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
민주당 "정부·여당안 수용" 발표
정의당 "정부·여당안 철회" 촉구

정부는 8일 한덕수 국무총리 주재로 임시 국무회의를 열고 화물연대 무기한 운송 거부(총파업)에 대응해 철강과 석유화학 분야 운송사, 차주들에게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불법과는 절대 타협하지 않겠다"며 지난달 29일 시멘트 분야에 첫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지 9일 만이다.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 등 야권은 정부 방침에 반발하면서도 대응 기조에는 차이를 뒀다. 민주당은 정부·여당이 제시한 안전운임제 3년 연장 수용을, 정의당은 업무개시명령 철회와 정부가 약속한 안전운임제 지속 추진과 일몰제 폐지, 품목 확대 등을 촉구했다.

대통령실과 정부는 운송 거부자들이 속속 업무에 복귀하고 있지만, 철강·석유화학 업계 피해가 지속하는 만큼 추가 업무개시명령이 필요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무회의 후 브리핑에서 "당장 오늘 운송 현황 현장 조사에 착수하는 등 후속 조치를 신속하게 이행하겠다"고 밝혔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8일 정부서울청사 브리핑실에서 '화물연대 집단운송거부' 관련 관계부처 합동 브리핑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대상자는 철강 분야 6000여 명, 석유화학 분야 4500여 명 등 1만여 명으로 추정된다. 시멘트 분야가 2500명인 것과 비교하면 대상자 규모가 훨씬 크다.

정부는 국토교통부와 지방자치단체 공무원, 경찰 등으로 합동조사반 86개 반을 꾸려 오후부터 현장 조사에 나섰다. 운송업체와 거래하는 화물차주 명단, 주소를 파악하고 운송 여부를 확인하려는 목적에서다.

화물차주가 정당한 사유 없이 복귀하지 않으면 30일 운행정지·자격정지 등 행정처분과 함께 3년 이하 징역 또는 3000만 원 이하 벌금 등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안전운임제 3년 연장을 수용하겠다"고 밝혔다.

최인호 의원은 "윤석열 정부가 약속을 이행하지 않아 안전운임제가 일몰 위기에 몰렸다"며 "올해 12월 31일이 지나면 안전운임제가 종료된다"고 우려했다. 이어 "내년부터 폐지되면 안전운임제를 사실상 부정하는 현 정부하에서는 제도 부활이 어려울 것"이라며 "지금 국회에서 법안 처리 절차를 밟지 않으면 안전운임제가 사라질 절박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정부·여당이 품목 확대와 관련한 어떠한 협상도 거부한 채 일몰 상황이 다가오는 이때, 안전운임제 지속이 최우선 과제"라며 "이에 민주당 국토위 위원들은 현 정부와 여당이 당정 회의 결과로 제시한 3년 연장안을 수용해 관련 법안을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여당의 예산안 협상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박홍근 원내대표가 8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관련 기자회견에서 정부와 여당의 예산안 협상을 비판하고 있다. /연합뉴스

민주당 국토위 위원들은 국민의힘을 향해 안전운임제 확대 논의를 위한 상임위 내 여야 합의 기구를 동수로 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이들은 "그동안 품목 확대를 논의할 3+3, 5+1, 심지어 3+1 등 우리 중재안을 모두 거부한 국민의힘은 이제 자신들 요구가 모두 반영된 만큼 국토위 교통법안소위와 전체 회의 일정 합의에 나서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법안 개정과 별개로 안전운임제 품목 확대 등을 계속 논의할 국토위 내 여야 합의기구를 동수로 구성할 것을 국민의힘에 제안한다"며 "법안 개정에 국민의힘 주장을 전적으로 반영한 만큼 이에 전폭적으로 수용하라"고 했다. "이 같은 요구를 받지 않을 때는 안전운임제가 사라지는 것을 막을 모든 방안을 강구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의당은 추가 업무개시명령을 "반헌법적 폭거"라며 정부를 더욱 강하게 비판했다.

위선희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한 총리가 추가 명령을 특단의 대책이자 최대의 노력이라고 한 것을 두고 "노동자들이 요구한 안전운임제를 지키는 방향으로, 교섭을 해 여파를 줄이는 방식으로 행해졌다면 사태는 여기까지 이르지 않았을 것"이라고 꼬집었다.

위 대변인은 "한 총리는 화물연대 파업으로 철강·석유화학 업종 출하 차질 규모가 총 2조 6000억 원에 달한다고 한다. 그중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이 낳은 손실은 더 크다. 터무니없는 주장이지만 백번 양보해서 큰 손실이 발생했다 하더라도, 화물연대 파업이 한국의 경제 위기를 초래할 정도라면 그동안 화물연대 운송 노동자들이 한국의 경제를 책임지는 근간이었던 것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노동자들이 하루 16시간씩 운전하며 과로하고 잦은 사망사고에 두려워하고 있다면 한국 경제를 위해서라도 노동자들의 요구를 적극적으로 경청해야 하는 것이 정부의 책임"이라며 "추가 업무개시명령 발동은 경제 위기를 막는 방법은커녕 파국으로 치닫게 하고 오히려 경제를 위태롭게 하는 자충수"라고 지적했다.

위 대변인은 "경제 운운하며 모든 책임을 노동자와 국민에게 떠넘기는 한 총리 궤변에 국민도 분노한다"며 "정말 한국의 경제 위기를 극복하고 싶다면 업무개시명령을 당장 철회하고 대통령이 나서서 국토부가 손바닥 뒤집듯 뒤집었던 안전운임제 시행 약속을 이행하라"고 촉구했다.

/김두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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