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내 평균 대출금 1억 5000만 원
올해 고금리 등에 폐업 증가 예상
"상환 기간 7~10년 대폭 늘려야"

지역화폐 축소와 마트 휴업일 변경
대기업과 경쟁 내몰려 더욱더 타격
"소상공인 플랫폼 구축 지원해야"

신영철(45) 경남소상공인연합회장은 지난해에 취임했다. 그는 1978년생으로 소상공인연합회 역대 최연소 지회장이다. 신 회장은 2018년 태권도 학원을 운영하다 밀양에 소상공인연합회 지부를 직접 만들면서 연합회에 발 들이고 회원들에게 눈도장 찍었다. 코로나19 속에서 소상공인들을 바라보고 대변한 지 1년. 그를 만나 소상공인이 처한 현실과 극복해나갈 방안을 들어봤다.

◇대출 덫에 빠진 소상공인들 = 신 회장은 도내 소상공인이 안고 있는 대출 규모가 평균 1억 5000만 원이라고 추산했다. 신 회장은 "코로나19 이후의 대출뿐만 아니라 그 이전 대출까지 고려해야 한다"라며 "장사가 잘되는 가게도 있다고 하지만 소수이며 그마저도 코로나19 이전과 비교하면 부족하다"고 말했다.

문제는 이 대출금을 갚아야 할 시기가 도래했다는 점이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은 그럴 여력이 없다. 

신 회장은 "대출금을 2년 거치 후 3년 동안 상환한다"며 "갚는 기간을 7~10년 정도 늘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신영철 경남소상공인연합회장은 직을 맡은 지 1년가량 됐다. /김구연 기자
신영철 경남소상공인연합회장은 직을 맡은 지 1년가량 됐다. /김구연 기자

지난해 9월 야외 마스크 해제, 올해 1월 30일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이 권고로 바뀌면서 서민 일상과 소비 생활이 활발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신 회장은 "소상공인 경기는 앞으로 2~3년 지나야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가리라 본다"고 말했다.

높은 금리 또한 소상공인 처지에서 버겁다. 이 때문에 신 회장은 "올해 소상공인 폐업률이 그 어느 때보다 높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 회장이 가장 걱정하는 건 정부가 소상공인 관련 정책을 특별히 내놓은 게 없다는 점이다.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반토막 냈기에, 대신 다른 지원책을 내놓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전혀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소상공인이 현실에서 겪는 문제를 정책 입안자들이 전혀 공감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소상공인들도 덩치를 키워야 한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 또한 소상공인 실정에 맞지 않다. 이는 곧 대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데, 경쟁 상대가 되는 건 쉽지 않다. 그는 "대기업 자본과 인력을 상대로 10인 이하 영업장이 경쟁하라는 것은 불공정한 처사 아니냐"고 말했다. 

대기업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사업을 펼친다. 하지만 소상공인 대부분은 하루하루 살아남는 게 목표다. 

신 회장은 이러한 현실에서 소상공인을 실질적으로 지원할 방안으로 '서민금융은행'을 거론했다. 소액 대출, 그리고 기준 금리보다 낮은 이율로 운용하는 곳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영철 경남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 대출 상환 기간을 7~10년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구연 기자
신영철 경남소상공인연합회장은 "소상공인 대출 상환 기간을 7~10년 정도로 늘려야 한다"고 강조한다. /김구연 기자

◇지역과 상생해야 산다 = 소상공인들은 대출 외에도 여러 문제를 안고 있다. 대형마트 규제 완화도 그들의 숨통을 막는 정책 가운데 하나다.

대구시는 지난달 16일 시내 대형마트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한다는 행정예고를 했고, 이달 10일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문제는 이러한 분위기가 타 시도로 확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신 회장은 "지금의 주말은 소상공인과 시장 상인들이 평소보다 매출을 올릴 기회인데 이마저도 빼앗으려 한다"며 "10여 년간 잘 지켜오던 정책을 불필요하게 바꾸려 한다"고 말했다.  

신 회장은 이 대목에서 정부를 또다시 꼬집었다. 지역화폐 지원 예산을 줄인 데 이어 대형마트 의무휴업까지 평일로 전환하는 정책은 소상공인과 시장 상인들을 배제한 처사라는 것이다.

지역에 산재한 문제도 많다. 무엇보다 창원시 의창구 중동에 들어설 '스타필드 창원'과 지역 소상공인 상생 문제다. 경남소상공인연합회는 스타필드 창원과 상생 방안을 협의할 대상에 포함되지 않아 구체적으로 제안할 처지는 아니다. 하지만 신 회장은 손 놓고 있지 않으려 한다. 그는 "대기업이 제안하는 상생 협력을 먼저 따질 게 아니라, 소상공인이 생각하는 상생안을 중심에 놓고 논의해 나가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상생 방안 가운데 하나로 '지역 소상공인의 스타필드 창원 입점'을 들었다. 그럼에도 지역 소상공인은 거대 공룡 출몰에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고 내다봤다.

신 회장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신 회장이 경남도민일보와 인터뷰하고 있다. /김구연 기자

지역과 상생해야 할 일도 있다. 지난해 11월 초 경남소상공인연합회는 '경남 소상공인 상생 한마당' 행사를 성대하게 치를 예정이었다. 지역별 소상공인이 생산한 상품을 내놓고 홍보하고 판매하는 장으로 준비했다. 장기 축제로 자리 잡게 하려 예산 확보와 계획까지 촘촘하게 짜뒀다. 하지만 지난해 '10.29 이태원 참사'를 애도하며 행사를 치르지 않기로 했다. 올해엔 제대로 선보이고자 한다. 뿐만 아니라 지자체가 주최하는 지역축제에 소상공인이 판매자로 참여할 기회를 확대하고자 한다. 

이는 소상공인 전용 플랫폼을 구축하고자 하는 것과 그 맥을 같이한다. 소상공인이 판매하는 상품을 한눈에 볼 수 있고, 홍보할 수 있는 전용 창구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신 회장은 "대기업이 침투한 배달앱에 대항할 수 있는 이음 마당이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자금과 기술을 접목해야 할 부분이라 소상공인 의지만으로는 쉽지 않다. 

신 회장은 "정부와 지자체가 소상공인 전용 플랫폼 구축을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도내 소상공인 4만 4500여 회원이 연합회에 소속해있다. 하지만 신 회장은 도내 40만 전체 소상공인과 마음을 함께한다. 신 회장은 "회원이 아닌 소상공인과도 교육과 정보 공유를 꾸준히 이어가겠다"며 "다만 회원으로 함께 한다면 소상공인 권리 증진에 함께 목소리 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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