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결여, '보은인사' 휩싸인 인물들 '현장 활동' 현격히 떨어져

경남람사르환경재단 대표에 정판용(72) 전 도의원이 임명되면서 박완수 도지사 출자·출연기관 '보은인사' 논란이 또 일었다. 국내 유일한 습지생태 전문재단으로 전문성이 더욱 요구되는 자리라 논란 정도가 더하다.

이를 계기로 2008년 람사르환경재단 창립 이후 8대 정판용 대표에 이르기까지 대표 임명 역사를 '전문성'과 '보은인사' 측면에서 짚어봤다. 창립 당시 습지정책 지원 및 인식 증진 차원을 넘어 경남도로부터 독립된 습지생태 전문재단을 지향했던 비전을 고려하면, 이런 방식의 인사는 목표 달성에 '치명타'였기 때문이다.

4년 단위로 열리는 세계 습지정책 교류행사인 람사르협약 당사국 총회가 2008년 창원에서 열렸다. 그 성과를 발판으로 당시 김태호 경남도지사는 그해 7월 람사르환경재단을 만들었고, 초대 대표에 박진해 마산MBC 전 사장을 임명했다.

창립 과정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박 대표는 당적이 없었고, 예전 PD 활동 과정과 마산MBC의 람사르총회(습지생태 관련 국제행사) 보도 열정이 평가돼 임명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 2008년 11월 4일 제10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 폐막식 장면. /경남도민일보 DB
2008년 11월 4일 제10차 람사르 협약 당사국 총회 폐막식 장면. /경남도민일보 DB

2011년 8월 취임했던 2대 조경제 대표 역시 당적 혹은 선거캠프 참가 등 '보은인사' 요인 없이 임명됐다. 김두관 지사가 임명권자였고, 환경공학과 교수로 전문성도 인정됐다.

논란의 시작은 2013년 2월 임명된 3대 강모택 대표였다. 그는 대표이사 공개모집 때 제출한 자기소개서 내용 절반을 도지사 보궐선거 때 홍준표 지사 당선을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였는지 설명하는 데 할애했다. 심지어 그는 "대한주택관리사협회(경남지역 아파트소장 1200명)와 ㈔경남불자신도회, 인터넷팬카페 근혜동산, 경남농아인협회, 경남피부미용협회 등 조직을 총동원해 홍준표 도지사님의 압도적 당선을 위해 노력을 다했다"고 썼다.

경남도의회의 '부적격' 의견을 외면하고 임명을 강행한 홍준표 지사는 이 소개서가 공직선거법 위반 논란에 휩싸이자 임명 10일 만에 강 대표를 경질했다.

4대 고재윤(2013년 4월 취임) 대표와 5대 조영파(2016년 7월 취임) 대표도 홍 지사 재임 시절 임명됐는데, 역시 보은인사 논란에 휩싸였다. 고 대표는 환경부 공무원 출신이라는 전문성을 내세웠지만 도지사와 동문·친분 관계, 조 대표는 전문성 없이 같은 당 선거캠프 인사였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람사르환경재단 창립에 참여했던 한 인사는 "논란을 겪었더라도 이런 인물들이 습지정책 수장으로서 크고 작은 습지 현장을 뛰고, 습지가 산재한 각 시군과 정책 네트워크를 위해 뛰었더라면 문제가 불식됐을 것"이라며 "당시 그런 흔적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토로했다. 왜 전문성을 갖추고 현장에 의지가 있는 인물이 대표가 돼야 하는지, 반증된 경우다.

김경수 지사가 임명했던 대표가 6대 이근선(2018년 11월 취임), 7대 전점석(2020년 11월 취임) 대표다. 모두 당적·선거캠프 등 요인이 없었고, 이 대표는 오랜 경력의 환경직 공무원 출신이었다.

경남도교육청 산하 권상철 우포생태교육원장은 "저와 실제 활동을 같이 했던 분들"이라며 "최소한 습지현장에서 살고, 현장을 뛴 분들이었다. 이전 4∼5명 규모였던 재단도 이 시기에 와서 4개 팀 12명 규모로 확충됐다"고 평가했다.

/이일균 기자 iglee@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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