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도사를 가면 일주문을 통과해 차를 이용해서 빠르게 가는 사람도 있고, 소나무 숲길을 천천히 걸어가면서 자연과 하나가 되는 기분을 느끼면서 가는 사람도 있다. 일주문을 지난 후 걸어서 가는 소나무길을 무풍한송(舞風寒松)길이라 부르고, 이 길은 통도천을 따라 절로 가는 솔숲길을 다르게 부르는 이름이다.

이 솔숲길에 들어서면 맑고 청아한 느낌을 피부를 통해서 느낄 수 있고, 곧이어 머리가 맑아지는 듯한 느낌이 든다. 거기에 바람이 불면 소나무가 흔들리는 모습은 눈을 즐겁게 하고, 그 소리는 세상의 시름을 잊게 한다. 길지 않은 길을 자연과 하나 된 마음으로 걸으면 세상의 아름다운 것은 마음속에 있다고 하는 생각이 든다. 통도천을 흐르는 물소리는 귀를 맑게 하고, 바람 소리는 마음을 청아하게 만들고, 혹시 지나가는 청설모를 보게 되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다.

이 솔숲길은 시간에 따라 다양한 느낌을 전하기도 한다.

이른 아침에 안개가 자욱하게 흩어져 있을 때 인적이 드문 이 길을 걸어가면 신선이 사는 세상으로 들어가는 듯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오전에 햇볕이 따뜻하게 내리쬘 때는 어머니의 온화한 마음이 나를 감싸주는 듯한 평온함을 받을 수 있다. 또 한낮 강렬한 태양빛 아래에서는 삶의 활력과 생기를 찾을 수 있는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게 한다. 영축산 자락으로 해가 뉘엿뉘엿 넘어갈 때는 바쁘게 살았던 오늘을 되돌아볼 기회를 주면서 마음에 위안과 평화를 준다.

계절에 따라 걷는 느낌도 달라진다.

봄에는 소나무 가지 사이로 비치는 햇살의 아름다움에 감탄하고, 여름철에는 솔숲이 주는 그늘의 시원함에 매력이 느껴지고, 가을철에는 불어오는 솔바람이 피부 속으로 스며들어 세속의 때를 씻어주어 좋고, 겨울철에는 솔숲에서 나는 향기 속에서 정신이 맑아진다.

소나무는 산림청 설문조사에서 한국인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을 만큼 많은 사랑을 받는 나무다. 그 숲에는 한국인의 자아와 정체성이 녹아 있다.

특히 사찰 입구에 한 아름의 나무로 이루어진 솔숲은 나무의 나이만큼 오래된 역사를 대변하기도 한다. 무풍한송길은 주변의 계곡과 함께 자연스럽게 형성된 아름다운 풍경이 수묵화가 연상되어 한국의 전통을 가진 문화경관으로 손색이 없다고 생각한다. 외국인이 나에게 한국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풍경을 꼽으라고 하면 소나무 숲길이라고 추천하고 싶다.

/한동구 ㈜MH에탄올 안전보건팀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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