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위 농협과 신협 고금리 상품, 노출 전 심사 과정 없어
농협중앙회 "평균 금리 웃도는 상품 승인 절차 거치겠다"

남해축산농협(이하 남해축협)을 비롯한 2금융권 기관들이 고금리 적금 판매 과정에서 잇달아 허점을 드러낸 데는, 상호금융 특유의 '교차 확인 절차 부재'가 주요 요인 중 하나인 것으로 확인됐다. 농협중앙회와 신협중앙회는 재발 방지책 마련에 나섰다. 

남해축협은 연 10.25% 고금리 적금을 비대면으로 판매했다가 감당하기 어려워지자 해당 가입자들에게 해지를 호소하고 있다. 남해축협은 지난 7일 누리집에 사과문을 올리고 수습에 나섰다. 그런데 합천농협, 그리고 경북 동경주농협과 제주 사라신협 등 다른 상호금융기관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 있다. 

농협중앙회 경남본부가 8일 도내 단위 농협을 전수조사한 결과, 경남에서 평균 적금 금리(6% 안팎)를 넘겨 상품을 판 곳은 남해축협·합천농협 2곳이었다.

◇직원 실수 = 모두 직원이 상품 조건을 전산시스템에 입력하는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다. 남해축협·합천농협, 그리고 동경주농협은 애초 대면 판매로 기획한 상품을 비대면으로 입력했고, 제주 사라신협은 정액적립식 적금에만 고금리를 적용하려다 자유적립식에까지 설정했다가 사달이 났다. 

이 같은 일이 벌어진 데는, 중앙회 전산시스템을 빌려 쓰는 상호금융기관 특유의 허점이 한몫했다. 

자료사진. /pixab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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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위 농협은 일정 수수료(전산 비용)를 내고 농협중앙회가 개발·운용하는 전산망을 쓴다. 단위 농협마다 전산망을 개발하는 일은 비효율적이래서다. 단위 농협 직원은 금리, 만기, 가입 금액 한도, 대면·비대면 여부까지 전산에 입력한다.

단위 농협 직원이 비대면 판매로 설정하면 0시 30분부터 인터넷·모바일뱅킹(앱)에 곧바로 상품이 노출된다. 쉽게 말해 사람이 최초 입력하는 단계와 상품이 노출되는 단계 사이 최소한의 확인 절차가 없다는 이야기다. 농협중앙회와 단위 농협은 별도 법인이고, 각 조합 사정에 따라 상품 조건이 다를 수밖에 없어 하나하나 따져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다. 이는 신협도 마찬가지다.

실제 남해축협이 지난달 30일 전산에 입력한 NH여행적금(금리 연 10.25%)은 이달 1일 0시 30분 노출돼 같은 날 오전 9시 40분에야 실수가 확인됐다. 9시간 동안 입소문이 퍼져 1277억 원 규모 예수금이 몰린 뒤였다. 

◇시스템 보완 절실 = 금융 종사자들 이야기를 종합하면 이런 상황은 보통의 시중은행·지방은행에서는 벌어지기 어렵다. 보통 개발 부서가 만든 상품이 심사부를 거치고, 전산(IT) 부서가 또다시 적용 정합성을 따지는 등 최소한의 교차 확인 절차가 있어서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이런 상황을 우려해 평균 금리를 웃도는 조건을 입력하면 상품 노출 전에 중앙회 승인을 거치는 체계를 개발했는데, 적용 직전에 이런 일이 터져 안타깝다"라며 "현재는 보완 사항 반영이 마무리된 상태"라고 밝혔다. 

신협중앙회 관계자 역시 "노출 전 승인 체계를 만들거나, 위험성이 있는 조건 입력 때 경고창을 띄우는 방법을 고려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런 가운데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시각도 엇갈리고 있다. 특히 해당 단위 조합별로 온도 차가 크다. 

남해축협 상품 가입자 일부는 누리소통망(카페)에 남해축협의 안타까운 사정을 퍼 나르고 있다. 

이들은 "솔직하게 실수를 인정했고, 안내문에서 진심이 묻어나왔다", "결국엔 우리 농민들이 그 손실을 부담해야 하는데, 상대 실수를 바탕으로 돈을 벌고 싶지는 않다"와 같은 의견과 함께 해지 인증 사진을 올렸다.

반면, 다른 곳 가입자들은 대체로 격앙된 반응을 나타냈다. 

합천농협 상품 가입자 ㄱ 씨는 "이야기는 도는데 공식 입장은 없고, 소문 듣고 알아서 해지하라는 건가"라고 밝혔다. 특히 동경주농협 가입자들은 "2주 동안 관망하다가 남해축협 대응을 보고 이제야 문자로 해지를 권유하는 태도가 무책임하다"라고 말했다.  

/이창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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