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년 200명 이상 이웃에게 전해
직접 담근 된장·간장 장독서 숙성
옛 추억 있는 할머니들에게 인기
"할머니들 기뻐하는 모습으로 충분"

오옥련 관장이 직접 담근 된장과 간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만든 장은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씩 옹기에서 숙성돼 풍미가 깊다. /박신 기자
오옥련 대표가 직접 담근 된장과 간장을 보여주고 있다. 그가 만든 장은 짧게는 2년 길게는 3년씩 옹기에서 숙성돼 풍미가 깊다. /박신 기자

“주위에서 요즘 누가 된장 먹냐며 차라리 그 돈을 기부하라고 하더라. 근데 그런 기부는 마음만 먹으면 누구나 한다. 반면 직접 담근 장을 장독에 몇 년씩 숙성시키고 나누는 일은 나만 할 수 있다. 시간과 노력도 배로 들어간다. 무엇보다 내가 만든 장을 먹고 기뻐하는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신이 나서 힘든 줄도 모른다.”

햇수로 18년째 직접 담근 된장과 간장을 이웃에게 무료로 나눠주는 사람이 있다. 그가 담근 장을 먹은 이들만 수천 명에 달하고 지금까지 담근 된장은 1만 5000kg이 넘는다. 심지어 그 많은 장을 전통 옹기에 보관한다. 옹기에서 몇 년씩 숙성된 장의 풍미는 시중 제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깊다.

‘따뜻한 손맛’의 주인공은 창원시 마산합포구 진전면 오서리에서 옥련옹기전시장을 운영하는 오옥련(71) 대표다. 그를 수식하는 단어에서도 알 수 있듯 그는 2000여 개에 달하는 옹기를 수집해 집 앞 마당에 전시하고 있다. 대부분 빈 옹기지만 튼튼한 몇몇 옹기는 간장과 된장을 보관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오 대표의 옹기 사랑은 2004년 시작됐다. 마산자유무역지역에서 남편과 함께 자동차 부품 제조업체를 운영하던 그는 사업 일부를 정리하고 지금의 진전면 오서리로 이사했다.

너른 마당에 우연히 놓여 있던 옹기에 눈길이 간 그는 그날 이후로 전국 곳곳을 돌며 옹기를 사들였다. 지역마다 모양이 다르고 사용한 흙에 따라 색이 달라지는 옹기의 매력에 푹 빠졌다. 옹기가 마당 한쪽을 가득 메울 무렵 주변에서 옹기를 활용해 장을 담가보라고 제안했다.

제안이 이어지자 오 대표는 된장을 대량으로 만들어 판매할 계획을 세웠다. 실제로 2005년 당시 돈으로 6000만 원어치 된장을 생산했지만, 생각만큼 판매가 이뤄지지 않았다. 된장을 썩힐 수 없었던 그는 결국 이웃 할머니들과 필요한 이들에게 나눠주기로 마음먹었다.

오 대표는 “처음부터 된장을 나누려고 만든 것은 아니다. 양 조절을 잘못해서 자칫하다가 팔기도 전에 다 썩어버릴 것 같았다. 결국 판매는 일찌감치 포기하고 주민들한테 나눠줘야겠다고 생각했다”며 당시를 떠올렸다.

그러면서 “된장은 대부분 할머니들한테 나눠줬다. 나도 그렇지만 할머니들은 장독에 담가 먹던 된장에 대한 향수가 있다. 시중 판매용 된장은 맛부터 달랐고 직접 담가 먹더라도 옛날 그 맛이 안 났다. 다행히 내가 담근 된장은 장독에 숙성시켜서 그런지 할머니들 입에 맞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렇게 시작한 된장 나눔은 올해로 18년째가 됐고, 해마다 200명 이상에게 된장을 만들어 나눠주었다.

오 대표는 매년 직접 담근 장을 인근 종교시설을 통해 전달하고 있다. 또한 도움이 필요하다는 요청을 받으면 직접 전해주거나 진전면사무소를 통해 전달하기도 한다. 주된 나눔 대상은 할머니들이지만, 다문화 가정 등 취약계층도 일부 포함돼 있다.

오 대표는 우연한 기회로 나눔을 시작했지만, 나눔이 어느새 삶의 원동력이 됐다.

그는 “골병든다고 만류하는 이들도 많다. 근데 힘든 것은 하나도 없다. 오히려 나 하나 힘들어서 200명이 1년 동안 맛있는 장을 먹을 수 있다면 그게 바로 행복”이라고 말했다.

이어 “가끔 돈 줄 테니 된장을 팔라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내가 하는 일은 돈으로 계산할 수 없다. 바라는 것도 없고 주고 싶은 마음 하나로 하는 일이다. 할머니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는 걸로도 충분한데 거기에 어떻게 가격을 매기나”라고 덧붙였다.

오 대표는 지난해 못 했던 된장, 간장 나눔을 조만간 할 예정이다. 올해도 200명에게 나눠줄 양을 준비했다.

그는 “세월이 흐르며 양이 조금씩 줄기는 했지만 아직 담가 놓은 장이 많다. 내가 몸을 움직일 수 있을 때까지는 나눔을 이어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박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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