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14일 마산 창동 상상홀서
마산연극협회 〈그녀의 엔딩〉 공연
작가 지희와 세상 떠난 엄마 이야기
관객들 "자기 회고 할 수 있던 시간"

적막함이 감도는 텅 빈 집안. 지희가 엄마를 부르며 문을 열고 들어온다. 사람은 없고 상 위에 밥과 반찬만 덩그러니 차려져 있다. “끼니 거르지 마라. 냄비에 김치찌개 있고 냉장고에 멸치 볶은 거랑 콩나물도 있어. 골고루 먹어.” 밥상 앞에 놓인 엄마의 메모지를 본 지희가 “그래도 밥은 해놨네”라고 말하며 웃는 얼굴로 수저를 든다. 기분 좋게 오른손으로 한 술 두 술 밥을 떠먹는다. 그런데 상황이 묘하게 흘러간다. 밝았던 지희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아무 말 않고 1분여간 밥만 먹던 지희가 왈칵 눈물을 쏟기 시작한다. 불과 1분 새 생긴 감정변화다. 어떤 아픔이 있기에 지희는 밥을 먹다 말고 덜컥 눈물을 훔치게 된 걸까.

<그녀의 엔딩> 속 한 장면. /마산연극협회

<그녀의 엔딩>(김정희 작·연출)은 작가를 업으로 삼은 딸 지희와 평생을 가족 생계 유지·자녀 양육에 헌신한 그의 모친 이야기다. 안정적인 삶을 살기를 바랐던 엄마, 그리고 독립과 자유를 갈망하던 딸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2인극으로, 작품을 연출한 김정희 작가가 주인공인 지희 역으로 이 연극 무대에 올랐다. 그는 지난 11일부터 14일까지 나흘간 창원시 마산합포구 창동 상상홀(극단 상상창꼬 연습실)에서 공연해 올해에만 같은 작품으로 네 차례 2인극을 꾸몄다.

과거와 현재를 넘나들며 펼쳐지는 이 연극에서는 지희가 글을 쓰는 과정에서 세상을 떠난 엄마를 떠올리는 상황이 그려진다. 회상 장면이 작품 대부분을 차지한다. 엄마는 생전에 사랑으로 딸을 보듬지만, 지희는 그런 엄마에게 매번 투덜거리기 일쑤였다. 가족을 잃은 뒤에야 지희는 뒤늦게 빈자리를 곱씹는다. 엄마가 세상에 없다는 걸 받아들이기 힘겨워하는가 하면, 엄마와의 추억을 다시금 떠올리며 회한에 젖기도 한다.

<그녀의 엔딩> 속 한 장면. /마산연극협회

극 속 지희는 현실에서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는 자녀들의 모습을 대변한다. 평생 자식 생각만 하며 살아온 부모에게 별것 아닌 일에도 쉽게 투정 부리고 짜증을 내는 행태가 그것이다. 지희는 기분 좋게 말을 꺼내는 일이 많지 않다. 퉁퉁거리는 날이 더 잦다. 엄마가 세상을 떠나고 나서야 뒤늦게 자신의 잘못을 깨닫는 지희는 때늦은 후회로 시간을 보낸다. 연극은 이런 지희와 엄마 모습을 보여주며 부모에게 있을 때 잘해야 한다는 교훈을 전해준다.

<그녀의 엔딩> 속 한 장면. /마산연극협회

지난 14일 오후 연극을 관람한 관객들은 자신과 가족을 되돌아보게 하는 작품이었다고 평가했다. 김상명(52) 씨는 “극 중 이야기가 내 얘기처럼 느껴졌다”며 “엄마와 잘 지내고 있는가, 우리 엄마는 괜찮으냐는 그런 자기 회고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고 했다. 또 다른 관람객(60)은 “엄마와 딸 사이를 현실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준 연극이라 감동적이었다”며 “돌아가신 우리 엄마와 내 자녀들을 생각해보는 계기도 됐다”고 했다. 이어 “나는 이제 엄마에게 잘하고 싶어도 잘할 수 없다”며 “모두 부모가 살아계실 때 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연극을 두고 ‘딸의 반성문이자, 그리운 엄마에게 보내는 편지’라고 밝힌 김정희 작가는 공연을 마친 뒤 관객 앞에 서서 감사 인사를 전했다. 김 작가는 “엄마 없이 태어난 사람은 없는데 다들 엄마에게 잘하고 있는지 모르겠다”며 “앞으로도 계속 작품을 해나갈 테니 관심 있게 봐주시면 감사하겠다”고 말했다.

/최석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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