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경남 노동자 사망 56건
사고 업장 중 13%만 대책 논의
노조 “사업주 인식 변화가 중요”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에도 위험한 일터는 달라지지 않았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려면 무엇보다 사업주 인식 변화가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는 26일 ‘중대재해처벌법 1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은 달라졌나’ 주제로 토론회를 열었다. 지난 1년 동안 유의미한 변화는 없었다. 사고사망자가 크게 줄거나, 중대재해처벌법 처벌 사례도 나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앞둔 26일 토론회를 열고 있다. /김다솜 기자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1년을 앞둔 26일 토론회를 열고 있다. /김다솜 기자

고용노동부 자료를 보면 지난해 전국 산업재해 사고사망자는 모두 644명. 2021년과 비교하면 39명 줄었지만, 50인 이상 사업장에서 사망자는 8명 더 늘었다. 지난해 경남에서 일하다 숨진 노동자는 한 달에 4.6명꼴로 나타났다. 사망사고 건수로 보면 경남(56건)은 경기(183건)에 이어 전국에서 두 번째로 많았다. 

지난해 중대재해를 적용한 사망사고 229건 중 노동부가 사건을 처리한 것은 22.7%(52건)에 그쳤으며, 기소 의견으로 송치한 비율은 15%(34건)였다. 검찰로 넘어간 사건 절반이 300인 미만 사업장, 공사 금액 120억 원 미만 건설현장으로 나타났다.

왜 위험한 일터는 그대로인 걸까. 김병훈 민주노총 경남지역본부 노동안전보건국장은 토론회에서 도내 중대재해 발생·미발생 사업장의 안전보건실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놨다. 노동자 151명이 응답한 조사다. 

사고가 났을 때 사측이 대책 마련을 위해 노동자와 논의하느냐고 묻자,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서 ‘그렇다’고 답한 비율은 13.58%에 그쳤다. 미발생 사업장은 72.46%로 차이가 컸다. 안전 문화를 확인하는 11개 항목에서도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의 안전문화 점수가 더 낮게 나왔다. 

재해 예방을 위한 안전보건 투자 여부, 위험한 작업 개선 여부, 위험한 작업 중지 여부 등을 확인하는 질의에서도 중대재해가 발생한 사업장에서는 부정적인 응답이 줄을 이었다. 미발생 사업장은 대체로 긍정적인 답변이 나왔다.

김 국장은 노동자 16명이 유해화학물질 디클로로메탄에 노출돼 급성 간 중독 진단을 받은 창원 두성산업을 사례로 중대재해 발생 원인을 짚었다. 두성산업이 위험성 평가를 하지 않고, 안전보건교육이 부실했기 때문이라고 봤다. 노동부와 관계 기관도 관리 감독을 철저히 하지 않았다고 꼬집었다.  

김 국장은 “사고가 발생하면 실질적인 경영 책임자가 노동자와 논의해서 해결점을 찾아야 한다”며 “경영 책임자가 재해 예방을 위해 어떤 태도를 가지고, 무슨 노력을 할 것인지가 핵심이다. 각자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이해하지 않는 이상 산재는 계속 일어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중대재해 발생 사업장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현장 증언도 이어졌다. 이들은 사업주 인식 변화 없이는 현장에서 개선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성훈 민주노총 한국카본지회장은 “폭발사고가 일어난 현장 옆 건물에서는 유사한 기계로 작업을 하고 있다”며 “회사는 관계기관 조사가 끝나면 재발방지 대책을 세우겠다는 말만 앵무새처럼 반복하고 있다”고 말했다. 

밀양 한국카본에서는 지난해 12월 순환 밸브 고장으로 압력 용기가 폭발하는 사고가 일어났다. 이 사고로 치료를 받던 노동자 2명이 숨졌다. 

김해 대흥알엔티 노동자도 인식의 변화는 없다고 주장했다. 대흥알엔티에서는 지난해 2월 노동자 13명이 트리클로로메탄에 노출된 사고가 났다.

김준기 금속노조 대흥알앤티지회 사무장은 “사고 이후 회사는 안전 보호구를 착용하지 않으면 경고장을 발부하고 징계하겠다고 했다”며 “회사는 작업환경 개선으로 문제 해결을 하려고 하지 않고 징계와 불이익 처분으로 노동자를 탄압할 뿐”이라고 말했다. 

그는 “회사는 산업안전보건위원회 위원장 선출, 근로자 위원 활동 범위와 시간, 명예산업안전감독관 활동, 안전보건관리규정 등을 (노동자와) 논의하지 않고 있다”며 “노동자 건강 문제를 함께 해결하지 않겠다는 잘못된 경영 방식이 지금의 사태를 초래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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