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부는 지난해 11월 30일부터 12월 22일까지 합천창녕보 수문을 서서히 열었다. 낙동강 수위는 4.9m로 낮아졌고 모래톱이 드러났다. 모래톱에는 새가 앉았다. 자연스러운 흐름이다.

합천보 수문을 열어서 수위가 낮아지니까 낙동강 지천인 회천에도 모래톱이 드러났다. 당연히, 자연스럽게도 새가 찾았다.

원앙, 큰고니, 흰목물떼새, 독수리, 흰꼬리수리, 참수리, 새호리기, 잿빛개구리매, 황조롱이, 흰뺨검둥오리, 청둥오리, 백할미새, 댕기물떼새, 논병아리, 삑삑도요, 말똥가리, 털발말똥가리, 물닭, 박새, 오목눈이, 밀화부리, 직박구리….

회천을 사랑하는 시민 모임 '회천사람들'에서 올겨울 찾은 새다. 낙동강에서 잘 보이지 않던 멸종위기 야생생물 1급 호사비오리도 회천에 나타났다.

회천에 가면 독수리식당도 있다. 몽골에서 겨울을 나려고 한국을 찾은 독수리 무리에게 고깃덩이를 주는 곳이다. 식당은 다름 아닌 모래톱이다. 덩치 큰 독수리가 내려앉아 밥을 먹으려면 마땅한 장소가 필요한데 강, 둔치, 산을 잇는 생태가 죄다 도로로 잘린 탓에 모래톱만 한 데가 없다. 독수리는 3월이면 몽골로 떠난다. 2월은 밥을 더 먹어서 체력을 기를 시기인데, 아무래도 올해는 쉽지 않을 듯하다. 지난 18일 오전 9시를 기점으로 합천보 수문이 내려가고 있다. 오는 31일이면 수문은 모두 닫힌다. 목표 수위는 9.2m다. 농가 물 공급을 고려해서 닫는다는데, 급히 농민을 만나 실태를 파악한 환경단체는 아직 이르다고 만류했다. 아직 여유가 있다는 말이다.

새해 시작부터 줄곧 새 취재를 벌여서 말 그대로 '새해'다. 문득, 모래톱에 앉은 새들에게 새해 소망을 물으면 뭐라고 답할까 궁금하다.

/최환석 시민사회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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