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오전 북한 무인기 5대가 군사분계선을 넘어 남한 영공을 침입했습니다. 우리 군은 격추에 실패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다음날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앞서 이종섭 국방부 장관 등 군 인사들을 강하게 질책했습니다. 언론 또한 영공 대비 태세에 허점을 보인 군을 강하게 비판하는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하지만 국군통수권자인 윤 대통령 대응을 검증하는 보도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윤 대통령이 군 인사들에게 "도대체 뭐한 거냐"라고 말했다는 익명 관계자의 전언만 주로 보도됐습니다.

<연합뉴스>는 28일 <尹대통령, 국방장관에 "도대체 뭐한 거냐"…北무인기 대응 질책>에서 복수의 관계자들에게 전화 통화로 들은 내용을 전했습니다. '격노한 것으로 전해졌다', '"군이 윤 대통령 질책에 숙연해질 수밖에 없었다"고 한다', '"대비태세를 하루아침에 강화하기 어렵다는 측면에서 윤 대통령의 안타까움이 있었다"'와 같이 윤 대통령의 심기와 현장 분위기를 전해들은 것을 정리해서 보도한 것입니다. 전언 보도는 이날 동안만 최소 50건 이상 쏟아졌습니다.

연합뉴스 누리집 갈무리

취재가 제한될수록 전언은 늘어납니다. 기자가 직접 현장을 보거나 사실을 확인할 방법이 없을 때 쓰는 최후의 수단이겠지요. 하지만 대통령실 관계자발 전언은 대통령실이 원하는 방향대로 발언이 나올 수밖에 없다는 맹점이 있습니다. 특히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사건은 군을 향한 비판 보도가 쏟아진 후, '대통령이 군을 질책했다'라는 전언이 뒤늦게 흘러나온 것이 특징입니다. 국군통수권자인 윤 대통령의 책무는 묻지 않은 채 오직 국방부만 잘못한 듯한 여론을 강화하는 역할을 한 것은 아닐지요.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통령은 북한 무인기 영공 침범 당시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소집하지 않았습니다. 다수 언론은 대통령 대응이 적절했는지 검증하기보다는 "NSC 열 상황 아니었다"라는 대통령실 해명만 후속 보도하는 데 그쳤습니다. 문재인 대통령 재임 당시에는 NSC를 안보실장 주재로 열었음에도 문 대통령이 불참했다는 이유로 비판의 날을 세웠던 것과는 대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을 찾습니다… 이름: 문재인, 특기: NSC 불참'(2019년 8월 6일 뉴데일리)이라는 제목의 기사도 나올 정도였는데, 지금은 어떤가요? 유승민 전 의원이 "영공 뚫린 날 NSC 안 열려…통수권자가 이래도 되나"라고 발언한 것을 따옴표 보도한 것만 눈에 띕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대전 유성구 국방과학연구소를 방문, 무인기 개발 현황 전반을 점검하고 있다. /연합뉴스

또한 윤 대통령이 "2017년부터 드론에 대한 대응 노력과 훈련, 전력 구축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며 "북한의 선의와 군사합의에만 의존한 대북정책이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우리 국민들께서 잘 보셨을 거라고 생각한다"며 전임 문재인 정부를 탓한 점도 다수 언론은 발언을 중계하는 데만 그쳤습니다. 반면 <한겨레>는 발언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근거를 들어서 발언이 부적절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국방부가 이번 북한 무인기를 포착하는 과정에서 2018년 배치된 탐지자산을 이용했다는 사실을 전하면서 '전 정부만 탓하기에는 근거가 부족해 보인다'고 했습니다.

독자는 윤 대통령이 분노했다는 사실보다 윤 대통령이 적절하게 대응을 했는지가 더 궁금하지 않을까요? 

/김연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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