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미나 창원시의원이 본인 누리소통망(SNS)에 이태원 참사 희생자 유족을 향한 막말을 써서 올려 공분이 일고 있습니다. 정치권에서 망언을 일삼는데 언론은 책임이 없을까요? 공인·유명인이 자행하는 자극적인 언사를 중계하는 보도를 짚어봅니다.

△홍준표 "강성노조는 암적 존재…테슬라, 한국 오겠나"(5일 한국경제)

홍준표 대구시장이 누리소통망에 올린 글을 인용한 기사 제목입니다. 기사는 홍 시장 글을 인용하는 데 그쳤습니다. 발언을 그저 나열하기만 할 거라면, SNS 글을 그저 갈무리해서 올리면 그만 아닐까요? 노동조합이 홍 시장 눈에는 '강성'으로 보이겠지요. 하지만 언론은 이 같은 발언이 이치에 맞는지 따져봐야 합니다. 부적절하다면 부적절하다고 지적해야겠지요. 노동자들은 "대체 어느 나라 귀족이 12시간 일하고 중대재해 내몰리나"라고 호소하는 상황이니까요.

△유시민의 일침 "대중은 박지현에 관심 없다. 시끄러운 정치인일 뿐"(11월 28일 세계일보)

유시민 작가가 신생 언론 <민들레>에 기고한 글을 발췌한 기사입니다. 중계식 보도의 전형입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대위원장도 가만히 있을 리 없겠지요. 박 전 비대위원장이 유 작가 말을 받아치면 '공방' 기사가 탄생합니다.

△'가석방 불원서' 내놓은 김경수에 국힘 "얼굴에 쇠가죽을 발랐다"(14일 서울경제)

이 기사 제목은 한 발 더 나갑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이 논평에서 쓴 사자성어 '면장우피(面張牛皮)'를 친절하게 우리말로 풀어서 제목에 올렸습니다. 조금이라도 더 눈길을 끌려는 의도가 엿보입니다.

눈길을 끌기에 자극적인 발언이 매우 효과적인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사례로 든 따옴표 보도가 뉴스 수용자에게 미치는 부작용은 매우 큽니다. 해서는 안 될 말을 해도 되는 것처럼 만들기 때문입니다. 어떤가요? 대개 부적절한 말은 다음과 같은 표현을 앞에 깔고 시작합니다. '솔직히', '이런 말 하긴 좀 그렇지만'. 보통 이 뒤에는 '생각만 했으면 좋았을 텐데' 싶은 말이 술술 나옵니다. 이처럼 차마 사회에서 용인할 수는 없는 혐오성 발언이 '자제'라는 문턱을 뛰어넘고 입 밖으로 나오는 데 언론이 길잡이 역할을 하는 것은 아닐까요?

/김연수 기자 ysu@idomi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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