냥만공작소-인절미투어 합심해
윈디게이트라는 협동조합 추진
"지역이 지닌 가치 높이려 창업"

마산지역 소재 게임 두 가지 개발
3.15의거 소재 '창동 3월의 진실'
보드게임 '마산에 신선이 산다'
고유 캐릭터로 명소·역사 다뤄

"우리 지역 사회적기업은 서로 같이 나아가야 할 존재, 경쟁 상대로 삼아선 안 된다."

노보영(36) ㈜냥만공작소 공동 대표가 '윈디게이트'를 만들게 된 배경을 설명하면서 한 말이다. '윈디게이트'는 예비사회적기업 냥만공작소·인절미투어(유)가 협력해 만든 협동조합 설립 전 단체다. 두 기업 모두 창업을 희망하던 때 '2021년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으로 만났다. 창업에 성공한 두 기업은 '2022년 경남도 사회적경제 협업모델 발굴지원사업'에 선정돼 지역 자원을 활용한 관광상품을 개발했다.

이들은 단순히 지원사업 협력 관계에서 그치지 않았다. 올해 3월 협동조합을 설립해 지역에서 다양한 창작품을 개발하고자 한다. 

지난 2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서 윈디게이트 구성원을 만났다. 윈디게이트가 개발한 야외추리게임 '창동 3월의 진실'을 직접 해보며 이들이 실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알아봤다.

예비사회적기업 냥만공작소와 인절미 투어가 결합한 '윈디게이트'는 지역 소재로 한 추리게임,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지난 2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서 만난 윈디게이트 구성원. 왼쪽부터 김경규 냥만공작소 대표, 노보영 냥만공작소 대표, 박신정 인절미투어 부대표, 이효진 인절미투어 대표. /주성희 기자
예비사회적기업 냥만공작소와 인절미 투어가 결합한 '윈디게이트'는 지역 소재로 한 추리게임,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지난 20일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에서 만난 윈디게이트 구성원. 왼쪽부터 김경규 냥만공작소 대표, 노보영 냥만공작소 대표, 박신정 인절미투어 부대표, 이효진 인절미투어 대표. /주성희 기자

◇청년 예비사회적기업 간 의기투합 = 냥만공작소는 창원의 문화창작생태계를 조성하려 2021년에 설립된 시각디자인 전문 회사다. 주요 분야는 디자인·출판이다. 

냥만공작소는 지난해 꿈꾸는산호작은도서관과 의미있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지역 장년층 14명이 자서전을 만드는 '나를 담은 책' 프로그램에 디자인·출판사로 함께했다. 냥만공작소는 표지와 내지 디자인 작업을 사회서비스로 제공했다. 앞으로도 이 같은 유형의 지역 출판에 힘을 보탤 예정이다. 노 대표는 "냥만공작소는 디자인과 지역 출판을 기반으로 지역 사회 문제를 해결해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인절미투어는 지역 중심 청년 여행사다. 인절미는 여행상품뿐만 아니라 지역 내 즐길거리 창작에도 힘쓰고 있다. 

예비사회적기업 냥만공작소와 인절미 투어가 결합한 '윈디게이트'는 지역 소재로 한 추리게임,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사진 속 캐릭터는 게임 등장인물들이다. 왼쪽이 윈디, 오른쪽이 라마산이다. /주성희 기자
예비사회적기업 냥만공작소와 인절미 투어가 결합한 '윈디게이트'는 지역 소재로 한 추리게임, 보드게임을 만들었다. 사진 속 캐릭터는 게임 등장인물들이다. 왼쪽이 윈디, 오른쪽이 라마산이다. /주성희 기자

2021년 코로나19 속 여행사 창업이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이효진(32) 인절미투어 대표는 "국외여행이 어려운 때 지역 여행에 기회가 있다고 봤다"며 "지역 역사와 명소 등을 소개해 지역이 지닌 가치를 높이려 창업을 결심했다"고 말했다. 그는 "먼저 김해를 중심으로 여행과 문화예술 체험을 접목한 콘텐츠를 기획하고 운영하려 한다"고 말했다. 인절미투어는 김해한옥체험관에서 즐기는 1박 2일 '절미스테이', 김해 토박이와 함께하는 도보 여행 '토박토박 투어', 김해의 역사를 토대로 한 퀴즈·추리 게임 '미스터리 김해' 등을 운영한다. 

인절미투어는 'Life is journey, Enjoy your Journey(삶은 여행, 당신의 여행을 즐기세요)'라는 의미를 담고 있다. 여행을 뜻하는 Journey를 절미로 발음해 순우리말로 이름을 지었다. 박신정(28) 인절미투어 부대표가 인절미에 합류하면서 그 뜻을 명확하게 했다. 

박 부대표는 소설가를 희망하던 중 이 대표로부터 인절미투어 합류 제안을 받았다. 관광학을 전공한 그에게 적합한 곳이었다. 소설가의 상상력과 섬세함, 관광학으로 다져진 시각으로 지역 특색을 짚어내 관광 명소로 발전시켰다.

야외 추리게임 '창동 3월의 진실' 애플리케이션 구동 모습. /㈜냥만공작소
야외 추리게임 '창동 3월의 진실' 애플리케이션 구동 모습. /㈜냥만공작소

◇윈디게이트가 만든 지역 연계 창작물 = 이러한 냥만공작소·인절미투어가 손을 잡아 윈디게이트를 만들었다. 김경규(36) 냥만공작소 공동 대표는 "지역에서 사회문제를 찾고 이를 해결하려는 의지를 지닌 이들이 만나 재밌는 일을 만들어 봤다"고 말했다.

'윈디게이트(WINDYGATE)'는 아서 코난 도일이 쓴 <셜록 홈스> 가운데 '푸른 카벙클' 회차에서 등장한다. 탐정 셜록은 크리스마스 거위 뱃속에 있던 보석에 대한 단서를 주류상점 '윈디게이트'에서 찾는다. 냥만공작소와 인절미투어는 경남 속 '윈디게이트'가 되고자 한다. 노 대표는 "경남에서 새로운 발견을 하고 재미를 추리해나가는 문이 되고 싶다"고 말했다.

윈디게이트가 이번에 고안한 게임 상품은 총 2가지다. '창동 3월의 진실'과 '마산에 신선이 산다'다. 

'창동 3월의 진실'은 야외 추리게임이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예술촌에서만 즐길 수 있다. '마산에 신선이 산다'는 세계 도시를 배경으로 삼은 블루마블과 다르게 창원을 배경으로 한 보드게임이다.

보드게임 '마산에 신선이 산다' 구성품. /냥만공작소
보드게임 '마산에 신선이 산다' 구성품. /냥만공작소

두 게임 모두 지역 역사와 이야기를 기초로 하고 있다. 냥만공작소는 디자인과 영업을 도맡았다. 인절미투어는 내용 구성을 맡았다. 

'창동 3월의 진실' 야외 추리게임에서 필요한 것은 애플리케이션을 구동할 수 있는 스마트폰과 게임 책자, 그리고 호기심이다. 여기서 3월은 1960년 3월 15일을 뜻한다. 민주화운동으로 뜨거운 열기를 뿜던 창동이 그 배경이다.

창동예술촌에서 한 저항 예술가의 그림이 사라지는데 게임 속 등장인물 '탐정 윈디'가 이를 찾아나서면서 게임이 시작된다. 게임 속 문제를 풀려면 △에꼴드 창동 골목 △문신 예술 골목 △마산예술 흔적 골목을 샅샅이 살펴야 한다. 애플리케이션에서 사건을 해결할 수 있는 단서를 찾고 문제를 풀면 된다. 책자에 그려진 지도를 보고 단서를 찾으려면 1시간~1시간 30분 정도 여유가 필요하다. 그때 창동 골목 속 크고 작은 구조물과 그림들을 낯설게 바라보게 된다. 골목마다 가지고 있는 이야기와 역사를 곱씹어 보게 된다. 비로소 골목길 여행의 참맛을 알게 된다.

'창동 3월의 진실'이 우리 동네, 우리 골목길을 새롭게 보는 창구가 되는 것이다. 윈디게이트가 추구했던 바다.

이 대표는 "마산이 안고 있는 역사와 인물이 많으니 경남 내 다른 지역을 배경으로 한 야외 추리게임도 개발하려 한다"고 말했다. 

'마산에 신선이 산다'는 마산을 배경으로 한 블루마블에 해당한다. /냥만공작소
'마산에 신선이 산다'는 마산을 배경으로 한 블루마블에 해당한다. /냥만공작소

'마산에 신선이 산다'는 마산을 배경으로 한 블루마블이라고 생각하면 쉽다. 게임 참여자는 마산의 성소와 명소로 말을 이동시킨다. 이때 게임말은 윈디게이트가 창작한 '라마산' 캐릭터다.

게임 속 성소는 △마산만 △가포 △용마산 △팔룡산 △무학산 △돝섬, 이렇게 6곳이다. 명소는 김명시 장군 등굣길부터 콰이강의 다리까지 총 24군데다. 참여자는 명소를 이동할 때마다 명물카드를 얻는다. 이 명물 카드로 성소의 기운을 얻을 수 있다. 여기서 명물은 △마산 아귀 △마산 국화 △마산 미더덕 △마산 몽고간장 △마산 야구 등이다. 

윈디게이트는 이 게임을 만들려 '2022 보드게임콘(국내 최대 보드게임 박람회)'에 사비를 들여 참여했다. 박 부대표는 "사업 기간이 6개월로 짧았지만 아쉬움을 남기고 싶지 않아 보드게임콘에 다녀왔다"며 "덕분에 질 높은 보드게임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윈디게이트는 올해 5~6월 중 개발 상품들을 크라우드펀딩(누리망 이음거래터에서 대중을 상대로 자금을 모으는 방식)해 홍보 능력과 생산력을 동시에 갖추려 한다.

김 대표는 "사회적기업은 지원으로만 유지한다는 오명에서 벗어나겠다"며 "그 어떤 상업적인 작품보다 경쟁력 있고 차별성 지닌 창작물을 꾸준히 만들어낼 것"이라고 말했다.   

/주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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