합니다. 하지만 요금 인상이 필요한지 따져보는 차분한 기사보다는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듯한 기사가 더 눈에 띕니다. 

65세 무임승차에 뿔난 청년들 "국민연금, 노령연금 다 받아가며 교통비까지 전가?"(2일 데일리안)

직장인 정모(34) 씨, 자영업자 장모(52) 씨, 송파구 주민 박모(28) 씨가 '청년들'을 대표할 수 있습니까? 무임승차에 청년들이 뿔났다고 답을 정해놓은 전형적인 '답정너' 기사입니다.

익명에 기댄 자가 뱉는 말을 곧이곧대로 쓰는 것도 문제입니다. 한 시민은 "아예 무임승차 혜택을 없앨 수는 없더라도 출퇴근 시간대 등은 피하고 이용 횟수를 제한하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비현실적인 대책이 걸러지지 못하고 그저 '뿔났다'는 감정만 표출할 뿐입니다. 무상 복지는 차별적으로 행해지는 것이 아니라는 게 상식입니다. 청년 직장인이 출퇴근하기 불편하니 공짜로 타는 사람은 좀 빠지라는 발상이 언론이 받아쓸 만한 대안이 될 수는 없습니다.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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