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 나열식·표정 활용하는 수어
한국어와 문법 체계도 달라
필담 때도 쉬운 단어로 짧게
"공공기관에도 통역사 배치해야"

농인과 비장애인 간에 생기는 의사소통 오류는 단순히 듣느냐 못 듣느냐에서 오지 않는다. 농인의 언어인 ‘수어’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거나 잘못 알고 있을 때 발생한다. 농인에게 24시간 내내 수어통역사가 붙어 있을 수 없기에 비장애인들도 그들을 만날 준비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 수어는 손을 사용하지만 단순 몸짓과는 전혀 다르다. 손가락 모양, 손바닥 방향, 손 위치, 손 움직임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고 같은 동작을 하더라도 어떤 표정이냐에 따라 또 다른 의미가 된다.
또한, 수어는 한국어 문법을 따르지 않는다. 비장애인에게는 익숙한 육하원칙이 농인들에게는 다른 나라 문법인 셈이다.

예를 들어 ‘나는 지금 배고파서 밥을 먹고 싶다’는 문장을 농인들은 수어로 ‘나’ ‘밥’ ‘싶어’ ‘배고파’라고 표현한다. 문장 형태라기보다는 단어 나열에 가깝다.

정확한 손동작만큼이나 중요한 게 표정이다. 이를테면 ‘밥 먹었어?’와 ‘밥 먹었어’의 억양이 음성언어에서 다르듯 수어도 의문문에서는 표정이 더 커진다. 표정이 일종의 마침표 역할을 하기도 한다.

정희선 창원시진해수어통역센터 팀장이 지난해 10월 27일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창원시진해수어통역센터
정희선 창원시진해수어통역센터 팀장이 지난해 10월 27일 비장애인을 대상으로 수어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창원시진해수어통역센터

배경석 경상남도농아인지원센터 실장은 “수어에서 표정이 빠지면 팥소 없는 찐빵이 된다. 얼굴 근육을 최대한 쓰면서 부족한 의미를 표정으로 채우는 것이다. 또 표정으로 대화 전후 맥락을 설명하고 표현을 풍성하게 만들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일상에서 농인을 만났을 때도 표정과 손짓에 집중하면 기본적인 의사소통은 가능하다.

배 실장은 “직장에서든 일상에서든 농인을 만날 일이 있다. 보통은 당황하면서 어떻게 해야할 지 모르는 분들이 많다. 그럴 때는 농인이 검지를 입이나 귀에 가져다 대고 좌우로 흔드는지를 봐야 한다. 그런 손짓을 한다면 농인이라는 뜻이다. 이후에는 필담을 나누거나 휴대전화 문자를 활용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필담으로 대화할 때도 가급적이면 쉬운 단어를 짧은 문장 형태로 쓰면 좋다. 농인들은 성함이라는 단어는 몰라도 이름이라고 말하면 안다. 그마저도 할 수 없는 환경이라면 손가락으로 농인 손바닥에 천천히 한 글자씩 쓰면 된다”고 덧붙였다.

수어통역사들은 한국 사회가 여전히 그들의 언어를 들을 준비가 덜 됐다고 지적한다. 수어통역사 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병원, 경찰서, 법원 등 의사소통이 필수적인 공간에도 통역사가 없기 때문이다.

정희선 창원시진해수어통역센터 팀장은 “듣지 못하는 농인들은 비장애인들이 접하는 정보의 30%도 얻지 못 한다. 그들에게 세상의 말을 전달할 통역 서비스가 충분하게 제공돼야 한다. 불특정 다수의 농인에게 통역을 제공하는 통역사뿐만 아니라 공공기관에 상주하는 통역사도 늘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전문적인 수어를 배우기를 희망하는 도민은 한국농아인협회 경상남도협회 시군별 지회에 문의하면 된다. 경상남도협회는 도내 모든 시군에 지회를 두고 있다. 기초과정부터 중급과정까지 각 지회 교육장에서 배울 수 있다. 자세한 문의는 055-252-8809(한국농아인협회 경상남도협회)로 하면 된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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