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은 물론 국힘 당원도 무공천 주장
민주당은 이상직 책임에 전주 을 무공천
정치적 동지 잃은 상실감도 적지 않은데
의령 이어 창녕도 무소속 군수 두기 부담
지역 영향력 약화, 내년 총선 공천 영향도
'윤심' 큰 당내에 친윤 이미지 부각은 다행

김부영 전 창녕군수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국민의힘 밀양의령함안창녕 당협위원장인 조해진 국회의원 머리가 복잡해지는 모양새다. 군수 궐위로 창녕이 ‘사고 지역구’나 마찬가지가 된 데다 4월 5일 군수 보궐선거를 앞두고 지역 여론이 심상치 않기 때문이다.

당장 더불어민주당은 보궐선거 발생 책임이 국민의힘에 있는 만큼 군수 선거 무공천을 압박하고 있다. 이도 버거운데 지역 내 일부 국민의힘 당원들도 서울 여의도 중앙당을 찾아와 조 의원 공천 개입 배제와 무공천을 주장하는 집회를 열었다.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은 경남 곳곳에서 공천 파동으로 홍역을 앓았다. 밀양·의령·함안·창녕도 예외가 아니었는데 조 의원과 주변 인사들이 공천을 좌우했다는 설이 파다하게 퍼졌다. 특히 창녕은 현직 군수가 공천에서 탈락한 점에서 그 파장이 더 컸다.

여의도 집회를 연 이들은 지난해 지방선거 군수 후보 공천이 야합으로 이뤄졌다고 주장한다. “공천이 결정되기 전부터 누가(김 전 군수가) 공천을 받게 될 것이라는 소문이 지역에 널리 퍼지졌고, 그 소문은 현실이 됐다”는 것이다. “자치단체장이 극단적인 선택을 해 보궐선거를 치르는 마당에 다시 지역구 의원이 공천에 관여하는 것은 있을 수도 있어서는 안 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조해진 국회의원과 고 김부영 전 창녕군수가 서로 끌어안은 채 활짝 웃으며 친분을 드러내고 있다. /김부영 전 창녕군수 페이스북
조해진(왼쪽) 국회의원과 고 김부영 전 창녕군수가 서로 끌어안고 친분을 드러내고 있다. /김부영 전 창녕군수 페이스북

조 의원과 김 전 군수는 막역한 사이였다. 김 전 군수는 조 의원 공천으로 2010·2014년 재선 경남도의원(창녕1)을 지냈다. 조 의원은 박근혜 정부 시절이던 2016년 총선에서 ‘친유승민계’로 찍혀 컷오프됐다. 탈당 후 무소속 출마한 그는 엄용수(전 밀양시장) 새누리당 후보에게 밀려 낙선했다. 그해 연말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 사태가 발발하자 2017년 초 바른정당에 입당했다. 이때 도의원이던 김 전 군수도 조 의원을 따라 탈당 후 바른정당으로 가는 등 정치적 의리를 지켰다.

2018년에는 창녕군수 선거에 도전한 김 전 군수가 석연찮은 공천 규정에 항의하며 예비후보를 자진 사퇴하는 부침을 겪었다. 4년 절치부심 끝에 김 전 군수는 2020년 3선이 돼 돌아온 조 의원 체제에서 지난해 군수 후보 공천을 받았다. 공천 개입 사실 여부를 떠나 조 의원으로서는 막역한 정치적 동지를 잃은 데 따른 심리적 상실감도 없지 않다.

조 의원은 “특별한 사유가 없는 한 공당은 유권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공직 후보자를 추천하는 것이 헌법에 규정된 정치적 책무”라며 보궐선거 무공천 요구를 일축하고 있다. 창녕군수 선거 관련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인데 결과가 나오지 않은 만큼 후보자를 공천하지 않을 만한 특별한 사유가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민주당이 이상직 전 국회의원이 선거법 위반으로 낙마해 생긴 전북 전주 을 재선거에 무공천을 결정한 것과 대비된다. 조 의원 개입을 떠나 당 공천이 이뤄지면 민주당은 당 강세 지역인 전주에서 재선거 발생 책임을 다하는데, 국민의힘은 그리하지 않았다는 비난 여론이 전국적으로 일어날 수 있다.

창녕군 국민의힘 당원 40여 명이 30일 낮 12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4월 5일 치러지는 창녕군수 보궐 선거에 조해진 국회의원 공천 개입 원천배제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두천 기자
창녕군 국민의힘 당원 40여 명이 30일 낮 12시 30분 서울 여의도 국민의힘 당사 앞에서 4월 5일 치러지는 창녕군수 보궐 선거에 조해진 국회의원 공천 개입 원천배제를 촉구하는 집회를 하고 있다. /김두천 기자

조 의원으로서는 갑갑해지는 구석이다. 의령군수도 예비후보 간 경쟁 과정에 잡음이 일어 오태완 군수가 탈당해 무소속으로 당선하면서 당으로서는 사고 지역이나 마찬가지다. 밀양시장도 박일호 현 시장이 아닌 다른 인물을 염두에 두고 있었으나 인지도에서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게 지역 정가 시각이다.

이번 창녕군수 보궐선거에 공천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해 자신의 뜻과 맞지 않는 인사가 군수가 되면 지역 내 영향력이 약화할 우려도 있다. 이는 2024년 총선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공천 심사 때 지방선거 과정에서 각종 잡음이 일었고, 이로 말미암은 지역구 관리 소홀 문제를 공천관리위원회가 집중적으로 추궁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당내에 ‘윤석열 대통령 의중’이 강하게 작용하는 점도 부담이다. 이준석 당 대표 체제에서 혁신위원회 부위원장을 맡고, 원내대표 경선에서 ‘윤핵관’(윤석열 핵심 관계자)인 권성동 의원과 맞서 합리적인 당 운영을 강조한 전력이 있기 때문이다.

반면 ‘윤심’이 조 의원에게도 닿아 있다는 견해도 있다. 윤 대통령 주변 ‘친이명박계’ 영향력이 큰 만큼 ‘골수 친이’인 조 의원 영향력도 만만치 않다는 것이다.

조 의원 처지를 아는 한 정치권 인사는 “조 의원이 지닌 온화한 성품과 방송 대담자로 출연해 정부 정책과 대통령 의중을 제대로 전달하는 모습 등에서 윤 대통령이 큰 신뢰를 보내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조 의원은 ‘친윤’ 국회의원 모임인 ‘국민공감’에 속해 있기도 하다.

/김두천 기자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