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몰이 중단, 난방비 폭등 대책, 김건희 특검 등 촉구

'용산 이태원 참사 추모, 윤석열 심판 산청촛불행동'이 주최하는 제3차 촛불집회가 지난달 31일 오후 5시 30분 산청읍 농협은행 사거리에서 열렸다.

산청은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직후 경남에서 창원에 이어 두 번째로 촛불집회를 열어 이목을 끈 지역이다. 비록 지난해 11월 30일 1차 집회 때 모인 사람은 50여 명에 불과했지만, 인구 3만 4000여 명에 60세 이상 고령층 비율이 50%에 달하는 보수색이 강한 농촌에서 '50명도 대단하다'는 말들이 나왔다.

진보정당과 시민사회단체 관계자 2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3차 집회는 설 연휴 직후인 점 등을 감안해 공연과 자유발언이 있는 문화제가 아닌 선전전 형식으로 축소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이태원 참사 책임 소재 규명에 소극적인 윤석열 정부를 비판하면서 '참사는 국가 책임이다. 책임자를 처벌하라'고 주장하는 한편, 현안인 난방비 폭등과 쌀값 폭락에 대한 대책, 주가조작 의혹에 연루된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 등을 촉구했다.

'용산 이태원 참사 추모, 윤석열 심판 산청촛불행동' 관계자들이 1월 31일 산청읍 농협은행 사거리에서 제3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산청촛불행동 최세현
'용산 이태원 참사 추모, 윤석열 심판 산청촛불행동' 관계자들이 1월 31일 산청읍 농협은행 사거리에서 제3차 촛불집회를 열고 있다. /산청촛불행동 최세현

최보경 전교조 산청지회장은 "이태원 참사는 남의 일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일이다. 서울처럼 수십만 명이 모이지는 못하더라도 작지만 큰 목소리를 산청에서 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참사에 대해 정부가 취하는 태도는 진심도 없고 무책임하다고 본다.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최소한 해야 할 도리와 역할이라는 게 있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책임있는 행동을 해야 한다"고 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지금 여러 상황을 보면 독재정권으로 돌아가려는 것 아니냐"고 했다. 정권 위기 탈출용으로 '창원 간첩단 사건' 등을 터뜨리며 공안몰이를 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날 집회 현장에는 산청경찰서 관계자들이 다수 얼굴을 보여 눈길을 끌었다. 촛불행동 측의 주장에 동의하지 않는 시민과 집회 참석자들 간에 혹시 모를 불상사가 일어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신안면 원지버스터미널 인근에서 열린 1차 집회 때는 참석자들을 향해 욕을 하고 소리를 지르는 시민이 일부 있었다. 최보경 지회장이 근무하는 산청간디학교에도 "왜 교사가 좌파교육을 하며 아이들을 선동하느냐"는 항의 전화가 걸려왔다.

양기관 산청진보연합 상임대표는 "간혹 '수고한다' '응원한다'고 격려하는 시민도 있고 못 보던 참석자도 꾸준히 늘고 있다. 2월 말에 열릴 4차 촛불집회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했다.

/고동우 기자 kdwoo@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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