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적폐 규정 엄단 방침
월례비 등 현장 사정 살펴야
난립 노조 정리 필요성 제기

정부가 ‘건설 현장 불법행위’를 적폐로 규정하고 대대적인 수사에 나섰다. 국토교통부는 지난 19일 건설 현장 불법행위 피해사례 2070건을 발표했다. 지난해 12월 30일부터 이달 13일까지 290개 업체가 불법행위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불법행위 유형을 보면 타워크레인 월례비가 58.7%(1215건)로 가장 많았다. 이어 전임비 등 강요 27.4%(567건), 장비사용 강요 3.3%(68건), 채용 강요 2.8%(57건), 태업 1.8%(38건) 순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피해액을 밝힌 118개 업체는 최근 3년간 1686억 원을 손해 봤다고 답했다. 적게는 600만 원, 많게는 50억 원이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2일 창원 명곡동 행복주택 건설 현장을 찾아 불법 행위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12일 창원 명곡동 행복주택 건설 현장을 찾아 불법 행위에 민형사상 책임을 묻겠다고 강조하고 있다. /김다솜 기자

원희룡 국토부 장관은 “법과 원칙으로 노조 횡포와 건설사 자포자기,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끊어 내겠다”며 “더 이상 공사장이 노조의 무법지대로 방치되지 않도록 민간 건설사들이 신고에 적극적으로 나서달라”고 강조했다.

경찰은 지난 19일 8개 건설노조 사무실, 간부 주거지 등 34곳을 조합원 채용 강요와 금품 요구 등을 이유로 압수수색했다. 설 연휴 직후 전국 5개 국토관리청 전담팀이 건설 현장 조사에 들어가고 대한건설협회 차원에서 신고센터를 운영하는 등 건설 현장 불법행위 조사는 계속되고 있다.

정부 말대로 건설 현장 불법행위가 심각한 것일까. 우선 타워크레인 월례비는 공사 현장에서 웃돈을 얹어주던 오래된 관행이었다. 하지만 일부 노조에서 과도하게 월례비를 요구하는 등 일탈 행위를 하자 문제가 불거졌다. 시공사는 공사 기간 단축과 추가 근무를 부탁하려고 크레인 기사에게 돈을 건네왔다.

석현수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 부산울산경남지역본부장은 “부당한 월례비나 금품 지급 행위는 잘못된 게 맞지만, 때때로 포괄임금제처럼 추가 근무 수당, 성과급 등을 월례비에 포함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석 본부장은 “타워크레인 기사는 타워 임대사가 지급하고 한 해 임금을 정하는데, 시공사에서 공정을 빨리 당기려고 웃돈을 얹어주면서 월례비 관행이 생겼다”며 “월례비를 단순하게 돈을 뜯어내기 위한 과정으로만 취급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또한 전임비 지급은 임단협 등 노조 활동을 하지 않은 간부가 강요하면 문제가 된다. 노조가 시공사에 발전기금이나 단체협상비 등을 명목으로 불법적인 금전 요구를 해서도 안 된다.

전국적으로 여러 노조가 난립해있고, 이들은 이름만 조금씩 다르게 바꿔 설립 신고를 해놓고 불법을 자행하고 있다. 민주노총 안에서는 부당한 금품 요구 사례가 적발되면 징계를 내리지만, 시스템을 갖춘 곳을 제외하고는 노조 안에서 자정 기능을 기대하기 어렵다.

소영호 민주노총 전국건설노조 정책국장은 “민주노총 안에서는 그런 행위를 용납하지 않고 있다”며 “부당한 금품을 받지 말자고 선언하기도 했고, 조직 질서를 어지럽히면 징계를 하고 있다”고 밝혔다.

건설 하도급 업체 대표 ㄱ 씨는 검증되지 않은 노조가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그는 차라리 이번 기회에 불법을 저지르는 노조는 정리될 필요가 있다고도 말했다. 공사 현장에서는 노조 단위로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많다.

ㄱ 씨는 “(일부 노조는) 건설 현장에 투입할 인원도 확보되지 않았으면서 교섭부터 하자고 하고, 교섭을 안 해주면 파업이나 집회를 하겠다고 (시공사를) 압박한다”며 “임금 체불 등 서로 약속을 어기면 몰라도 제대로 된 노조는 일당을 벌기 위해서라도 함부로 파업이나 집회를 열지 않는다”고 말했다.

/김다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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