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억 원 들여 1500억 원 회수 '수익률 50%' 전망
'핵심사업' 엔진 분야 외 물적 분할 등으로 구조 개선
STX중공업 회생절차 졸업 4년...업계 "재도약 기대"

STX중공업을 매각하는 사모펀드 파인트리파트너스의 투자 수익률이 50% 가까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파인트리파트너스는 STX중공업 보유 지분 47.81% 전체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한화그룹, HD현대의 조선 부문 계열사 한국조선해양에서 관심을 보이고 있다.

파인트리파트너스는 지난 2018년 987억 원을 들여 STX중공업 지분 67%를 차지, 최대 주주로 올라선 바 있다. 5년이 지난 올해 파인트리파트너스는 투자 수익 회수에 나섰다. 이번 매각까지 성사될 때 가져갈 전체 누적 금액은 투자 원금 987억 원에서 50%가량 증가한 1500억여 원일 것으로 예상된다.

◇2018년 말 STX중공업 최대 주주로 = 파인트리파트너스는 2002년 설립된 구조조정 전문 사모펀드다. 한국을 중심으로 아시아 지역 부실채권·구조조정 시장에 투자하고 있다. STX중공업을 비롯해 대림의 해운사업, 그리고 동아탱커를 인수했다. 지난해에는 중형조선사 대한조선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고배를 마셨다.

파인트리파트너스가 STX중공업 최대 주주로 올라선 시기는 2018년이다. 당시 STX중공업은 뼈를 깎는 회생절차를 겪고 있었다. 

STX중공업은 2013년 STX그룹 해체 후 산업은행 등 채권단 관리를 받았다. 2016년 7월 회생절차에 들어갔다.

2018년 2월 엔진 기자재, 플랜트 부문으로 나눠 분할매각을 추진했다. 파인트리파트너스가 엔진 기자재 분야에 관심을 보였고 회생계획안을 내놓았다.

회생계획안 핵심은 비영업용 자산 매각으로 금융회사 담보채권 상환, 감자(주식 금액을 감액하거나 수를 감면해 자본금을 줄이는 것)였다. 지분 확보와 안정적 경영권 행사를 위해 값비싼 주식 가격을 낮춰야 했다. 소액주주 반발은 어마어마했으나, 당시 최대 주주였던 산업은행은 회생계획안을 통과시켰다. 

이에 2018년 11월 파인트리파트너스는 유상증자를 거쳐 최대 주주가 됐다.

STX중공업은 담보로 잡힌 자산인 대구시 소재 아파트, 대구공장, 창원3공장, 창원 수정만사업장 터 등 1300억여 원 규모를 처분해 채권 변제에 나섰다.

2019년 1월 STX중공업은 조속한 회생절차 종결을 위해 물적 분할을 단행했다. 분할 신설회사는 'STX서비스㈜'로 매각 대상인 STX중공업 창원3공장 자산 일체를 이전했다. 창원3공장은 부실채권 전문 자회사 대신F&I가 395억 원에 인수했다. 매각 대금은 채무 상환에 사용됐다.

같은 해 2월 STX중공업은 회생절차를 마무리했다. 파인트리파트너스는 이후 경영 정상화 작업에 착수했다.

◇뼈 깎는 구조조정 단행 = 2020년 5월 STX중공업은 선박용 크랭크샤프트 제작 전문 '한국해양크랭크샤프트 주식회사'와 선박용 데크하우스 제작 부문 '한국해양선박데크하우스 주식회사'를 물적분할해 신설했다. 

2021년 3월에는 수소·연료전지·신재생에너지 사업 부문 'STX에너지솔루션 주식회사'를 물적분할했다. 

표면적으로는 사업 부문을 분할해 효율성을 증대한다는 목표였으나, 사실상 알짜배기인 엔진 사업 부문만 남겨 놓은 것은 매각 사전 작업의 일부였다. 비핵심 사업은 떼어내고 엔진·기자재 분야 육성에만 집중하려는 계획이었다.

2021년 5·6월 파인트리파트너스는 매각 사전 작업 차원에서 보유 지분을 낮췄다. 5월 20일 시간외매매로 300만 주를 주당 7734원에 처분, 이윤 232억여 원을 얻었다. 이어 6월 30일 시간외매매로 200만 주를 주당 8837원에 매도, 176억여 원을 취득했다. 두 달 사이 보유 지분은 기존 67%에서 47.81%로 줄었다.

같은 해 8·9월 비영업용 자산 매각도 이뤄졌다. STX중공업 대구공장 비영업 동측 터를 씨아이에스가 306억 원에, 서측 터를 고려전선이 284억 원에 인수했다. 2022년 들어서도 매각 작업은 계속됐다. STX중공업은 6월 대구공장 일부를 영신다이커터에 406억 원에 매각했다. 이러한 매각 대금은 STX중공업 채무를 줄이는데 사용됐다.

파인트리파트너스는 몸값 높이기 작업의 하나로 출자 전환도 추진했다. 같은 해 9·12월 농협·자본재공제조합·한국동서발전주식회사 등 채권자에게 출자 전환으로 채무 변제를 진행했다.

2년 전 분할 신설한 한국해양선박데크하우스 주식회사도 영업 정지한다고 공시한 후 청산 계획을 내놓았다. 영업 손실 축소로 재무구조 개선을 노린 것이다.

이같은 구조조정에 STX중공업의 부채 비율은 2017년(411.37%), 2018년(240.8%), 2019년(244.26%), 2020년(168.72%), 2021년(179.56%), 2022년 3분기(163.45%)로 낮아졌다.

2022년 12월, 파인트리파트너스는 본격적으로 투자수익 회수에 나섰다. 987억 원을 들여 최대 주주가 된 후 5년이 지난 지금 STX중공업 몸값은 1000억여 원을 상회할 것으로 분석된다. 이미 2021년 시간외매매로 400억 원을 취득했고, 여기에 더해 한화 그룹과 한국조선해양이 인수 경쟁으로 프리미엄을 얹을 가능성도 있다. 프리미엄 가격에 따라 투자수익은 더욱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이들 기업은 "과잉 경쟁 없이 적정 가치만큼만 투입한다"고 밝혀 프리미엄을 속단하긴 어렵다.

STX중공업 인수 본입찰은 2월로 예정돼 있다. 조선업계는 STX중공업이 회생절차를 졸업하고 경영 정상화 궤도에 오른 만큼 향후 조선산업에 긍정적인 효과를 끼칠 것으로 기대했다. 

경남 중소 조선기자재 업계 임원은 "회생절차 졸업 4년 만에 전략적투자자 인수로 재도약이 기대된다"며 "어느 대형 조선사가 인수하든 조선업계에 훈풍으로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안지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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