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는 그 어느 때보다도 어려운 한 해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벌써 전기·가스요금 등 공공요금을 비롯해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고 있으며 글로벌 침체와 중국발 불안으로 수출과 경제여건도 좋지 못하다. 이처럼 밝은 전망이 없다 보니 사회적 갈등도 심화할 것이라는 예측들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어려운 때일수록 답은 가까이 있다. 좋은 사례들도 있다.

양산신도시청어람아파트 입주민들은 요즘 한창 즐겁게 바쁘다. 그들은 다시 연대를 꿈꾸며 공동체를 이뤄 함께 아이를 키우며 노인의 힘을 빌리고 이웃을 향한 관심을 넘어 아파트 안팎 노동자들과도 어깨동무를 한다. 이 아파트 입주민들이 처음부터 공동체에 관심을 가진 것은 아니었다. 권현우 양산신도시청어람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 대표는 층간 소음으로 중대범죄가 발생하는 등 여러 불미스러운 일이 벌어지고 갈등이 끊이질 않는 원인으로 소통이 부족하다고 봤고, 작더라도 우리 안의 공동체를 되살리는 것부터 하자고 생각했다고 한다.

그가 생각한 공동체의 모습은 거창하지 않았다. 그 방법은 함께 나누는 집단이었다. 그리하여 기후위기·글쓰기 등 사람들이 관심 둘 만한 다양한 강의를 열거나, 화합 한마당 행사에서 벼룩시장·그림 그리기 대회를 진행하며 입주민 사이 거리감을 줄이는 일부터 시작하였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주민들은 이제 매달 단지 안팎의 취약 계층에 반찬을 배달하고, 김장을 나눈다. 지난해 행복 공동 밥상 행사에서는 주민은 물론 미화 노동자들까지 한 끼 식사를 같이했다. 서로 연대해서 출범한 청어람협의체는 14개 모든 단체들이 참여하여 문제해결과 더 좋은 주거환경을 위해 머리를 맞댄다. 맞벌이 엄마들의 고충을 덜어주고자 입주민단체들의 문패가 달렸던 공간은 방과후 돌봄 교실로 변했고 낙후된 시설물은 작은 도서관으로 변했다. 청어람아파트 입주민들의 사례는 우리 사회가 현재 안고 있는 문제점을 어떻게 하면 완화 또는 해소하고 좀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할 수 있는지 보여준다. 민주주의는 결국 그 주체인 주민이 하는 것이라는 걸 새삼 깨우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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