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교 6학년 때 리틀야구 시작
"미래 불투명해 늘 불안·걱정"

지난해 창미야 선전 이끌면서
국가대표 훈련·대학 입시 병행
"아시안컵서 기량 확인하고파"

"여자야구 발전을 위해서라면 몸 사리지 않고 나설 겁니다. 개척된 길을 가는 사람보다 그 길을 개척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박주아(창원시여자야구단 창미야)는 지난해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창미야 활동을 하면서 전국대회 출전은 물론 국가대표 훈련으로 바쁜 나날을 보냈다. 특히 고등학교 3학년으로 입시를 준비하면서 주말·평일 할 것 없이 그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 학업을 병행하면서 기량 발휘가 안 되는 날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최고의 선수로 발돋움했다.

박주아가 창원 양덕초등학교 체육관에서 공을 쥐고 있다. /이원재 기자
박주아가 창원 양덕초등학교 체육관에서 공을 쥐고 있다. /이원재 기자

박주아는 지난해 창미야를 익산시장기·선덕여왕배 퓨처리그 우승과 LX배 챔프리그 준우승으로 이끌었다. 개인상으로는 익산시장기·선덕여왕배 우수 투수상과 LX배 미기상을 수상했다. 특히 LX배에서는 팀이 치른 4경기에 모두 선발로 나와 12이닝 동안 2승 무패 탈삼진 20개 평균자책점 3.50을 기록하며 맹활약을 펼쳤다.

그를 지도하는 백승환 창미야 감독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백 감독은 "박주아는 한국 최고 선수다. 여자야구 1세대에 안향미, 2세대에 김라경이 있었다면 3세대는 박주아"라며 "박주아를 주축으로 창미야 선수들이 여자야구를 이끌었으면 하는 바람이다"라고 밝혔다.

박주아는 어느덧 여자야구 최고의 선수로 자리 잡았지만 그의 야구인생은 결코 순탄치 않았다. 초등학교 6학년 때 리틀야구를 시작하면서부터 어려움을 겪었다. 남자 아이들만 있는 리틀야구단에 홀로 여성으로 선다는 자체가 쉬운 일이 아니었다. 박주아는 "아무래도 외로움은 어쩔 수 없었다. 겨울에 합숙 훈련을 해도 남학생들과 잘 수 없으니 부모님이 항상 따라붙어야 했다"며 "경기나 훈련 후 대화를 나눌 사람이 없었고, 여학생으로서 느끼는 감정이나 힘든 점을 공감해줄 친구가 없었다"고 말했다.

리틀야구단을 졸업할 시기에는 더 큰 고민을 떠안았다. 리틀야구를 벗어난 여학생을 받아줄 팀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 그에게 소프트볼에서 제의가 왔고 입단 테스트까지 받았다. 그러나 야구와 소프트볼은 엄연히 다른 종목이었고, 결국 그 제안을 거절할 수밖에 없었다.

야구를 계속하기로 마음먹은 후에도 마땅한 대안은 없었다. 당시는 창미야 창단 전이었고 남자 사회인 야구팀에 들어가는 게 선택 아닌 선택이었다. 그는 "지금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중고등학생들이 야구를 할 환경이 없다는 점"이라며 "많은 학생이 야구를 포기하고 소프트볼로 넘어가는 상황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창미야 박주아가 공을 던지고 있다. /창원시야구소프트볼협회
창미야 박주아가 공을 던지고 있다. /창원시야구소프트볼협회

고등학교 1학년 꿈에 그리던 국가대표에 처음 선발됐다. 그러나 그가 생각한 국가대표와 실제 국가대표의 괴리는 컸다. 여자야구 국가대표는 전용 구장과 숙소도 없었으며 이동할 때에도 개인 차량을 이용해야 할 만큼 열악했다. 무엇보다 국가대표 선수임에도 늘 미래를 걱정하고 불안한 마음을 안고 야구를 해야 했다.

박주아는 "국가대표가 됐을 당시에는 좋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발전이 없다고 느껴졌다. 국가대표 타이틀이 전부인 느낌이었다"며 "야구를 하면서 불투명한 미래에 늘 불안했다. 국가대표를 할 때도 그랬고 고민과 걱정을 안고서 운동을 했다"고 밝혔다.

박주아에게 지난해는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열심히 달려온 한 해기도 하다. 미래가 불투명했기에 공부를 놓치지 않았고 서울대 진학을 목표로 삼았다. 특히 야구 선배 김라경이 서울대에 진학해 대학 리그에서 뛰는 걸 보면서 결심을 굳혔다. 서울대는 체육특기자를 선발하지 않아 일반 학생들을 선발하고, 이 때문에 유일하게 여학생이 대학리그에서 뛸 수 있는 곳이다. 박주아는 창미야 활동과 국가대표 훈련으로 바쁜 나날을 보내면서도 서울대 최종 4인에 드는 놀라운 성적을 보였다. 아쉽게 최종 합격에는 실패한 박주아는 다시 새로운 미래를 그리고 있다.

그 시작은 올해 열리는 아시안컵에서 자신의 기량을 펼치는 것이다. 박주아는 "국제대회에서 강팀과 맞붙으며 제 기량을 확인해보고 싶다. 제가 여기서 안주하지 않고 더 나아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거라는 기대감이 크다"며 "이번 대회가 저를 보여줄 수 있는 최고의 기회라고 생각한다. 기대가 많이 되고 잘할 자신이 있다"고 힘줘 말했다.

대표팀 3번 타자이자 유격수를 맡고 있는 박주아는 수비에서 동료에게 믿음을 주는 선수, 그리고 득점권에서 해결사 역할을 해주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밝혔다. 그는 "3할은 기본으로 치고 싶고, 국제대회에서는 5할 이상을 기록했으면 한다"며 "공수주에서 완벽한 5툴 플레이어가 되고 싶다"고 목표를 밝혔다.

/이원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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