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쓰는 불은 꺼주세요.”, “바다에 쓰레기를 버리지 마세요.”, “일회용품을 줄여주세요.”, “가까운 거리는 걸어 다녀요.”

18일 오후 2시께 창원시 마산합포구 구산면행정복지센터 앞마당에서 갑작스레 메아리처럼 함성이 울려 퍼졌다. 무슨 일이라도 났나, 다들 부리나케 마당으로 모였다.

수정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어린이 16명은 이날 직접 짠 ‘기후위기 대응 구산면 정책 제안서’를 구산면행정복지센터에 전달했다.

아이들은 마을 주민이 분리배출을 잘하도록 △정기 방송 △올바른 분리배출법을 알리는 표지판 설치 △분리배출 이유와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는 홍보물 민원실 배치를 제안했다.

특히, 기후위기 행동하는 날을 따로 정해 마을청소, 선전, 걷기운동을 벌이고 식물도 심자고 권했다.

구산면행정복지센터에 제안서를 전달한 어린이들은 직접 쓴 손팻말을 들고 수정마을회관과 구산파출소에 들러 구호를 외쳤다. 마을 주민은 모두 “그리하겠다”고 손뼉을 치며 화답했다.

창원시 마산합포구 수정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18일 오후 구산면행정복지센터를 찾아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최환석 기자
창원시 마산합포구 수정지역아동센터에 다니는 어린이들이 18일 오후 구산면행정복지센터를 찾아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 있다. /최환석 기자

선전을 마친 어린이들은 마을 주변을 돌며 쓰레기를 주웠다. 금방 종량제봉투가 가득 찼다. 담배꽁초 등 대부분 어른이 버린 쓰레기였다.

배종한 수정마을 이장은 “홍보를 도와달라기에 따라나섰다”며 “앞으로도 기꺼이 돕겠다”고 응원했다.

학부모 김승미(44) 씨는 “집에서 따로 교육하지 않았는데도 전기료 인상 등 최근 환경 쟁점을 잘 알고 있더라”며 “기후위기 심각성을 알리고자 거리로 나선 어린이들 모습을 보고 본보기가 되겠다고 재차 다짐했다”고 말했다.

이날 정책 제안과 선전은 아동권리기관 세이브더칠드런 지원으로 치러졌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지난해 기후위기 대응 지역아동센터 지원 사업을 마련했다. 사업에 참여하는 경남 지역아동센터는 수정지역아동센터를 포함, 모두 10곳이다.

이혜경 세이브더칠드런 남부지역본부 사원은 “기획부터 실행, 평가까지 과정 90% 이상 어린이들이 직접 참여했다”고 강조했다. 우경희 수정지역아동센터장도 “화려하거나 거창하지 않더라도 어린이들이 스스로 몫을 해냈다”고 자랑했다.

최지원(12) 양은 “평소에 환경이 더럽다고 생각했는데 직접 쓰레기를 줍다 보니 어른이 버린 쓰레기가 많아 슬펐다”며 “앞으로 모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고 분리배출을 잘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올해 경남에서만 30곳으로 대상을 늘리는 등 기후위기 대응 지역아동센터 지원 사업을 더 확산할 계획이다.

/최환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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