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자 단체교섭권·쟁의권 침해 우려
일용직 많은 건설 현장 특성 고려해야
"현행법, 노사 관계 현실 반영 못해"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는 노동조합의 활동에 무조건적인 빨간딱지를 남발하는 것은 위험하다. 정부가 최근 건설 현장에서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나선 가운데 비정규직 노동자의 노동권 행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 노동은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일한다고 해서 ‘막노동’이라 불리기도 한다. 건설 노동자는 원청과 전문 건설업체를 거쳐 일을 받는 재하도급 구조 안에 있다. 건설업은 산재 사망 비율이 높다. 하루 단위로 버는 일용직 비율이 높아 임금 체불 등에 시달릴 수 있기 때문에 어느 직종보다도 노동조합 활동이 중요하다. 

건설노조 경남건설기계지부가 12일 창원시 명곡동 LH행복주택 공사 현장 앞에서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다솜 기자
건설노조 경남건설기계지부가 12일 창원시 명곡동 LH행복주택 공사 현장 앞에서 노조 탄압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김다솜 기자

국토교통부가 지난 19일 공개한 건설 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유형 가운데 채용 강요, 장비 사용 강요, 태업, 출입방해 등은 노조 활동과 연관이 있다. 

정부가 불법행위라고 지목한 채용 강요, 장비 사용 강요는 건설 현장에서 또 하나의 교섭이자 구인구직 수단으로 활용되기도 한다.

석현수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장은 “건설 노동자들은 일용직이라 고용 절차가 따로 없고, (시공사로부터) 부당한 경험을 하더라도 문제를 제기하기가 쉽지 않다”며 “현장에서 임단협을 맺어 미리 확약서를 써야 체불도, 과노동 문제도 없어진다”고 설명했다. 

이 때문에 때로는 시공사가 좋은 일꾼을 차지하기 위해 지역 노동조합을 찾아가 교섭을 진행하자고 제안한다.

한 건설 시공사 대표는 “우리 같은 작은 업체는 노사 상생을 해야만 좋은 노동자를 확보할 수 있어서 문을 열어놓고 노조를 만나고 있다”며 “요즘에는 건설 현장에서 인력을 구하기 쉽지 않아 상생하지 않고, 신고만 하는 건 답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미국은 건설 현장에서 일어나는 노동자들의 고용 불안정성을 고려해 노사가 ‘하이어링 홀’(Hiring Hall)이라는 공동 기구를 운영하고 있다. 하이어링 홀 안에서 노동자는 사용자에게 교섭 의무를 부과하고, 사용자는 노동자로부터 노동력을 얻어갈 수 있다. 

출입 방해, 현장 퇴거 명령 불응, 태업 등은 건설 노동자가 합법적으로 누릴 수 있는 ‘쟁의’ 행위다. 노조 활동에 불법이라는 낙인을 찍어버리면 건설 노동자들은 단체교섭권과 쟁의권 등을 주장할 길이 사라진다. 

유정자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경남건설기계지부 총무부장은 “건설 현장이 어떤 구조로 돌아가는지 사람들이 몰라서 (건설 현장 불법행위만 보면) 노조 혐오에만 빠지기 쉽다”며 “건설 노동자들은 체임 문제 등이 걸려있으니 노조의 권리인 ‘방해’를 사용한 것”이라고 밝혔다.

건설노조가 지난 12일 공개한 임금체불 자체 조사 결과를 보면 전국 건설 현장 69곳에서 발생한 체불액이 18억 3000만 원에 달한다. 

건설노조와 시공사 갈등이 빚어졌던 창원 명곡 LH행복주택 건설 현장에서도 임금 체불이 있었다. 지난해 건설기계 임대료 체불이 생기면서 건설노조는 현장 레미콘 공급을 중단하는 쟁의 행위를 했지만, 건설 현장 불법행위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 

김세희 민주노총 법률원 변호사는 쟁의 행위는 불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김 변호사는 “사용자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간접 고용과 특수고용 형태가 늘어나면서, 실질적 사용자에게 법적 책임을 묻기 어렵게 됐다”며 “강력한 처벌이 없어서 불법파업이 있는 것이 아니라 노사관계의 변화된 현실을 꿰뚫지 못하는 현행 법 체계가 불법파업을 만들어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노동계가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을 요구하는 이유도 현재 산업구조와 노사관계에 부합하는 권리와 책임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라며 “노사가 자치적으로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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