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로 도피 3년 7개월 만에 검거
유학생 등 계좌 악용 국외서 범행 지속
아르바이트생·학생 등 2억 원 피해
경찰 "서민 노린 악성 사이버 사기"

인터넷 중고거래 카페에서 고가의 스포츠용품을 팔겠다며 피해자 240여 명을 속여 돈을 가로챈 혐의로 30대 남성이 국외로 달아난 지 3년 7개월 만에 경찰에 붙잡혔다. 피해 사례가 잇따르면서 국내외 인터넷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는 이 남성과 관련한 사기 사건을 주의하라는 글이 올라올 정도였다. 이번 검거에는 국내 경찰과 호주 경찰의 국제 공조가 있었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 혐의를 받는 30대 ㄱ 씨가 국내로 압송되고 있다. /경남경찰청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 혐의를 받는 30대 ㄱ 씨가 국내로 압송되고 있다. /경남경찰청

◇피해자 대부분 학생·아르바이트생 = 경남경찰청은 호주 인터폴과 공조로 사기 등 혐의를 받는 ㄱ(30) 씨를 붙잡았다고 8일 밝혔다.

ㄱ 씨는 인터넷 중거거래 카페 등에서 한정판 고급 운동화나 스포츠용품 등 10~20대가 즐겨 찾는 중고 물품을 팔 것처럼 글을 올려 이에 속은 피해자들에게 돈을 받아 가로챈 혐의를 받고 있다. 현재 경찰이 파악한 피해 사례는 2019년 3월부터 올해 6월 사이에 일어났다. 피해자만 240여 명, 전체 피해액은 2억 원 수준이다.

ㄱ 씨는 2019년 5월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호주로 출국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출국 전 피해자가 27명, 피해액 1400만 원이며 나머지 대부분은 ㄱ 씨가 호주에 머물며 이어간 사기 범행에 따른 피해라고 설명했다.

피해자 대부분 학생이나 아르바이트생으로, 한 차례 100만 원 안팎 피해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경찰은 추가로 피해를 확인하고 있으며, 전체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일반 서민을 대상으로 지속적으로 범행을 했다는 점에서 전형적인 악성 사이버 사기"라고 짚었다.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 혐의를 받는 ㄱ 씨와 피해자의 문자메시지 대화. /경남경찰청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 혐의를 받는 ㄱ 씨와 피해자의 문자메시지 대화. /경남경찰청

조사 결과 ㄱ 씨는 물건을 사려는 피해자가 입금 전 인증을 요구하면, 실제 같은 물품을 파는 사람에게 물품을 살 것처럼 접근해 인증 사진을 받아내 피해자에게 보낸 것으로 드러났다. 이 인증은 물품 옆에 이름이나 문구를 쓴 쪽지를 두거나 붙여 사진을 찍어 보내는 것으로, 파는 사람과 사는 사람이 허위 여부를 검증하는 과정이다. 인증을 믿은 피해자는 ㄱ 씨가 알려준 계좌로 대금을 보냈으며, ㄱ 씨는 이를 가로채고 잠적했다.

경찰은 "ㄱ 씨가 2019년 2월 같은 사기 혐의로 교도소에서 출소하고서 이번 인터넷 중고거래 사기로 수배를 받고 또 교도소로 갈까 봐 두려워했고, 호주에 있는 친구와 함께 일하려고 비자를 발급받아 호주로 건너간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특히 ㄱ 씨는 호주에 있는 한국인 유학생 등의 국내 은행 계좌도 악용했다. ㄱ 씨는 호주에 머물다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이들이 호주 달러가 필요하지 않은 점을 노려 호주 인터넷 커뮤니티나 SNS에 한국 돈을 호주 달러로 바꿔달라고 부탁하는 글을 올리고 유학생 등의 계좌를 알아내 중고거래 피해자에게는 이 계좌를 알려줘 입금받았다. 유학생 등은 이 돈이 피해 금액인 줄 모르고 호주 달러로 바꿔 ㄱ 씨에게 보냈다. 이 과정에서 ㄱ 씨와 유학생 등은 만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SNS에 올라온 ㄱ 씨의 사기 목적 환전 요청을 주의하라는 글. /경남경찰청
SNS에 올라온 ㄱ 씨의 사기 목적 환전 요청을 주의하라는 글. /경남경찰청

◇국제 공조로 검거 = ㄱ 씨 검거는 국제 공조로 가능했다. 김해중부경찰서 사이버수사팀, 경남경찰청 사이버수사과, 경찰청(사이버범죄수사과·인터폴 국제공조과), 호주 인터폴이 협력한 사례다. 경찰은 지난 7일 인천국제공항에서 ㄱ 씨를 검거해 김해중부서로 압송했다.

앞서 김해중부서는 2020년 초 사건을 접수해 ㄱ 씨가 이미 호주로 갔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며, 체포영장을 발부받고 '인터폴 적색수배'와 '여권 무효화 조치'를 했다. '인터폴 적색수배'는 인터폴 수배 최고 단계로, 장기 2년 이상 징역이나 금고에 해당하는 죄를 범한 수배자 체포와 범죄인 인도 목적으로 발부한다.

그러다 지난해 12월 경찰청 인터폴 국제공조과는 ㄱ 씨의 호주 거주지 관련 첩보를 입수해 호주 인터폴에 제공했으며, 호주 경찰은 올 11월 14일 이 거주지에서 ㄱ 씨를 체포했다. 경찰은 "ㄱ 씨가 여권 무효화로 불법체류자 신분이어서 이 혐의로 강제 추방이 가능했고, 이 형식으로 호주 국경수비대 인솔로 ㄱ 씨를 국내로 송환했다"며 "국외 도피 이후에도 범행을 지속했기에 빨리 검거가 안 됐다면 피해자가 더 늘어났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ㄱ 씨의 사기 범행을 주의하라는 글. /경남경찰청
한 커뮤니티에 올라온 ㄱ 씨의 사기 범행을 주의하라는 글. /경남경찰청

경찰은 중고거래 전에 경찰청 사이버캅 앱 등으로 판매자 전화·계좌번호의 사기 이력을 확인하고, 될 수 있으면 직접 만나 물건 상태를 확인하고 대금을 지급하라고 당부했다. 또 가짜 안전결제 사이트로 유도하는 경우도 있어 URL도 주의해달라고 요청했다.

아울러 경찰은 유학생 계좌가 범죄에 악용되는 것을 막고자 개인 간 환전을 지양해달라고도 부탁했다. 그러면서 '수수료', '출국 임박', '통장 거래 정지' 등 사유로 부득이 개인 간 환전을 하면 환전자, 입금자 이름이 일치하는지 등을 정확히 확인해달라고 덧붙였다.

/이동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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