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3단계사업 계획안' 2월 실무협의회 때 제출 예정
경남도 "롯데쇼핑 계획안, 아직 합의되지 않은 상태"
김해시 "내년 전국체전 개막 전 숙박시설 완공 촉구"

롯데쇼핑이 김해관광유통단지(김해시 신문동)에 내년 7월 호텔 대신 리조트를 완공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롯데가 여러 차례 사업을 지연했기에 약속을 지킬지 지켜보는 김해시민들의 눈초리가 매섭다. 롯데쇼핑은 2016년 착공 후 7년째 답보 상태인 김해관광유통단지 3단계 사업 가운데 가족형 리조트(250실)와 테마파크를 우선 건립 중이다. 김해시가 2024년 10월 전국체전 개막 전에 숙박시설을 완공하라고 독촉하기 때문이다.

◇김해관광유통단지에 리조트·테마파크만 건립 중…마트는 오리무중 = 김해관광유통단지 조성사업은 25년 전인 1996년 10월 29일 경남도와 민간개발사업자로 선정된 롯데가 협약을 체결하면서 시작됐다. 하지만 물류 시설, 아웃렛, 시네마 등 소위 돈 되는 사업만 하고 수익성이 낮은 사업은 뒷전으로 미뤄와 김해시민들 비판이 지속됐다.

호텔, 콘도, 테마파크, 마트, 스포츠센터(수영장) 등 관광휴양시설이 집중된 3단계 사업은 2016년 착공 후 현재 공정률이 40%에 불과하다.

게다가 원래 계획에 포함됐던 호텔은 물 건너가고 가족형 리조트와 테마파크만 짓고 있다. 마트 예정 터는 2008년 건립된 아웃렛과 연계해 복합쇼핑몰을 구상하는 등 전체 유통단지 구조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언제 건축 공사를 할지는 오리무중이다. 지난해 6월 공사가 끝난 스포츠센터는 김해시가 기부채납 받는 것을 포기하면서 롯데가 운영해야 하지만 견해차가 있어 아직 문을 못 열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김해지역 상권을 분석한 결과 비즈니스 호텔은 공실이 절반 이상 발생할 가능성이 있고 유명무실해질 우려가 커서 가족형 리조트를 건립한다"며 "리조트도 최초 계획 비용보다 많이 들어가기 때문에 수익이 나지 않지만, 원안보다 업그레이드해서 지을 계획"이라고 말했다. 

롯데쇼핑은 이 같은 내용을 담은 '김해관광유통단지 3단계 사업 추진 계획안'을 오는 2월 열릴 롯데쇼핑·경남도·김해시 실무협의체 회의 때 제출할 예정이다. 2020년 12월 말 내놓겠다고 약속한 계획안을 기한이 지난 후 2년 2개월 만에 제시하는 것이다.

26일 김해시 신문동 김해관광유통단지 호텔(리조트) 신축공사 현장 입구. /이수경 기자
26일 김해시 신문동 김해관광유통단지 호텔(리조트) 신축공사 현장 입구. /이수경 기자

◇경남도·김해시 "지역 발전 도움·시민 피해 없도록 롯데에 요구" = 롯데가 호텔 말고 리조트 건립을 제안하는 데 대해 승인권자인 경남도는 지역 주민들 피해를 최소화하고 지역 경제 발전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김해유통단지가 개발되도록 요구할 방침이다.

경남도 공항철도과 관계자는 지난 20일 <경남도민일보>와 통화에서 "롯데쇼핑이 수립한 계획안은 아직 합의되지 않은 상태"라면서 "롯데는 법에 따라 호텔 대신 리조트 건립 변경 허가를 받아 공사할 수 있으나, 먼저 지역사회 합의를 거쳐야 롯데 요구 수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고 밝혔다.

경남도가 1996년 롯데와 맺은 협약서에는 물류기본법에 따라 롯데가 김해관광유통단지 터 조성사업을 완료(2013년 9월 완료)할 때까지만 법적 제재를 할 수 있도록 한정했다. 이 때문에 건축 공사는 롯데가 잦은 계획 변경을 하며 미적대도 제재를 할 수 없다.

김해시는 내년 전국체전을 잘 치러내려면 숙박시설이 부족한 김해지역에 호텔이든 리조트든 빨리 건립돼야 한다는 촉박함이 있다.

시 도시계획과 관계자는 "올해 1월 초 실무협의체 회의 때 롯데쇼핑에 전국체전 개막 전에 숙박시설을 완공하라고 촉구했다"고 밝혔다. 내심으로는 경남도가 롯데를 압박해 숙박시설 공사가 빨리 진척되길 희망하고 있다.

◇롯데 꼼수 방치해온 행정에도 비판 화살 = 김해관광유통단지 조성사업은 2013년에 터가 준공됐다. 상부 시설은 총 3단계로 진행해 1단계 사업은 2008년에 농수산유통센터, 아웃렛몰, 물류센터를 완료하고, 2단계 사업은 시네마 등 아웃렛 증축과 워터파크 완료로 2015년에야 준공됐다. 그러나 3단계 사업은 2016년 이행강제금 부과 하루 전에 착공 신고를 해 '꼼수 착공'이라는 비난을 받았다.

이후 김해시는 허성곤 전 시장 이름으로 2020년 9월 롯데백화점(롯데쇼핑)사업부 대표에게 편지를 보내 사업 이행 계획을 밝히라고 요구했지만, 회신도 못 받고 대표와 면담도 성사되지 않았다. 허 전 시장은 롯데그룹 신동빈 회장을 만나 담판을 짓겠다고까지 했으나 롯데쇼핑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에 2020년 10월 경남도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김해관광유통단지 사업 부진을 질책했고, 11월 23일 김해시의회는 김해관광유통단지 사업 조속 준공·개발이익 지역 환원 촉구 결의안을 채택했다.

경남도·김해시 추궁에도 롯데쇼핑은 2021년 4월까지 김해관광유통단지 3단계 사업 시행 여부 답변을 4차례나 미루며 사업을 진행하지 않았다. 당시 롯데쇼핑은 "유통·관광 트렌드의 급격한 변화로 물류단지 내 적자 보전을 위한 방안을 마련 중이며, 나중에 대안 수립 시 제안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롯데쇼핑이 변명으로 일관하자 김해시의회는 2021년 4월 5분발언과 5월 시정질문에서 경남도와 김해시 행정의 무능함을 지적했다. 이정화 전 김해시의원은 "25년이 지난 지금까지 김해관광유통단지에 아웃렛과 워터파크만 자리하고 있는 것은 경남도의 무능 행정과 김해시의 뒷북 행정 탓"이라고 비판하며 "3단계 사업 중 호텔은 전국체전 개최 때 선수 등 관계자 수용을 위해 꼭 필요한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또 "롯데쇼핑은 김해관광유통단지 조성을 완료하지 않고 지속적으로 기간 연장과 사업계획 변경을 하는 등 김해시와 56만 김해시민을 껌으로 취급했다"며 "김해시가 건축허가 취소를 뛰어넘는 더 강력한 법적, 행·재정적 조치를 만들어 실행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코로나19는 롯데쇼핑에 변명 여지를 더 주는 환경 요인이 됐다. 경남도와 김해시도 코로나19 탓에 건설 경기가 어려워지자 김해관광유통단지 3단계 사업 추진에 적극적인 압박을 못한 측면이 있다. 하지만 전국체전이 다가오면서 김해관광유통단지 숙박시설 완공이 시급해지면서 롯데쇼핑의 약속 이행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롯데쇼핑 관계자는 "올해 초 롯데쇼핑 김해사업 담당자들도 바뀌고 경남도와 김해시 담당자들도 인사가 났다. 오는 2월 회의 때 본격적으로 3단계 사업 계획안을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수경 기자 sglee@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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